[정리뉴스]위안부 지원 재단 출범..소녀상 이전 문제는 어떻게 되나요?

도쿄|윤희일 특파원 입력 2016. 7. 2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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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위안부 소녀상’.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건너편에 세워져 있는 ‘평화의 소녀상’을 우리는 그렇게 부른다. 치마저고리를 입은 짧은 맨발의 단발머리 소녀는 의자에 앉아 매일 일본대사관 쪽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 측은 지난해 한·일 정부의 합의에 따라 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화해·치유 재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한·일 합의 7개월만이다. 일본은 합의에 따라 8월 중 10억엔(약 107억원)의 출연금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소녀상 철거 또는 이전 여부와 관계 없이 출연금을 내겠지만, 소녀상 문제는 양국의 최대 현안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 합의와 소녀상
위안부 소녀상 이전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 사이의 갈등은 합의문 발표 직후부터 표면화됐다. 당시 양국은 합의문에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전문]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

합의문 문구를 보면 한국이 소녀상의 이전을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 측은 이전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한국을 압박했다. 일본 국내에서는 ‘소녀상을 이전하는 것이 10억엔을 내는 것의 전제 조건’이라는 발언이 이어졌다. 당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회담을 마친 뒤 일본 기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잃은 것은 10억엔뿐” 이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위안부 기금 계기로 본, ‘역사적 잘못을 돈으로 갚은’ 사례들

문제가 커지자 한국 정부는 한·일 합의문에 소녀상 철거가 명시되지 않았으며, 소녀상 이전이 10억엔 지출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이후 일본 측의 ‘전제 조건’ 주장은 잠잠해 졌다.

그러나 위안부 소녀상이 빠른 시간 안에 철거 또는 이전돼야 한다는 일본 측의 ‘혼네(본심)’가 분명하게 드러나 있는 상태에서 이 문제는 언제라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일본 측은 소녀상의 철거 또는 이전이 이루어져야만 한·일 합의 이행이 진전된 것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 소녀상 문제의 해결에 매달리는 이유는 소녀상의 철거 또는 이전과 10억엔 지출을 통해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됐음을 국내·외에 보여주려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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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주변에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를 주장하는 대학생들이 붙인 메모들 . 출처:연합뉴스

■국내·외로 확산된 여론

한·일 합의 후 일본이 보여준 태도는 오히려 한국 국민을 자극하했고, 한국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소녀상이 늘어나는 현상을 불렀다.

소녀상 철거 논란은 대학생 등 수많은 젊은이들을 거리로 나오게 했다. 젊은이들은 맹추위 속에서 밤을 지새며 소녀상 지키기 농성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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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추운 겨울 소녀상에 목도리를 둘러줬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정기 수요시위에 초등학생까지 참석해 직접 손으로 쓴 위로의 편지를 할머니들에게 건네며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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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는 소녀상을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도 세우자는 운동이 벌어졌다. 서울 이화여고 학생들은 소녀상 100개를 고등학교 100곳에 건립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을 비롯해 미국, 독일, 프랑스 등 해외 동포들도 현지에서 수요 시위를 하며 일방적인 위안부 합의는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소녀상은 서울 일본대사관 앞 외에도 경기 고양시 호수공원, 성남시청 공원, 수원올림픽공원 등 전국 곳곳에 세워져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과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시 등에도 세워졌다. 중국과 호주에서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부부 조각가 김운성(오른쪽)·김서경씨. 출처:연합뉴스
■1000번째 수요시위에 ‘세상’으로
소녀상은 2011년 12월 14일 건립됐다. ‘수요집회’ 개최 1000회째를 기념하고,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이어온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염원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정대협의 계획으로 세워진 소녀상은 김운성·김서경 부부 작가에 의해 만들어졌다.

▶[어버이연합 게이트]청와대 행정관 “정대협은 종북”

부부 작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소녀가 한복을 입은 모습은 조선을 상징하고, 왼쪽 어깨에 앉아 있는 새는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상징물이라고 밝혔다. 소녀상 옆의 빈 의자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의자를 의미한다. 수요집회 때 위안부 할머니가 앉는 자리이기도 하다.

“1992년 1월8일부터 이곳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2011년 12월14일 1000번째를 맞이함에 그 숭고한 정신과 역사를 잇고자 이 평화비를 세우다”

표지석에는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가 직접 쓴 문구가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등 3개 국어로 새겨져 있다. 지금도 소녀상이 있는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매주 수요일 일본의 과거사 사과와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위안부 합의 6개월]뒤통수친 국가…배신감 느낀 시민사회 ‘하나로’

위안부의 강제연행 등을 부정해온 일본 정부가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고 있을뿐 아니라, 일본 우익들은 미국 지방정부 등이 일본군 주둔지역에 끌려간 위안부의 실상을 기록한 기림비까지 철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 에 ‘망치 테러’··· 경찰 “범인은 정신질환자”

2012년 6월에는 극우파가 소녀상에 ‘말뚝테러’를 가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일본 극우단체 회원인 스즈키 노부유키는 위안부 소녀상에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라고 적은 말뚝을 묶어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도쿄|윤희일 특파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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