禹처가 수십억 화성땅.. 차명보유·탈세 의혹

장상진 기자 2016. 7. 28. 03: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억 땅부자' 李씨, 20년 전세 살아.. 진짜 땅주인 맞나] 신고한 가격, 시세의 6~8분의 1, 공시지가보다도 싸 이상한 거래.. 매각한 땅주인은 19평 전세살이 李씨, 화성땅 일부 팔고 일부 보유.. 실제 주인 禹처가 의혹 국토부도 양측 땅 거래 비정상적 판단해 정밀 모니터링 - 李씨, 7억 땅 팔고도 저당 안풀어 禹처가 회사 기흥CC가 설정한 2000만원 저당 10년 넘게 그대로 - 禹측, 이번에도 당사자 거래 중개인 거치지 않고 직접 거래 "禹처가·李씨 아는 사이로 봐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내와 그 자매들이 2014년 11월 사들인 경기 화성시 동탄면 농지(밭)를 공시지가보다도 더 싸게 사들였다고 신고한 것으로 27일 드러났다.

당시 우 수석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이었다. 우 수석 처가가 신고한 거래 가격은 인근 땅 시세의 1/6~1/8 수준이다. 국토교통부는 우 수석 처가의 농지 거래가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이상 거래'라고 판단하고, 정밀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모(61·서울 관악구 봉천동)씨는 2014년 우 수석 처가에 밭 2필지 4929㎡(약 1493평)를 매각했다. 이씨는 인근에 논과 밭 4981㎡(1509평)를 더 갖고 있었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씨가 팔았거나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치가 최소 2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런 이씨는 지난 20년간 다세대주택이나 임대주택에 세 들어 살았고, 지금은 19평짜리 다세대 주택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

법조계와 부동산 업계에선 이씨가 보유하고 있는 땅들이 우 수석 처가의 땅을 이씨의 이름으로 올려놓은 차명(借名) 부동산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차명 부동산이라면 탈세 의혹을 피해가기 어렵다.

국토부는 지난해부터 토지 실거래가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신고된 거래 가격이 시세와 큰 차이가 나면 '시장에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 대상에서 빼고 있다. '정상 거래'는 공개하고, '이상 거래'라는 의심이 들면 비공개 상태에서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 수석 처가가 이씨로부터 사들인 밭도 여기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우 수석 아내 등 네 자매는 2014년 11월 이씨로부터 동탄면 중리 292번지와 293번지 밭 2개 필지 4929㎡를 1㎡당 15만원(1평당 49만원)꼴인 7억4000만원에 매입했다고 국토부와 경기도에 신고했다. 이 땅은 우 수석 처가가 소유한 기흥컨트리클럽(골프장)과 인접해 있다.

본지가 공시지가(2014년 5월 말 기준)를 확인한 결과 두 필지 모두 1㎡당 15만7600원(1평당 52만원)이었다. 전체 공시지가를 적용해 계산하면 이 땅은 7억7681만원이다. 토지의 실거래가가 공시지가보다 낮은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우 수석 처가는 공시지가보다 4000만원가량 싼값에 땅을 샀다고 신고한 것이다.

국토부가 공개하는 인근 토지의 실거래가와 우 수석 처가의 매입가를 비교해보면 격차는 훨씬 더 커진다. 우 수석 처가가 땅을 사들인 2014년 당시 그 일대 밭들의 공시지가는 1㎡당 7만~13만원이었다. 우 수석 처가가 사들인 땅의 공시지가(1㎡당 15만7600원)는 그 일대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또 2014년에 거래된 인근 밭의 실거래가는 1㎡당 121만(1평당 398만원)~87만원(1평당 288만원)이었다. 우 수석 처가가 이씨로부터 산 밭보다 6~8배 비싼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던 것이다. 통상 밭보다 싼값에 거래되는 논의 경우에도 1㎡당 79만원(평당 26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유독 우 수석 처가의 땅만 공시지가보다 싸게 거래된 것으로 신고됐다.

이에 대해 동탄면의 부동산 중개업체 관계자는 "우 수석 처가가 사들인 땅은 평당 300만~400만원에 팔았어도 싸게 팔았다고 할 텐데 50만원도 못 되는 가격에 팔았다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화성시는 2012년 우 수석 처가가 산 땅과 인접한 곳에 수변(水邊)공원을 조성하고 지방도(道)도 새로 낼 계획을 세웠다. 화성시 관계자는 "공원 용지로 수용하는 땅도 공시지가의 3배를 수용 가격으로 잡고 있다"며 "우 수석 아내의 땅은 공원과 (새로 나는) 도로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땅이어서 개발 혜택을 크게 볼 수밖에 없는 땅"이라고 말했다.

◇'땅 부자' 이씨, 기흥CC의 2000만원 근저당 10년 넘게 풀지 않아

등기부 등본 기록만 보면 우 수석 아내 등에게 공시지가보다 싼값에 땅을 판 이씨는 '땅 부자'라 할 수 있다. 그는 우 수석 처가에 판 땅 말고도 기흥CC 주변에 논과 밭 6개 필지 4981㎡를 보유했다가 팔았거나 일부는 아직도 갖고 있다. 동탄면 신리 130-1~4번지(1398㎡)와 동탄면 신리 3번지(2274㎡)는 1995년 매입한 것으로 돼 있다. 우 수석 처가에 판 중리 292·293번지의 땅도 같은 해에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2005년에는 동탄면 신리 147번지(1309㎡)도 사들였다. 이 중 동탄면 130-1·2·4번지 등 3개 필지는 한국토지공사가 2009년 동탄2신도시 부지로 수용했으며, 나머지 3개 필지는 이씨가 그대로 갖고 있다.

이씨가 최근 7년 사이 한국토지공사와 우 수석 처가에 땅을 매각해 받은 돈은 대략 1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또 지금 갖고 있는 땅은 공시지가만 따져도 5억원이 넘는다. 이씨의 땅에는 우 수석 처가 소유인 기흥 CC를 운영하는 삼남개발이 2000여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해 놨다. 최소 20억 넘는 부동산 부자인 이씨는 기흥CC가 설정해 놓은 근저당을 10년 넘게 풀지 않고 있다. 개인이 골프장으로부터 돈을 빌렸다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돈이 생기면 저당 잡힌 것부터 푸는 상례에 비춰볼 때 이씨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본지가 등기부 등본 등을 확인한 결과 이씨는 지난 20여년 사이 경기 용인 공세동, 화성시 진안리, 서울 봉천동의 20평 안팎 다세대주택 또는 임대주택에 세 들어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억 땅 부자' 이씨가 전세 수천만원짜리 집에서 세입자로 살아온 것이다. 이씨에게 다른 빚이 많다면 그가 보유한 땅에 근저당이 설정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이씨의 땅에는 지난 20여년간 기흥CC가 설정한 2000여만원 이외의 다른 채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가 지금 사는 서울 봉천동의 집주인은 27일 "6년쯤 전부터 세를 살고 있는데 돈이 없다고 해서 세를 올리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씨와 우 수석 처가는 2014년 화성 땅을 사고팔 때 부동산 중개업소를 거치지 않고 '당사자 거래'를 했다고 화성시청에 신고했다. 우 수석 처가는 2011년 넥슨과의 1326억원 강남역 부동산 거래도 당사자 거래라고 신고했다. 법원의 한 간부는 "이씨 땅에 기흥골프장이 근저당을 설정해 놨고,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당사자 거래를 했다면 우 수석 처가와 이씨는 서로 아는 사이라고 봐야 한다"며 "이씨가 우 수석 처가에 자신의 명의를 빌려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화성 땅은 우 수석 처가의 차명 부동산이라고 의심할 만한 근거가 충분하다"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