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애틋하게] 이경희의 남자들, 그만 좀 함부로 하게
아이즈 ize 글 최지은
KBS [함부로 애틋하게]의 신준영(김우빈)은 잘난 남자다. 공부와 거리가 멀었지만 어머니를 위해 마음 고쳐먹더니 법대에 들어가 사법고시 1차에 합격했고, 어쩌다 연예인이 되더니 한류 스타 자리에 올랐다. 집에서는 주로 라면만 먹는 것 같고 현대 의학으로는 고치기 힘든 병에 걸렸음에도 [맨즈 헬스]의 커버 모델처럼 벌크 업 된 근육은 탄력이 넘친다. 여자들은 모두 그의 매력에 빠져든다. 그러나 그 ‘잘남’에도 불구하고 신준영은 참아주기 힘든 남자다. ‘성격 나쁜 톱스타’라는 설정은 익숙하지만 자신이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해서 다 찍은 드라마의 엔딩을 갑자기 바꿔 달라며 촬영장을 뒤집어놓고 떠나버리는 배우는 황당할 만큼 무책임한 직업인이다. 노을(수지)과의 재회로 도로에서 폭주하는 준영은 애꿎은 타인이 자신의 분노에 휘말려 생명을 잃을 수도 있음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다. 물론 드라마 첫 회에서 주인공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다. 다만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의 생일파티에 굳이 찾아가 분위기를 망쳐놓고, 모르는 남자가 을의 휴대폰을 받자 대뜸 시비를 거는 준영이 얼마나 미성숙한 내면을 지닌 캐릭터인지는 끊임없이 드러난다. 일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심지어 기본적인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그는 대체로 무례하고 쓸데없이 폭력적이다.
그래서 [함부로 애틋하게]는 ‘나쁜 남자’라는 판타지의 유통기한이 끝나 버린 시대를 따라잡지 못한 멜로드라마다. 여성들이 ‘쉽게 마음을 주면 안 된다’고 교육받던 과거, 드라마 속 남자들은 여자가 못 이기는 척 자신과 사귈 수밖에 없도록 ‘박력 있게’ 행동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억지로 손목 잡아끄는 남자와 끌려오는 여자’와 같은 한국 드라마의 폭력성은 국내외에서 비판받을 뿐 아니라 놀림당하기까지 하는 특징이 되었다. 지난 몇 년간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드라마인 SBS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김수현)은 고고하되 거칠지 않은 이방인이었고, KBS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송중기)은 보수적 가치관을 가진 한편 합리적이고 젠틀한 매너를 갖춘 성인 남성이었다는 점은 눈여겨볼 지점이다. 그러나 준영은 다른 남자와 통화 중인 을로부터 휴대폰을 빼앗아 바다에 던지고, “나는 안 보이냐”며 고함을 지르고, 술 취해 주저앉은 을을 발로 걷어찬다. 단지 흥행 결과를 떠나서도, 시대의 변화와 함께 최소한의 업데이트가 이루어진 드라마와 그렇지 않은 드라마는 이처럼 눈에 띄는 차이를 드러낸다. [함부로 애틋하게]의 준영이 아무리 가슴 아픈 사연을 가졌다 해도 그의 ‘사랑’이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이유다.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방송된 것은 2004년이었고, 12년이 지났다. 그렇다면 이제는 ‘함부로’ 애틋하거나 ‘혼자만’ 애틋하지 않은, 조금 덜 폭력적이고 조금 더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로맨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은 2016년이고, 함부로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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