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으로 '종교 전쟁' 부추기는 IS, 선 긋고 나선 교황

김의철 2016. 7. 28. 15: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가톨릭 신부를 살해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 국가(IS)가 살해 용의자들의 충성 서약을 공개하는 등 노골적으로 '종교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이슬람 지역 국가 출신들이 독일 등 유럽 주요 지역에서 잇단 테러를 일으키고 유럽 난민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이 확산되면서 종교 갈등 움직임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과 프랑스 종교계는 IS 등 극단주의 폭력 세력의 의도에 휘말리지 말고 관용과 포용의 정신으로 냉정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IS, 신부 살해 용의자 ‘충성 맹세’ 동영상 공개

IS는 27일(현지시각) IS 뉴스통신사인 아마크(Amaq)에 2명의 청년이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이들은 프랑스 생테티엔 뒤 루브래 성당에서 자크 아멜 신부(86)를 살해한 용의자들이다. 동영상에는 두 명의 청년이 IS 배너를 가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한 명이 외국 억양의 아라비아 어로 지도자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이 담겼다. IS는 이들 두 명이 프랑스 성당에서 미사를 하던 신부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신부가 살해된 생테티엔 뒤 루브래 성당에 시민들이 찾아와 추모하고 있다. (사진=AP)


용의자 두 명 중 한 명인 아델 케르미슈(19)는 시리아로 건너가 IS에 가담하려 한 혐의로 두 차례 체포돼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던 요주의 인물이었다. 전자 발찌가 오전 시간대에 비활성화한 틈을 타 다른 1명과 함께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프랑스 사법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유럽 언론들은 IS가 신부 살해 용의자를 공개한 것은 최근 잇단 테러를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종교 갈등 구도로 몰아가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교황, “세계가 전쟁 중이지만 종교 전쟁은 아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신부 살해를 포함한 잇단 테러와 관련해 "종교 간의 전쟁은 아니다."라며 분명히 선을 긋고 나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폴란드에서 열리는 제31차 세계 청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하는 길에 이같이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7일(현지시각) 폴란드 크라쿠프 공항에 도착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부부의 영접을 받고 있다.


교황은 프랑스 생테티엔 뒤 루브래 성당에서 80대 신부가 살해당한 사건에 대해 질문을 받고 "미사를 집전하던 순간 신부가 살해된 것이다. 전쟁이 맞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 분명히 해두고 싶은 건 내가 말하는 전쟁은 종교 전쟁이 아니라 이익들을 두고 다투는 전쟁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그러면서 이익을 "돈과 자원"이라고 예시했다. 즉 종교가 아닌 돈과 자원을 놓고 다른 세력들이 전쟁을 벌인다는 것이다.

폴란드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픈카를 타고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AP)


교황, “난민 고통 덜어줘야!”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잇단 테러로 난민 수용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폴란드 청년대회가 열리는 크라쿠프에 도착한 뒤 바벨 대성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쟁과 가난을 피해 고국을 등지는 사람들을 환영해야 하며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난민들에 대한 연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평화와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가 취해지는 등 난민들은 어디서나 환영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폴란드에 도착해 첫 공식 행보에 나선 교황의 이 같은 발언이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있는 폴란드 정부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폴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줄곧 안보 문제를 이유로 난민 수용을 거부해왔다. 현재 폴란드 집권당도 난민 유입을 반대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픈 카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AP)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31일 150만 명가량이 참석하는 야외미사를 집전할 계획이다. 가톨릭 신부 살해 사건을 계기로 다른 종교가 IS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교황이 전 세계를 상대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폴란드 당국은 경호와 안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폴란드는 3만 9천 명이 넘는 경찰과 다른 치안 인력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또 매일 공항과 열차역, 쇼핑몰 등 주요 공공장소에도 7천 500명이 넘는 인력을 투입할 것이라고 당국은 전했다.

[연관 기사] ☞ 교황, “난민 수용 촉구, 종교 전쟁 아니다”

프랑스 종교계, “IS 의도에 휘말리지 말자”

신부에 대한 인질 살해로 큰 충격을 받은 프랑스에서도 '종교 전쟁'을 의도한 IS의 의도에 휘말리지 말고 종교 간의 분열을 차단하고 단합을 호소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프랑스 종교계는 "테러리스트들의 비인도적인 만행에 겁을 먹고 물러설 수는 없지만, 분노의 화살을 테러와는 무관한 이슬람 신도들에게 돌리는 것 역시 극단주의자들이 의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극단적인 테러세력과 종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왼쪽 세 번째)이 27일(현지시각) 파리 엘리제 궁에서 종교계 지도자들과 긴급 회동을 마친 뒤 파리 주교인 앙드레 뱅 트로와 추기경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AP)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각) 오전 대통령궁인 엘리제 궁에서 앙드레 뱅-트루아 파리 대주교, 달릴 부바쾨르 프랑스 무슬림 신앙위원회 회장 등 가톨릭, 기독교, 유대교 등 종교계 지도자들과 만나 이번 테러에 대한 종교계의 우려를 듣고 화합을 요청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부바쾨르 회장은 올랑드 대통령에게 "우리 종교의 모든 가르침에 어긋나는 신성모독"인 이번 공격에 대해 프랑스 무슬림 이름으로 깊은 슬픔을 표현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다른 종교계 인사들은 종교 갈등을 막기 위해 성당과 모스크에서 보안을 강화해줄 것을 올랑드 대통령에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톨릭 베르사유 교구 피에르 아마르 신부는 "프랑스에서 신부로 있다는 것이 위험한 줄 알지 못했던 까닭에 우리는 망연자실해졌다"며 이번 테러가 기독교 사회에 가한 충격을 말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저녁에는 프랑스 가톨릭의 상징인 파리 노트르담 성당에서 열린 아멜 신부 추모 미사에 참석했다. 미사에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 등 1천500명이 참석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뱅-트루아 추기경은 이 미사에서 평화로 우리를 뭉치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증오 대신 평화를 호소했다.

이에 앞서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IS 추종자들이 자행한 이번 공격의 의도는 "프랑스 국민을 서로 갈라놓고, 종교 전쟁을 촉발하기 위해 종교를 공격한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이에 말려들면 안 된다고 밝혔다.

IS 등 극단주의 세력은 국제사회의 군사적 압박으로 본거지인 중동지역에서 세력이 위축되면서 이슬람 신도의 비중이 큰 유럽에 대한 '소프트 타깃' 테러를 일상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를 막기 위한 개별 국가 차원의 대책 이외에도 국제적인 공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김의철기자 ( kimec@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