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난, 북한의 틈 비집기, 덫에 걸린 중국, 웃음짓는 미국

2016. 7. 27.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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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ARF에서 드러난 남·북·미·중의 외교현실과 친소관계

24~2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진행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 관련 연쇄 외교장관회의는 남북한·미국·중국 등 동북아 핵심 당사국이 처한 외교 현실과 친소 관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여기에 일본·러시아를 더하면 6자회담 당사국 모두를 담은 그림이 그려진다. 이번 회의는 남중국해 분쟁과 북핵 문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주한미군 배치 결정 논란의 와중에 열려 동북아 정세의 가늠자로 불려왔다. 비엔티안에서 펼쳐진 동북아 관련국 ‘외교전쟁’의 대차대조표는 어떨까?

■ 한국, 외교 수난 시대의 도래 ‘사드 주한미군 배치 결정’을 둘러싼 갈등이 한국 외교에 재앙이 될 수 있음이 이번 회의로 ‘1차 검증’됐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한국 냉대와 북한 환대가, 한국 외교가 헤쳐가야 할 ‘수난 시대’를 예고한다. 국내외 언론의 관심이 ‘북핵 대응’보다 ‘사드 논란’ 쪽으로 크게 기운 사실이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뒤 대북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론이 이미 형성됐는데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의장성명의 북핵 관련 문안이 전보다 후퇴할까 노심초사한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사드 주한미군 배치’에 끝까지 반대하며 대응 행동에 나설 경우 뾰족수가 없다는 점이 한국외교의 험난한 앞길을 예고한다.

■ 북한, ‘빈틈 비집기’로 고립 탈출 모색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회의 기간 여유로웠다.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 등으로 국제적 고립이 심화된 북한의 외교 책임자답지 않은 태도다. ‘불감청 고소원’의 상황 덕분이다. 남중국해 분쟁으로 미·일과 중국 사이에, 사드 논란으로 한·미·일과 북·중·러 사이에 대치 전선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어서다. 그 대치 전선의 강도만큼 대북제재 국제공조의 균열이 불가피하고, 북한 외교의 활동 공간이 넓어질 여지가 있다. 북-중 양국은 지난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 때 외교장관회담을 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4차 핵실험 뒤 관계가 더 냉랭해졌는데, 이번 회의를 통해 온기가 돌기 시작했음이 드러났다. 중국의 환대에 화답하듯, 리 외무상은 “미국은 아태 지역의 해상분쟁 문제에도 제멋대로 끼여들어 지역정세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며, 남중국해 분쟁에서 확실하게 중국 쪽에 섰다.

■ 중국, 덫에 걸린 용의 몸부림 회의 기간 가장 주목받은 이는 왕이 부장이었다. 그러나 그는 여유로운 공격자가 아니라 절박한 수비자 신세였다. 미국이 놓은 덫에 걸린 ‘용’(중국)의 몸부림은 처절했다. 필리핀 등을 앞세운 미국의 남중국해 분쟁 공세에 맞서고, 한국을 앞세운 ‘사드 주한미군 배치’라는 미국의 동북아 미사일방어(MD)망 전진 배치 시도도 저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가 처한 딜레마는 깊고 난해하다. 왕이 부장은 ‘한국 냉대, 북한 환대’라는 ‘외교 시위’를 벌이는 와중에도, ‘핵 억제력 강화’를 외치는 북한을 상대로 ‘한반도 비핵화 3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한국에 ‘사드 배치 추진 중단’을 압박하면서도, 한국이 미·일 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완전히 편입되는 ‘불상사’는 막아야 했다. 왕이 부장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과 양자회담에선 남중국해 문제로 ‘뒷골목 말싸움’ 같은 격한 언쟁을 벌이고도,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 문제 논의를 위해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를 8월에 열자는 일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더구나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외교 영도력’을 과시할 무대인 9월 항저우 주요 20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한·미·일 등의 ‘협조’가 필요하다. 회의 기간 이 부장의 행보가 얼핏 자기분열적으로 비쳐진 이유다.

■ 미국, 위험한 공격자 왕이 부장이 절박한 수비자였다면,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여유로운 공격자였다. 남중국해·북핵·사드라는 3대 현안 모두 ‘미국 공격, 중국 수비’ 구도 안에 있다. 케리 장관은 윤 장관과 양자회담에서 올해 안 ‘2+2(외교·국방) 장관회의’ 개최를 합의해 한·미 동맹을 지구화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케리 장관은 27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만나,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12일) 이후 남중국해 분쟁 대처 방안을 조율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을 제소한 당사국이다. 이런 행보의 ‘표적’은 중국이다. 케리 장관은 25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회의 공식 환영만찬에선 리용호 외무상의 양 옆에 앉은 파키스탄·파푸아뉴기니 외교장관과는 반갑게 인사를 했지만, 리 외무상한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북한엔 관심없다’는 외교적 제스처다.

비엔티안(라오스)/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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