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늑대' 이용해 '종교 전쟁' 몰아가는 IS

이희경 2016. 7. 2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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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프랑스 성당테러.. 신부 살해 / 제단 올라 인질 향해 아랍어 설교 / '종교전쟁' 선전 위해 전과정 녹화 / 프랑스서 '기독교 테러' 첫 실행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의 한 성당에서 인질극을 벌인 무장괴한들이 80대 신부를 참혹하게 살해할 당시 성당에서 아랍어로 설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간 불특정 민간인을 노린 ‘소프트타깃’ 테러에 몰두했던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서구 사회의 뿌리인 가톨릭을 직접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또 이번 공격은 니스 트럭 테러와 같이 IS 등의 영향을 받은 ‘외로운 늑대’가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을 통해 IS 이념에 물든 젊은 테러범들이 급격히 늘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델 케르미슈(19) 등 무장괴한 2명은 전날 오전 9시43분쯤 생테티엔 뒤 루브레 성당에 들이닥쳐 미사를 집전하던 자크 아멜(86) 신부를 무릎 꿇렸다. 이후 흉기로 아멜 신부를 살해했고, 제단에 올라 남은 인질 4명을 향해 아랍어로 설교를 진행했다. 무장괴한들은 이 과정을 전부 녹화했다. 현장에 있던 다니엘르 수녀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그만하라. 당신들이 하는 일을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당신들은 모른다’고 소리쳤지만 그들은 신부님을 꿇게 했다”고 전했다. 의도적으로 사제를 노려 공격한 뒤 이 모습을 IS가 추구하는 ‘종교 전쟁’의 선전 도구로 삼으려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테러를 기점으로 IS의 종교 테러가 유럽 전역에서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IS는 지난해 리비아에서 기독교인 이집트인 21명, 에티오피아인 31명 등을 살해하며 이 장면을 촬영하는 등 이번 프랑스 성당 테러와 유사한 방식으로 중동 지역에서 종교 테러를 감행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동에서 일반적으로 자행되던 가톨릭, 기독교에 대한 테러가 유럽에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알제리 출신 지하디스트가 파리 남부 빌레주이 내 교회 2곳에서 총기 테러를 계획하다 적발된 적은 있지만 프랑스에서 가톨릭, 기독교를 대상으로 한 테러가 실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이번 공격이 IS 점령 지역인 시리아 등을 방문한 적이 없는 알제리계 프랑스인이 벌인 ‘외로운 늑대(늑대무리)’ 유형의 테러인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란 분석이다. 교육자의 아들로 평범한 소년이던 케르미슈는 지난해 1월 잡지사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극단주의 성향을 보였고, 그해 3월부터 형제, 사촌의 여권을 가지고 시리아로 가려다 독일 당국 등에 적발됐다. 프랑스 당국은 케르미슈에게 국가안보 테러 관련 요주의 인물 등급인 S등급을 부여하고 전자발찌를 채웠지만 그는 외출이 허용된 틈을 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라파엘로 판투치 국제 싱크탱크 ‘루시’의 연구소장은 “IS는 2년 전부터 외로운 늑대 유형의 테러를 적극 독려했는데 최근 이런 유형의 공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계획적인지 충동적인지 혹은 IS에 직접 지시를 받았는지 아닌지 등 모든 것이 모호한 게 이런 테러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시리아에 가려고 하는 이들은 영국에서만 3000명 이상에 달하고 프랑스는 (IS 추종자가) 더 많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8일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통근열차 도끼 테러, 22일 독일 뮌헨 쇼핑몰 테러에 이어 이번 공격 역시 10대가 벌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테러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럽에 정착하지 못해 생활고를 겪는 난민 청소년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급진적인 IS 이념을 학습해 테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유럽에 홀로 남겨진 미성년 난민들은 범죄에 노출되거나 극심한 우울증 등을 겪고 있지만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상원 유럽연합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는 “지난해 동행자 없는 미성년자는 8만8265명으로 전년 대비 3.8배 증가했으며, 이들은 인신매매와 성범죄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희경·조성민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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