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드러낸 '보스형 리더십'.. 상명하복 검찰 문화에 경종

2016. 7. 2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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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검사' 부장 해임 청구

검찰이 김홍영(33·사법연수원 41기) 전 서울남부지검 검사를 죽음으로 내몬 직속상관 김대현(48· 〃27기) 부장검사를 해임키로 한 것은 최근 검찰의 위기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운호 게이트’로 검찰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진정 뼈를 깎는 조직문화 개혁에 나설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검 감찰본부가 27일 발표한 김 부장검사의 비위 내용은 검찰 간부로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 행동이다. 폭언의 사유가 부하 직원이 예약한 식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술을 마실 독립된 방이 없어서 등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것들이 많았다. 견디다 못한 김 검사는 숨지기 전 친구들에게 김 부장검사가 술에 취해 때리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일 처리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폭언하는 등 부당대우를 당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건 초기 검찰 일각에선 “김홍영 검사와 같은 일은 모두 한 번씩 겪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도 있었다.

그런데도 김 부장검사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검찰 특유의 조직문화가 작용했다.

사실 검찰 스스로 ‘조폭’같은 문화를 용인한 측면이 없지는 않다. 후배 검사와 수사관들을 이끌고 수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사영역에서 ‘보스형 리더십’을 갖춘 검사상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일관된 수사와 기소를 위해 구성된 피라미드형 조직구조 역시 이 같은 문화에 일조했다.

법조계에선 조폭같은 문화가 검사장→차장검사→부장검사→평검사로 이어지는 수직적 피라미드 지휘 구조에서 나온다고 본다. 위에서 아래로 명령이 하달되기만 할 뿐 아래에서 위로는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부하직원이 상사의 명령을 거부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설사 하극상이 일어난다 해도 조직에서 ‘문제아’로 찍혀 좌천되기 일쑤다.

김 검사의 극단적인 선택은 검찰의 조폭같은 문화가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부장검사들에게 요구되던 보스형 리더십이 어느새 상사의 고압적 욕설과 폭행 등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얘기다. “검찰 조직과 시대 변화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상하관계, 구태의연한 리더십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통렬한 반성의 마음으로 간부 해임 결정을 내렸다”는 정병하 감찰본부장의 말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식이 묻어난다.

검찰은 김 부장검사에 대한 해임과 별개로 내부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시된 조직문화 개혁방안이 대부분 유야무야로 끝난 점을 감안할 때 약발이 설지 의문이다. 또 왜곡된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선 검찰의 조직구조 자체를 바꿔야 해 검찰 내부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검사의 유족이 검찰의 처분에 반발하고 있어 파장이 금방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검사의 유족은 김 부장 검사에 대한 형사처벌과 검찰총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김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회도 유족과 상의해 후속 대응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 부장검사는 해임된다 해도 변호사법에 따라 3년간 변호사 개업을 하지 못하는 정도”라며 “검찰은 김 부장 개인의 일탈로 이번 사건을 처리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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