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나가 싸우겠다".. 印 '철의 여인' 16년 만에 단식중단

조효석 기자 2016. 7. 28.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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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인권상 받은 인권운동가, 내달 9일 단식 중단하기로
군사특별권한법에 맞서 16년간 단식투쟁을 벌여온 인도의 양심수 이롬 샤밀라가 26일(현지시간) 법정에서 단식 중단 방침을 선언했다. 사진은 2014년 11월 3일 자살기도 혐의로 체포된 뒤 강제로 입원됐던 샤밀라가 마니푸르주 임팔의 자와할랄 네루 병원 침상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 AP뉴시스

어려서부터 그의 고향 마니푸르주에선 수많은 이들이 폭력에 죽어나갔다. 내전을 이유로 군 병력이 투입됐지만 폭력은 오히려 늘었다. 군인들은 이유도 없이 사람들을 죽이고 부녀자를 강간했다. 같은 주 말롬에서 대학살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날 그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걸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결심했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그의 나이 스물여덟이 되던 해였다.

광주인권상을 수상한 인도의 인권운동가가 세계 최장기간 단식투쟁을 마감한다. 인도 영문 일간 인디안익스프레스는 ‘말롬 대학살’이 일어난 2000년 11월 2일부터 ‘군사특별권한법(AFSPA)’ 폐지를 주장하며 단식해 온 이롬 샤밀라(43)가 다음 달 9일 단식을 그만두고 내년에 있을 주의회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의사를 밝혔다고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인도 정부는 1958년 군사특별권한법을 통과시킨 이래 마니푸르주 등 동북부 7개주에서 이 법을 적용해 왔다. 몽골족 계열 기독교인이 다수인 이 지역이 독립할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서였다. 이 법 아래서는 군사적 행위에 법적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 법의 묵인 아래 인도 정부군이 살인과 약탈, 강간 등을 일삼는다고 비판해 왔다.

샤밀라는 고향 마니푸르주에서 ‘철의 여인’으로 통한다. 그의 투쟁이 반(反)군사특별권한법 투쟁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서다. 16년 전 기자의 꿈을 접고 인권단체 활동에 매진하던 그는 말롬에서 10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부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당일부터 무기한 단식투쟁을 결심했다. 극적인 계기를 마련하지 않고선 활동을 계속해도 부당한 죽음의 고리를 멈출 수 없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마음이 약해질까 두려워 그 뒤부터 2012년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어머니와도 만나지 않았다.

정부는 자살기도자에게 1년형 이상을 내릴 수 있는 인도 형법을 적용해 사흘 만에 그를 체포하고 강제로 영양 튜브를 코에 꽂았다. 법원이 기소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했지만 그 뒤에도 수십 차례 체포당해 강제입원과 석방을 반복했다.

영양 튜브를 코에 꽂은 샤밀라의 모습은 군사특별권한법의 부당함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세계에 알려졌다. 이후 2007년 5·18기념재단의 광주인권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09년 제1회 마일라마 인권상, 이듬해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평화상을 받았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는 2013년 샤밀라를 양심수로 공식 지정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얼러트(HRA)가 2012년 9월 내놓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1979년부터 이 시기까지 인도 정부군이 저지른 살해 건수는 1528건에 이른다.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밝힌 2006년 미국 총영사 보고서는 정부군이 이 지역 주민들을 국민이라기보다 식민지인으로 다루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2014년 인도 법원은 사건 발생 14년 만에 말롬 대학살 희생자 가족에게 각각 50만 루피(약 840만원)를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정작 사태의 원인인 군사특별권한법 폐지까지는 갈 길이 먼 상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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