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한반도..사람은 열사병, 가축은 폐사

입력 2016. 7. 28. 06:31 수정 2016. 7. 28.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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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사망, 온열환자 이달 들어 크게 늘어..닭·오리에 돼지·조류도 못 견뎌 세계기상기구 "관측 사상 가장 더운 여름"..8월초 절정·9월까지 무더위 예상
[연합뉴스TV 제공]

4명 사망, 온열환자 이달 들어 크게 늘어…닭·오리에 돼지·조류도 못 견뎌

세계기상기구 "관측 사상 가장 더운 여름"…8월초 절정·9월까지 무더위 예상

(전국종합=연합뉴스) 한반도가 너무 뜨겁다.

사람은 사람대로, 가축은 가축대로 전국이 '찜통더위'에 헉헉대고 있다.

폭염이 며칠째 이어진 탓에 열사병 등 온열 질환으로 숨지는 인명 사고가 속출했다. 중부와 남부의 축산농가에서는 닭과 오리, 심지어 돼지까지 가축 수십만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올해가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는 세계기상기구의 전망도 나왔다. 이번 무더위는 8월 초 절정에 이르렀다가 9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폭염 피해는 국지적으로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막바지 장마비가 그치고 나면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발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 '기록적인 폭염'…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여름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를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로 예상했다.

WMO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14개월 연속 기온과 해양 온도가 월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또 1984년 12월 이후 378개월 연속 20세기 월 평균 기온을 웃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올해 5월 20일 서울에서 폭염주의보가 처음으로 내려졌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이고, 최고열지수가 32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측될 때 발표한다.

봄철로 분류되는 5월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서울에서는 7월 8일과 19일에도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올들어서만 벌써 3차례다.

[연합뉴스TV 캡처]

지난해 서울에 폭염주의보가 처음 내려진 것은 7월 10일이었다.

올 6월 전국 평균기온도 1973년 이후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 열사병 환자·사망자 '속출'

지난 25일 오후 5시 20분께 박모(97) 할머니가 경남 남해군 고현면 자신의 밭에서 숨져 있는 것을 이웃 주민 하모(82·여) 씨가 발견해 112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숨진 박 할머니 체온은 40.5도에 달했다.

경찰은 박 할머니가 폭염주의보가 내린 이날 콩대를 뽑는 일을 하다가 열사병 증상으로 의식을 잃어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앞선 24일 오후 3시 45분께 전남 화순군 동면 논에서도 일하던 이모(56)씨가 쓰러져 숨졌다.

지난달 18일에는 광주 북구 일곡동에서 텃밭을 일구던 임모(83·여)씨가 열사병 증상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 8일 오후 5시께 경북 의성군에 사는 노인(89)도 밭에서 일하다가 역시 온열 질환으로 숨졌다.

이달 들어 온열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도 크게 늘었다.

전북의 온열 질환자 수는 최근까지 53명이며 더위가 본격 시작된 이달에만 48명이나 된다.

충북에서는 5월부터 현재까지 33명이 온열 질환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 중 이달에만 20명이다.

◇ 죽어 나가는 닭·오리…돼지도 못견뎌 '이례적'

전북도에 따르면 최근까지 도내 가축 폐사 신고 건수는 총 226건으로 모두 60만1천136마리가 폐사했다.

종류별로는 닭이 59만2천643마리, 오리가 8천마리, 돼지가 493마리 등이다.

폭염에 기진맥진한 양계장[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는 평년보다 무더위가 일찍 찾아온 탓에 축산농가가 대비를 미처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

지난해 폭염으로 인한 가축 폐사 신고는 올해보다 보름 정도 늦은 8월 6일 접수됐다. 폐사 신고 건수도 184건 50만여 마리로 올해보다 10만 마리 이상 적었다.

전북 익산 망성면에서 양계농가를 운영하는 김남수(47)씨는 "우리 농장은 비교적 시설이 잘 갖춰진 편인데도 폭염특보가 내려진 이달 20일부터 매일 300∼500마리씩 닭이 죽었다"고 말했다.

최근 1주일가량 이어진 폭염으로 전남에서도 57개 농가에서 기르던 가축 14만8천여 마리가 폐사했다. 닭 14만260마리, 오리 8천마리가 죽었다.

돼지 26마리와 한우 1마리도 죽었다. 축산업계에서는 닭이나 오리보다 상대적으로 더위에 강한 돼지와 한우의 폐사는 '드문 일'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충남에서도 지난 11일부터 26일까지 논산과 부여 등 모두 10개 시·군에서 폭염으로 가축 폐사가 발생했다. 돼지 53마리, 닭 22만4천766마리, 오리 1천마리 등이다.

이 수치는 가축재해보험에 가입된 것만 집계한 것이어서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야생 조류 피해도 나왔다.

인천에서는 15일부터 26일까지 인천 남동유수지와 송도 갯벌에 서식하는 흰뺨검둥오리와 괭이갈매기 37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조사 결과 이들 조류는 '보툴리즘(botulism)'으로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툴리즘은 보툴리눔(botulinum) 세균이 내뿜는 독소에 중독되는 증상을 뜻한다. 이 세균은 토양 속에 서식하며 여름철(7∼9월) 흙 속의 산소농도가 낮아지고 기온이 상승하면 증식해 독소를 내뿜는다.

이 독소를 먹은 야생동물은 신경계가 손상돼 죽음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 9월까지 지리한 무더위…지자체 '비상'

지자체는 인명피해와 가축피해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얼음먹는 돼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원도는 시·군 합동으로 28일부터 2주간 무더위 쉼터, 영농 작업장, 건설 사업장 등을 직접 방문, 점검한다.

방문 건강관리사, 사회복지사, 폭염 업무 관계자 등에게는 기상 상황과 취약계층 정보 등을 전달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안부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취약계층 3만5천여 명에게는 폭염 주의 문자도 발송했다.

전북도는 각 시·군에 지난 6월 7일부터 폭염 대책 상황실을 운영 중이다. 전남도도 각 시·군으로부터 일일 상황보고를 접수하고 무더위 관련 정보를 전파하고 있다.

충남도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축사 시설을 현대화하고 사육농가에 자동 급수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무더위는 8월 첫째 주 절정에 이르렀다가 다소 수그러져 9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다음 달 전국이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아 푹푹 찌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8월 첫째 주(1∼6일) 평균 기온은 예년(24∼26도)보다 높아지면서 무더위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9월에도 전국 평균 기온이 평년치(20.5도)를 웃돌면서 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9월 중순까지는 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며 "9월 후반이나 돼야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아 맑고 청명한 가을 날씨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광호, 심규석, 황봉규, 배연호, 한종구, 전승현, 김진방, 박병기, 전준상, 손현규 기자)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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