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허가'없이 조직개편 불가능.. 재정분야도 손못대

입력 2016. 7. 28. 03:03 수정 2016. 7. 28.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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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만 바라보는 지방자치] <下> 지방분권 막는 법률
[동아일보]
19대 국회에서 대통령과 시도지사가 참석하는 ‘중앙-지방 협력회의’ 등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협의체 구성을 위한 다양한 법률이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사진은 19일 행정자치부 주관으로 열린 ‘중앙-지방 정책협의회’ 모습. 행정자치부 제공
《서울시는 지난해 행정1·2부시장, 정무부시장 등 3명인 부시장 직위를 7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경제와 문화, 기후환경, 도시재생 등 분야별로 ‘책임부시장’을 두겠다는 취지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프랑스 파리는 분야별로 부시장을 둬 총 20명이 넘고 미국 뉴욕도 6명이나 된다”며 “도시가 커지고 업무가 비대해지면서 각 부시장의 업무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보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감투잔치’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일리 있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1년째 중앙정부에서 ‘검토 중’인 상태로 사실상 백지화됐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현재 법령상 서울시에만 별도의 부단체장 정원 확대를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추진을 막은 곳은 시정을 감시, 통제하는 시 의회가 아닌 중앙정부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의 핵심인 ‘자치조직권’의 수준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중앙정부의 ‘허가’ 없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적 조직 개편이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자치 강화 법안, 상임위 문턱 못 넘어

자율적인 조직 구성은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핵심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선 ‘지방자치법’ 등 지자체 조직에 대한 법률에 포함된 각종 권한이 지방으로 옮겨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국 지자체의 자율적인 조직 구성은 1995년 지방자치 시행 이후 조금씩 보완돼 왔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하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여전히 지자체의 부단체장 수는 물론이고 실·국 수까지 ‘지방자치법’과 대통령령인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으로 제한돼 있다.

19대 국회에서도 지자체의 권한을 강화하는 다양한 법안이 제시됐지만 대부분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대표적인 법안이 지방의 행정기구와 정원을 조례로 결정하도록 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이다. 유대운 당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현재의 획일적인 ‘기준인건비제(중앙정부가 제시하는 인건비 기준에 따라 지자체 조직 정원을 운영하는 제도)’를 대신해 지역 특성에 적합한 조직을 자체 조례를 통해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에 계류됐다가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대통령령으로 돼 있는 부시장과 부지사 등 광역자치단체의 부단체장 업무 분장을 조례로 대체한다는 개정 법률안도 마찬가지로 상임위를 넘지 못했다.

조직과 함께 자치의 필수 요소로 꼽히는 재정 분야 법안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방교부세 비중을 상향해 지방 재정의 자율성을 높이는 지방교부세법 개정안, 정부와 지자체 간 상호 협의를 하도록 규정한 ‘지방재정부담완화 특별법’ 등이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지방자치 확대 주요 법안 15건 중 9건이 폐기됐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이 지방자치 강화가 필요하다고 내세우면서도 막상 이를 위한 법안 통과에 소극적인 이유는 뭘까.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지방 정책은 국회를 통과한 법률과 이를 더욱 구체화한 중앙정부의 시행령 및 규칙으로 만들어지는 구조”라며 “국회와 정부는 공통적으로 지방에 권한이 이양되면 자신들의 힘이 약해진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 “지방의회는 ‘거수기’” vs “국회가 권한 내려놓아야”

지자체 집행부와 함께 지방자치의 한 축을 이뤄야 할 지방의회의 수준은 더욱 심각하다. 지방의회는 자율적으로 조례를 입법, 심의하고 예산 의결과 지자체 집행부를 감시하는 등의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앙정치에 예속돼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고 있다. 중앙당,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찍히면’ 다음 선거에서 출마할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게 되는 ‘정당 공천제’ 때문이다.

중앙의 지배를 받는 상황에서 지방의회가 지역에 적절한 법안을 소신껏 판단해 입법하는 ‘자치입법권’은 허울뿐이다. 서울시의 한 구의원은 “지역 내 시설물을 유치하는 조례에 환경 문제를 고려해 반대 의견을 내려다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부터 ‘딜(협의)이 끝난 사항이니 찬성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지자체 집행부가 거수기로 전락한 지방의회 대신 지역구 국회의원을 ‘설득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도 많다.

결국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스스로 지방 정책과 의회에 대한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9대 국회에서 ‘지방자치특별위원회’가 1년 5개월간 운영됐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활동이 종료됐다. 20대 국회 들어 다시 ‘지방재정·분권 특별위원회’가 구성돼 활동이 시작됐지만 실제로 제도 변경을 이끌어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유정복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천시장)은 “국회의 시도는 높게 평가하지만 법률안 심사가 불가능한 한시적 특위가 아닌 국회 상설 기구로 격상돼야 한다”며 “장기적 국가 발전의 비전을 가지고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제도 개편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노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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