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노안이라니.." 43살 남자가 따지듯 묻더군요

입력 2016. 7. 28. 09:26 수정 2016. 7. 2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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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양중 종합병원] 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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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 교정한다고 수백만원 들여 라식 수술 받은 지 10년도 안 됐는데, 이제는 가까운 데 있는 글씨가 잘 보이지 않더라고요. 벌써 노안이라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한아무개(43·남)씨는 10년 전쯤 근시 교정을 위해 라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한씨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근시가 점점 심해져 거의 20년 동안 안경을 썼는데, 평소 운동을 즐기던 그는 농구 등을 하다가 안경이 여러 차례 망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콘택트렌즈를 끼고 운동을 하다가 주변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렌즈가 빠지기도 하고, 이마에서 흐른 땀이 눈에 들어가면서 렌즈 착용이 불편해지기도 했습니다. 주변에서 근시를 교정하는 수술을 받은 뒤 이런 불편이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도 혹시 모를 부작용이 있을까 해서 수술을 미뤄왔습니다. 한씨는 “라식 등 근시 교정술이 문제가 없다면 왜 안과 의사들 가운데 안경 쓰는 이들이 많겠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저도 안과 의사들을 만나면 한씨와 같은 질문을 종종 던졌는데요. 안과 의사들은 “안경을 사용해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서 굳이 근시 교정술을 받지 않은 것입니다. 라식 등 근시 교정술을 받은 뒤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생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사실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도 두려운 게 사실일 텐데요. 성형외과 의사들과의 만남에서도 성형수술을 받겠느냐고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은 “고치고 싶은 데는 있기는 하지만 그냥 생긴 대로 살겠습니다”라고 대답을 합니다. 의사들도 대부분 수술을 해야 할 만큼 불편하지 않다면 그냥 있는 그대로 사는 쪽을 선택하는 셈이죠.

10년전 라식수술 받았는데
작년부터 자꾸 초점이 맞지 않아
시력검사 결과 노안으로 판명
라식이 증상 앞당겼나 의심했지만
노안은 수정체 노화 탓일뿐
대부분 20살부터 눈 퇴화 시작돼

그는 우선 돋보기안경을 쓴채
노안 교정술을 받을지 고민중이다
또다시 각막을 깎아내야 돼
남아있는 두께가 중요하지만
시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렌즈를 끼워넣는 방법도 있다니…

한씨가 라식 수술을 고민할 때만 해도 사실 근시 교정술의 효과를 장기적으로 추적해 놓은 연구 결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안과 의사들은 스스로의 경험으로 돌이켜볼 때 부작용 등이 거의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 경험적 확신은 거의 들어맞았는데요. 2011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라식 등 근시 교정술을 받은 2638명을 3년 동안 추적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를 보면, 근시 교정술을 받은 사람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의 시력이 좋아졌습니다. 나머지 1명은 근시 교정술 뒤 다시 시력이 원래대로 되돌아가 수술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합병증이나 부작용을 겪은 사례도 있기는 했는데요. 근시 교정술은 눈의 각막을 깎아내는데 이때 각막이 너무 얇아져 심각할 정도로 시력이 떨어진 사례가 1건 있었습니다. 시력이 잘 교정된 경우에도 5명 중 1명꼴로 야간에 자동차 불빛 등 밝은 빛을 볼 때 눈부심이 심하다거나 안구 건조감이 심해졌다고 불편을 호소했습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연구에선 근시 교정술에 대한 일반인 1만명의 생각을 설문조사하기도 했는데요. 근시 교정술을 받지 않겠다고 답한 사람 10명 중 4명가량은 ‘안경이나 콘택트렌즈가 불편하지 않아서’라고 답해 가장 많았습니다. 3명가량은 ‘합병증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말해, 20년 넘는 역사에도 여전히 근시 교정술에 대한 합병증 우려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무튼 한씨는 고민 끝에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저에게 교정술을 잘하는 병원을 추천해 달라고 했습니다만, 근시 교정술을 하는 병원에 대한 평가 결과가 없어서 추천을 하려야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씨는 다른 사람들의 추천으로 한 안과병원에서 교정술을 받았고, 그 결과는 다행히 매우 좋았습니다. 흔히 부작용으로 호소하는 야간 눈부심도 나타나지 않았고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자기 전에 안경을 어디에 뒀는지부터 생각해야 했는데, 근시 교정술을 받은 뒤로는 아침에 눈뜨는 것이 행복할 정도였으니까요. 농구 같은 운동을 할 때는 더없이 좋았습니다.”

근시 교정술 뒤 시력 문제로는 별걱정 없이 잘 지내던 한씨에게 1년 전부터 책이나 스마트폰 등을 볼 때 초점이 맞지 않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을 자주 보기 때문이라고 여겼습니다. 한씨는 “지하철 등에서 책이나 신문 대신 스마트폰을 통해 뉴스나 책을 읽는 일이 많아졌는데 오래 쳐다보면 초점이 좀 흐려지잖아요. 처음엔 그런 현상으로만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에서 컴퓨터 모니터나 보고서 등을 볼 때도 초점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결국 근시 교정술을 받았던 안과를 다시 찾아가 시력 검사를 한 뒤 “노안이 시작됐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얼마 전 연락을 해 온 한씨는 “40대 초반에 노안이 온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제게 따지듯 묻더군요. 김병엽 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 교수의 말을 그대로 전해주었습니다.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20살이 넘어가면서 눈이 퇴화하기 시작합니다. 40대가 되면 노안, 즉 신문이나 책 등 가까운 것이 잘 보이지 않게 되는 증상이 시작되는데요. 최근에는 20·30대에서도 노안 증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말 그대로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 증상이었는데, 요즘에는 심한 스트레스와 오랜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으로 젊은 나이에도 노안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씨는 라식 수술을 받은 게 혹시 노안을 앞당긴 게 아닌지 의심했습니다. 근시를 교정한다고 각막을 깎아낸 것이 노안을 일으켰다는 것인데요. 최철명 누네안과병원 각막센터 원장은 “근시 교정술을 받았다고 해서 노안이 일찍 오는 것은 아닙니다. 라식 등 근시 교정술은 레이저로 각막을 깎는 시술인데요. 노안은 각막보다는 안구 안에 있는 수정체가 노화 등으로 딱딱해지면서 탄력을 잃어 조절 기능이 약해져서 생기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근시 교정술을 한 곳은 각막인데, 노안은 안구 안쪽의 수정체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근원이 다르다는 설명이지요.

근시와 노안의 관련성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요. 평소 근시가 있던 사람은 노안이 오지 않는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이에 대해 최철명 원장은 “근시가 있는 사람이 노안이 오면 안경을 벗고 책이나 컴퓨터 등의 글씨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노안이 오지 않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근시인 사람은 노안이 오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지만, 노안이 오지 않는 게 아니라 근시 때문에 노안 증상이 덜 생긴다는 것이 정확한 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노안이 진행돼 수정체 기능이 더욱 약해지면 근시가 있는 사람도 가까운 것이 잘 보이지 않게 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씨는 노안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안과 의사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들은 설명은 돋보기안경이었는데, 초기 노안의 경우에는 돋보기안경을 쓰면 볼록렌즈 덕분에 가까운 글씨나 사물이 잘 보이게 돼 유용합니다. 다만 가까운 거리에만 초점이 맞기 때문에 먼 거리에 있는 물체 등이 잘 보이지 않고, 오래 쓰면 눈이 피로해지거나 심하면 머리가 아프고 어지럼증을 느끼는 단점도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다초점 안경인데, 말 그대로 하나의 렌즈에서 여러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이 안경에 잘 적응하면, 가까운 곳이나 먼 곳, 또 중간 거리에 있는 물체까지 잘 보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야가 좁아진다는 약점이 있고, 렌즈 아래쪽으로는 먼 거리가 잘 보이지 않아 길을 걷거나 계단을 내려가면서 아래쪽을 볼 때 물체가 흔들리거나 잘 보이지 않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한씨는 우선은 돋보기안경을 선택했는데, 노안 교정술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안 교정술은 근시를 교정하는 것처럼 각막에 라식과 같은 시술을 하거나 노화된 수정체 대신 인공수정체로 교체하는 방법입니다. 최진석 새빛안과병원 각막클리닉 과장은 “노안 라식은 근시 교정술을 할 때처럼 각막을 깎아야 하므로 각막이 두꺼워야 가능합니다. 방법은 한쪽 눈은 먼 거리를 볼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고 다른 한쪽은 가까운 거리를 잘 볼 수 있도록 조정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양쪽 눈의 초점이 다른데 어떻게 적응할 수 있냐고요? 물론 초기에는 적응을 하기 힘들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석 달 정도 적응 기간이 필요합니다.

한씨처럼 이미 근시 교정을 위해 시술을 받은 경우에는 노안 교정술이 가능한 조건이 있는데요. 라식 등으로 각막을 이미 깎아냈기 때문에 남아 있는 각막의 양이 중요합니다. 최철명 원장은 “검사를 통해 남아 있는 각막의 양을 측정하고, 라식 등을 한 뒤 눈에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노안 교정 시술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남아 있는 각막의 양이 적어 깎아내는 시술이 가능하지 않다면 렌즈를 삽입해 노안 교정이 가능하기도 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씨의 경우 노안 라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에 해당되지 않더군요. 노안과 함께 백내장이 있는 경우라면,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동시에 인공수정체를 넣는 시술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노화돼 흐리게 변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인데요. 수술로 백내장을 제거하면서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넣는 방법입니다. 각막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노안을 해결할 수 있는데, 눈이 침침할 수 있고 야간에 불빛이 번져 보이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라식 등 근시 교정술의 효과 등에 대해 장기간의 평가 연구가 있었던 것처럼, 노안 교정술 역시 비용에 견줘 효과는 큰지, 또 부작용은 없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근시 교정술로 10년가량 안경을 쓰지 않았던 한씨는 다시 안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안경을 쓴 지 며칠이 지났지만 잘 적응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안경 없이 산 10여년이 마치 꿈처럼 느껴진다네요. 한씨는 “근시 교정술을 받지 않았으면 노안이 나타날 만한 나이가 됐을 때 노안 진행이 더뎌졌을 텐데 괜히 받았나 싶어요. 그래도 10년 동안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없이 편하게 운동하며 즐겼으니 됐네요”라고 말했습니다. 당분간은 안경으로 버텨본다는 한씨가 앞으로 노안 교정술 등을 다시 받게 될지 궁금합니다.

글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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