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취업했더니.. '승진 고시' 스트레스

김기윤 기자 2016. 7. 2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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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에 학습지 과외… 주말엔 독서실行

회사 내 ‘승진 고시’ 준비로 주말엔 독서실을 찾고, 주중엔 학습지 과외까지 받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일부 평가 항목은 달달 외워서 시험을 치러야 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사회인이 된 뒤에도 학창 시절처럼 과외까지 받으며 시험공부에 매달리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 유통회사에 근무하는 이모(32) 씨는 주말마다 독서실에 다닌다. 불안한 마음에 직장동료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공부하는 모임도 만들었다. 이들은 모두 오는 10월로 예정된 과장급 진급 시험을 앞두고 있다. 이 시험에는 매년 계열사 사장단도 참석해 마치 사원들이 ‘수능시험’을 보는 것처럼 격려도 한다. 시험과목은 경영학, 기업 가치 등이며 논술형 문항도 있다. 이 씨는 “논술의 경우에도 ‘정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여서, 내용을 잘 외워 정확히 쓰는 게 중요하다고 들었다”며 “주말에도 시험 준비를 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식품 회사에 다니는 김모(30) 씨는 ‘생물학 용어’를 암기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이 회사는 간부부터 말단 직원까지 1년에 한 번씩 자사 제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점검하는 시험을 치른다. 이 때문에 시험을 앞두고 사무실 안에서 직원 모두가 책을 펴놓고 공부하는 진풍경이 펼쳐질 정도다. 시험 문제로는 자사 제품에 들어간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과 같은 유산균 이름 또는 원료의 성분·함량 등 생물학 용어가 출제된다. 직원들은 처음 들어보는 어려운 성분 이름도 외워야 하는 데다가, 시험 성적이 기준 미달이면 이름까지 공개돼 심하게 부담을 느끼고 있다. 김 씨는 “취업을 하면 시험, ‘스펙 전쟁’에서 해방될 줄 알았는데, 달라진 게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급 평가에 대비하기 위해 두 달째 학습지 과외를 받고 있다는 황모(35) 씨는 “진급 평가 과목으로 영어는 물론 중국어까지 들어 있어 한자, 중국어 학습지 과외를 시작했다”며 “업무 중에 영어도 잘 쓰지 않는데, 중국어까지 평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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