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여는 月, 지갑 닫는 日.. 소비 '月高日低'

2016. 7. 28.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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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카드 이용자 분석
[동아일보]
결혼 6개월 차인 이모 씨(30·여)는 일요일은 주로 집에서 쉬면서 남편과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맞벌이 부부여서 평일에는 각자 밖에서 저녁을 먹고, 금요일과 토요일엔 부부가 함께 외식을 하는 일이 많다. 이 씨는 “일요일엔 집 근처 마트에 가는 것 외에는 잘 나가지 않는다”며 “집에서 쉬면서 맛있는 것도 만들어 먹고 차분하게 새로운 한 주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일요일 카드 지출이 줄고, 월요일 소비가 늘어나는 ‘월고일저(月高日低)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족 중심의 여가 문화 확산, 경기 침체 등으로 달라진 삶의 모습이 카드 소비 패턴까지 바꿔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지갑 여는 월요일, 지갑 닫는 일요일 KB국민카드가 이용자 1846만 명(지난해 말 현재)의 지난해 카드결제 금액을 요일별로 분석한 결과 월요일(15.59%) 비중이 가장 높았고, 일요일(10.69%)이 가장 낮았다. 3년 전인 2012년에는 금요일의 소비 비중(15.14%)이 일주일 중 가장 높았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일요일의 카드 이용금액 비중은 해마다 꾸준히 줄어 4년간 1.12%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월고일저’ 현상은 올해(1∼5월)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는 주5일제의 정착으로 달라지고 있는 생활양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2012년 전면 시행된 초중고교 주5일 수업제는 2004년 도입된 산업계 주5일 근무제와 맞물려 국민의 생활 패턴을 바꿔 놓았다. 금요일 저녁부터 사실상 주말이 시작돼 금, 토요일에 놀고 일요일은 차분하게 쉬면서 한 주를 준비하는 생활양식이 퍼져 나갔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카드 사용 패턴은 주5일제와 가족 중심의 주말 문화로 바뀐 삶의 모습이 반영된 것”이라며 “일요일에 쉬면서 세운 소비 계획을 월요일에 실행하는 소비 패턴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주말에 지갑 닫는 3050세대

연령별로 보면 20대 이하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월요일에 소비를 늘리고 일요일에 소비를 줄이는 패턴이 나타났다. 특히 ‘소비의 허리’를 담당하는 30∼50대는 올해 일요일과 토요일에 소비를 적게 하고, 월요일에 가장 많은 돈을 썼다. 2012년엔 이들 세대 모두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카드를 가장 많이 썼지만, 점차 평일 소비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반면 20대는 조사기간 내내 토요일에 가장 많이 카드를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경기 침체, 1인 가구 증가로 주말에 외출하는 대신 집에서 조용하게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최근의 세태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집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혼술족(族)’의 등장에서 보듯이 혼자 있거나 가족과 함께하는 집 중심의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며 “특히 중장년층이 가족 중심의 문화를 중시해 20대와 중장년층의 요일별 소비가 달라진 모습을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외식, 문화생활 등의 소비 자체를 줄이는 ‘불황형 소비’ 현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계획적인 월요일, 들썩이는 금요일

월요일과 금요일에 많이 이용하는 업종도 차이가 뚜렷했다. 월요일에는 스포츠센터, 서점, 학원, 종합병원 등 계획적인 소비가 이뤄지는 업종에서 결제 금액이 많았다. 회사원 김미연 씨(31·여)는 “주말에 푹 쉬고 다시 지식을 충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월요일에 서점을 자주 찾는다”며 “책을 고르면서 일주일을 어떻게 보낼지도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월요일에는 한 주의 시작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소비로 해소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여행사나 인터넷쇼핑 등의 월요일 결제 비중이 높은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반면 금요일에는 주유소, 항공사, 철도·고속버스 등 주말 나들이를 준비하는 소비가 많았다. 특히 철도와 고속버스의 카드 이용금액은 약 50%가 금, 토, 일요일에 몰려 있었다. 여기에는 주5일제 확산으로 주말 나들이가 늘어난 것 외에 공기업 지방 이전 등으로 주말부부의 비중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애진 jaj@donga.com·박희창 기자
구특교 인턴기자 서강대 중국문화학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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