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로 드러난 김 부장검사의 지독한 폭행·폭언

윤창희 입력 2016. 7. 27. 15:08 수정 2016. 7. 27. 23: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하에 폭언·폭행’ 부장검사 첫 해임 청구

[연관기사] ☞ [뉴스9] ‘부하에 폭언·폭행’ 부장검사 첫 해임 청구

대검 감찰본부가 밝힌 고(故) 김홍영(33) 전 서울남부지검 검사의 상관 김모 부장검사의 폭행 사례는 반복적이고 일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대검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 검사장)은 지난 1일 시작한 김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 결과 모두 17건의 비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 서 5월19일 김홍영 검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서울남부지검이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지만, 의혹이 커지자 김수남 검찰총장은 대검 감찰본부에 직접 감찰을 지시한 바 있다.

대검은 김 부장검사의 가혹 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서울남부지검, 법무부에서 근무한 2014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최근 2년 5개월의 근무기간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감찰 결과, 2년 5개월간 김 부장검사가 저지른 17건의 비위 사실을 확인했다고 감찰본부는 밝혔다. 구체적인 비위 행위는 서울남부지검 10건, 법무부 7건으로 파악됐다.

감찰 본부는 김 부장검사의 비위 사실을 밝히기 위해 그와 김홍영 검사의 컴퓨터 기록, 김 검사의 청사 출입 및 내부전산망 접속 내역, 휴대전화 통화, 김 검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친구들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 등을 정밀 분석했다.

이 결과 김 부장검사는 부하 직원인 김홍영 검사에 대해 반복적으로 폭행과 폭언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미제 사건을 미리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 검사에게 폭언하는 등 인격 모독적인 언행을 수 차례 했다. 부 회식 등 술자리에서 김 검사를 질책하다 술에 취해 손바닥으로 검 검사의 등을 쳐 괴롭힌 행위도 수회 있었다.결혼식장에서 술 먹을 방을 구해오라는 지시를 내리고 이행하지 못하자 폭언을 한 점도 사실로 확인됐다.

대검 감찰본부 정병하 검사장이 김홍영 검사 사건 자살에 대한 감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외에도 김 부장검사는 법무부 근무 당시 중요하지 않은 사항을 보고했다는 등의 이유로 다른 검사, 검찰직원, 공익 법무관 등에게도 수차례 욕설을 하거나 폭언을 했다. 민원 발생을 보고하지 않은 경위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보고서를 구겨 바닥에 던지는 등 인격 모독적 언행도 수 회 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찰본부는 "김 부장검사가 소속 검사와 공익법무관, 직원 등을 지도·감독하는 과정에서 폭언이나 모욕 등 인격 모독적 언행을 일삼은 점, 피해자들이 몹시 괴로워했던 점 등을 고려해 김 부장의 품성이나 행위로는 더 이상 검사로서의 직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찰본부는 김수남 총장에게 김 부장검사의 해임 청구를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감찰위원회 권고에 따라 김 총장은 법무부에 김 부장검사의 해임을 청구할 예정이고, 법무부는 검사징계위원회를 열어 해임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김 부장검사는 해임 징계가 확정될 경우 변호사법에 따라 3년 간 변호사 개업을 하지 못한다. 다만, 감찰본부는 김 부장검사의 폭언과 폭행이 형사처벌 대상은 아닌 것으로 봤다. 감찰본부는 또 직상급자인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에게는 지휘책임을 물어 검찰총장 경고 조치를 권고했다.

◆카톡으로 드러난 진실

단순 사고, 사고로 묻힐뻔했던 이번 자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그가 친구들에게 보낸 몇 통의 카톡 때문이었다.

지난 5월 자택에서 김 검사가 업무 스트레스와 검사 직무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질 때만해도 단순한 업무 부적응자의 자살로 간주됐다.

하지만 이후 그가 평소 친구들에게 카톡을 통해 상사인 김 부장검사가 잦은 폭언과 폭행에 시달린다며 고충을 자주 털어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 검사는 평소 친구들에게 '부장이 술에 취해 때린다', '술 시중으로 힘들다', '죽고 싶다'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파문이 확산되자 김홍영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 41기 동기들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의 동기 중 700여명은 대검찰청에 성명서를 제출하고 이번 자살의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은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하고, 인간적인 김홍영 검사가 죽음에 이르게 된데는 드러나지 않은 의혹이 있다고 강조했다.

양재규 변호사 등 김홍영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 700여명은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결국 의혹이 커지자 대검 감찰본부가 직접 조사에 나섰고, 비위 사실을 적발해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그간 뇌물을 받거나 직권을 남용해 해임된 사례는 있었지만 김부장검사 처럼 후배에 대한 폭언·폭행이 이유가 된 것은 처음이다. 검찰로서는 이번 사건이 드러낸 조직 문화의 민낯이 뇌물수수나 직권남용에 비견할만한 심각한 문제라 본 것이다.

감찰 결과 발표 이후 김홍영 검사의 아버지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여전히 많은 검사가 아들과 같은 상황에 처해있을 수있다"며 "검찰 조직에 대한 새로운 뭔가가 이뤄지는 게 아들의 명예를 되찾을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홍영 검사가 검사 발령증을 받고 찍은 사진이다. 유족제공


그간 감찰을 통한 검사 해임 사례는 2013년 '뇌물수수' 혐의로 처벌된 김광준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 피의자와 성관계를 한 전모 검사, 매형 로펌에 자신이 수사한 피의자를 소개한 박모 검사 등이 있었다.

정병하 감찰본부장은 "바람직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 고인의 죽음 같은 안타까운 일의 재발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며 "이번 일을 거울삼아 검찰 내부 문제를 겸허히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윤창희기자 (theplay@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