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무대서 거친 말 쏟아낸 北 리용호..도발명분 축적?

권혜정 기자 2016. 7. 2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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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난하며 향후 도발 시사 대북제재 완화 위해 친중 노선 정한 듯
북한 리용호 외무상(완쪽)과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25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회담을 하기 위해 만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국제무대 데뷔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폐막과 함께 끝이 났다.

리용호는 ARF에서 기자회견 등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밝히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했지만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에 그쳤다는 평가다.

리용호는 26일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선반도 비핵화는 하늘로 날아갔다"며 "우리가 추가 핵실험을 하는가 마는가는 전적으로 미국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우리가 실질적 위협을 당하지 않는 한, 핵보유국으로부터 침략위협을 당하지 않는 한 함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용호의 발언은 이처럼 미국을 향한 비난과 핵보유국으로서의 입장을 밝히는 것에 집중됐다. 이는 지난 7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밝힌 '핵 보유국 천명' 등 기존의 북한 입장과 궤를 함께 한다는 평가다.

다만 전문가들은 리용호의 발언을 통해 북한이 향후 도발에 대한 명분 쌓기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리용호는 기자회견과 질의응답에서만 '미국'이라는 단어를 13회 사용하며 비난에 열중했다. 그는 미국에 의해 한반도 비핵화는 사라졌고, 이에 따라 북한의 추가 핵실험 여부 역시 미국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악화된 한반도 긴장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통일전략실장은 "리용호의 발언은 북한의 향후 핵실험 등의 도발 원인을 한국과 미국에 돌리기 위함"이라며 "명분 쌓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은 "북한은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이를 대미, 대중 압박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미국을 향해서는 대북 압박 수위를 낮추기 위해서, 중국을 향해서는 대중 관계 개선을 위한 카드로 핵실험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리용호는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분명히 함으로써 이른바 '사드국면'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한 중국에 밀착, '친중'으로 노선을 정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는 대북제재 완화에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을 이용해 대북제재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사드에 반대하는 중국과 더욱 친밀한 구도를 형성함으로써 중국을 확실한 자기편으로 만들어 대북제재 국면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듯하다.

이런 가운데 리용호는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 열리는 시기를 "8월의 먹구름" 이라 언급하며 도발의 시기를 구체화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성장 실장은 "북한이 이 시기에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고 시사한 것"이라며 "이번 훈련에서도 지난 3~4월처럼 북한에 대한 참수작전, 혹은 북한 진격을 겨냥한 훈련 등이 실시될 경우 이를 핑계로 삼아 핵실험을 강행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고 관측했다.

한편 기존 입장을 답습한 리용호의 입장에 따라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는 한 당분간 남북관계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수석 실장은 "리용호가 기자회견을 통해 핵실험을 안하겠다고 밝힌 것도 아니고 특별한 제안도 하지 않았다"며 "당분간 위장 평화 공세를 계속 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남북관계를 언급한 리용호의 발언은 국제무대에 '북한이 대화를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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