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가만 해주면 끝? 신용평가사 봐주기 논란
그동안 신용평가시장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3개업체가 과점 혜택을 누려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들이 내놓은 신용평가등급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방치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신평사들 수익의 90%는 신용 등급 평가를 의뢰하는 기업으로부터 나온다.
금융당국은 인가를 받아야 신용평가업을 할 수 있다는 높은 진입장벽을 쳐놓고 시장 자율에 맞긴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는 마치 은행업을 하기 위해 인가를 줘놓고 인가를 받은 이들이 은행업의 주요 수입원인 대출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27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금융당국은 신평사의 신용등급과 관련해 최근까지 한 차례도 제재하지 않았다.
금융위는 신용평가등급에 대한 제재 수단에 대한 질의에 "신용평가등급은 채무상환 가능성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주관적 의견"이라며 "신용등급의 적정성은 공시규제 등을 통해 시장에서 규율되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다.
금감원 측도 "최근 신용평가사들에 대해 종합검사를 실시한 내역은 없다"며 "부문(현장)검사('13.11.26~'14.1.29, 2개월)를 실시했고, 신용평가업무의 적정성 및 신용평가 내부통제 운용체계의 적정성 등을 집중 점검했다"고 회신했다.
즉, 신평사의 불건전 영업행위 등에 대해 감시는 하고 있지만, 신용등급평가와 관련한 관리·감독은 손놓고 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신평사의 신용등급평가 적절성을 놓고 비판여론이 높다.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늘 사고가 터지고 난 뒤에 뒷북평가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의 신용등급은 불과 석 달 사이에 두 단계 하락했다. 대규모 영업손실을 감춘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평사들이 등급을 내렸다.
당시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회계처리 불확실성을 감안해 대우조선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다. 한신평은 지난해 4월 이미 대우조선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춘 이후 약 3달 만에 또 다시 등급조정에 나섰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기업평가(한기평)도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되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신평사들의 신용등급평가는 평가받는 대상 기업의 주주나,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다. 금융권이 기업여신을 할 때 참고하는 주요 지표이기도 하다. 결국 신평사들의 뒷북평가는 이들의 신용등급평가 정보를 믿고 투자하는 이들이나, 채권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들은 신용평가 대상 기업들에게 신용 평가 수수료를 받고 있는 데 이 비중이 신평사 수익의 90% 이상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대우조선해양과 같이 본연의 업무인 신용평가 업무의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이에 대한 감독당국의 제재와 견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서 신용평가업을 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자기자본 50억 원 이상, 인적·물적 요건, 사업계획의 타당성·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등의 요건을 충족시켜야한다. 물론 금융당국이 제4신평사의 진입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야 인가를 받을 수 있기는 하다. 아무리 서류적 요건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당국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인가를 해주지 않으면 도루묵인 상황이다.
신평사들의 이런 뒷북평가는 결국 당국의 안일한 행정이 초래한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해영 의원은 "사실상 신용평가시장은 한국신용평가 등 3대 신평사들이 독점하고 있는데, 이러한 신평사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감독이 전무하다는 것은 금융당국의 무책임한 행정의 극치로 보인다.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지난 3월 말부터 업계·유관기관과의 태스크포스(TF), 연구용역 등을 통해 신용평가 시장 선진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늦어도 9월에는 이에 대한 가시적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28일 오후에는 공청회가 예정돼 있다. 이를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신용등급평가에 대한 관리·감독에 대한 검토는 빠져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는 "2012년 10월 등급쇼핑 등으로 인한 등급인플레문제가 대두된 이후, 금융당국은 지속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신평사의 독립성·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전반적 제도개선 방안을 추가 검토 중"이라면서도 "신용등급평가 적절성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신동진 기자] sdjinn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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