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쥐어짠 세금'으로 추경하는 정부.. 국민 돈으로 생색

세종=서윤경 기자 2016. 7. 28. 04: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추경했으니 주민세 내려" 인터넷에 비판 글 올라와
황교안 국무총리가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 예산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대독하고 있다.이동희 기자

“추경했으니 주민세 5000원으로 내려줘요.” “세금 많이 걷혔으니 이제 담뱃세 내리면 되겠네요.”

정부가 최근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국가부채를 발행하지 않고 초과세수를 투입하겠다고 설명한 것에 대해 인터넷에 올라온 냉소적인 반응들이다. 경기가 나아져 세금이 저절로 많이 걷히는 게 아니라 정부가 먹고살기 힘든 국민의 주머니를 뒤져 그 돈으로 생색내 듯 추경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정부 곳간은 차고 넘치고 있다. 지난 12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7월 재정 동향을 보면 1∼5월 국세 수입은 112조7000억원으로 지난해(93조 7000억원)보다 19조원 많았다. 올해 1년간 걷으려는 전체 세금 222조 9000억원 중 절반이 넘는 50.6%를 5월까지 징수한 셈이다.

이번 추경 11조원 중 9조8000억원은 올해 거둬들인 초과세수로 충당될 예정이다. 나머지는 지난해 정부 예산 중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이 들어간다.

그동안 국채 발행을 통해 추경 재원을 조달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지난 25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경제동향&이슈’를 보면 2008년 추경까지 세계잉여금을 통해 조성하던 것을 2009년부터 세수 여건이 악화되면서 주로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해 왔다. 2013년 추경 땐 세수 부족으로 국채만 무려 15조7000여억원을 발행했고 지난해 추경에도 세금은 투입하지 않았다.

정부는 초과세수로 추경 재원을 편성을 것을 두고 재정건전성을 강화한 결과라며 자평하지만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많다. 예산정책처는 초과세수의 추경 편성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재정법 90조에 따라 초과세수는 다음연도 세계잉여금으로 들어간다. 세계잉여금은 공적자금 상환, 국채·차입금 상환 등에 우선 투입된다. 예산정책처는 이를 추경으로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냐고 지적했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일부 추경 예산 중 일부를 국가채무 상환에 활용해 국가채무 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40.1%에서 39.3%로 0.8% 포인트 낮출 것이라고 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정상적인 재정건전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초과세수가 세율이나 월급 인상 때문이 아니라 비과세·감면을 축소하면서 발생한 만큼 사실상 증세라는 것이다. 하반기 세수가 걷히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7월이 지나야 세금이 얼마나 들어올지 예측 가능하다”면서 “문제는 브렉시트, 사드 배치,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예상대로 세금이 걷히지 않을 경우다. 정부는 조용히 국채 발행을 늘리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정부는 통상 상반기 부가세 확정 신고(7월 25일), 12월 결산 법인의 법인세 중간 예납(8월 말)을 마치면 그해의 전체 세수 추계치를 확정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12월 결산 법인의 법인세 신고와 종합소득세 확정 신고는 각각 3월 말과 5월 말에 끝났다”며 “대외 불확실성이 높기는 하지만 다행히 하반기에는 세수에 변화를 줄 만한 요인이 적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뉴스 미란다 원칙]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고충처리인(gochung@kmib.co.kr)/전화:02-781-9711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