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 기자의 채널고정] '굿와이프' 전도연 속눈썹 떨림만으로도..미드와 결이 다르다

2016. 7. 27. 11:1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지태-윤계상 삼각관계 속에
페미니즘적 기본 색채 옅어져…
배우 열연, 리메이크 한계 극복

미드(미국드라마) ‘굿와이프’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은 ‘페미니즘’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 드라마에 대해 일찌감치 “현대적 페미니즘을 혁명적으로 보여줬다”고 했다. 드라마는 아내, 엄마, 전문직 종사자로서의 한 여자의 스토리를 담는다. “여자들은 그늘에서 남편을 돕는게 굿와이프지.”(미드 ‘굿와이프’ 시즌1 中) 아들의 성추문에 며느리와 연대의식을 가지면서도 시어머니에게 정해놓은 ‘굿와이프’의 덕목은 ‘헌신’이다. 

tvN 드라마‘ 굿와이프’는 동명의 미국드라마를 리메이크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 미드와는 다른 흐름속에 배우들의 열연이 호평받고 있다. 사진은 전도연과 나나, 전도연의 남편으로 나오는 유지태(오른쪽 사진 위)와 연수원 동기역의 윤계상.

동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tvN ‘굿와이프’의 이정효 PD는 앞서 제작발표회 당시 드라마의 결말을 정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PD는 “원작의 매력처럼 좋은 아내가 되는 것이 정말 좋은 것인가, 단순하게 좋은 아내가 되는 과정, 좋은 아내가 돼야한다는 틀에 받힌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며 “원작과 다른 결말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

‘굿와이프’는 미국 CBS에서 동명의 제목으로 2009년 첫 방송, 지난 5월 시즌7으로 대단원에 막을 내린 드라마다. ‘비교는 숙명’이라는 이정효 PD의 ‘자진납세’처럼 국내 첫 ‘미드’ 리메이크작으로 첫 발을 디딘 ‘굿와이프’는 슬슬 심판대에 오르고 있다.

11년 만에 안방으로 돌아온 배우 전도연은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독특한 여성캐릭터 김혜경을 연기한다.

15년간 전업주부로 살았던 아내이자 엄마이며, 며느리인 ‘그녀’는 성(性) 스캔들에 얽혀 추락한 검사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변호사가 된다. 원작에선 한 때는 유능한 변호사였다가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었으나, 한국판으로 넘어오며 김혜경은 경력이 전무한 여성이 됐다. ‘경력이 전혀 없는’, 심지어 ‘아이가 둘인’, 게다가 ‘나이도 많은’ 여성이 난데없이 전문직 여성이 됐다는 거다. 물론 ‘과거의 수재’인지라 그간 여타 한국드라마에서 이혼 당한 아내이자 엄마들이 살아가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산다. 이를 테면 신문 정기구독마저 남편의 명의로 돼있을 만큼 ‘자기’라곤 없던 여자가 난데없이 정글에 떠밀린 뒤 눈물을 쥐어짜내며 이를 악 물다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그 모진 핍박과 모멸을 견뎌내다 자신의 식당을 개업하는 것으로 ‘홀로서기’한다는 식과는 다르다. 


김혜경은 부러울 정도로 업무처리 능력이 뛰어나다. 로펌 입성 첫날 서류뭉치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것만 빼면. 게다가 ‘홍반장’처럼 눈빛 하나로 원하는 정보를 척척 빼내는 사무원 김단(나나)의 도움으로 승소를 끌어내는 장면들은 한 편의 ‘버디영화’를 보는 듯한 짜릿함이 따라온다. 두 명의 매혹적인 여성이 공동의 성취를 위해 나아가는 장면들은 소위 말하는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프레임을 걷어내며, 지금까지 한국드라마가 보여주지 못한 명장면을 연출한다.

이 드라마는 어찌됐건 ‘페미니즘’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기에 ‘마지막 정의’가 살아있다 믿게 만드는 법정드라마가 손 쉽게 안기는 카타르시스는 여주인공을 통해 완성된다.

마약과 각종 스캔들로 점철됐던 사건은 ‘한드’로 넘어오며 시의성을 담아낸 점이 흥미롭다. 2회 방송에 등장한 재벌가 자제의 성폭행 사건은 최근 연예계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 중인 성추문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여성 캐릭터의 해석은 흥미롭다. 한 때 유흥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여대생은 성폭행 피해자. 대신 “그런 데서 일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도 상관없냐”고 반문하고, 거액의 합의금을 제시하는 가해자에게 ”잘못한게 없는데 왜 돈을 주냐”고 묻는다. 성(性), 돈, 명예로 구분되는 권력관계에 대한 이 질문으로 여대생은 애처로운 피해자의 옷도, 영악한 꽃뱀의 그림자도 지웠다. 이정도면 한국드라마에서 원작의 진일보한 리메이크인 셈이다.

다만 드라마는 무려 일곱개의 시즌을 거듭하며 완성한 여주인공 알리샤(줄리아나 마굴리스)의 주체적인 모습은 16부작 한드로 넘어오며 속전속결로 처리되는 모습이 적지 않다. 6회까지 방영된 현재 김혜경과 남편 이태준(유지태), 연수원 동기 서중원(윤계상)의 삼각관계 역시 급속도로 진행하며 주제의식(페미니즘)은 옅어지고 있다.

미드 ‘꼬리표’를 완벽히 지운 건 배우들의 연기다. 선악이 공존하는 배우 유지태는 신(新) ‘아재파탈’로 올라섰으며, 모두의 우려를 씻은 나나는 배우가 더 어울리는 얼굴로 거듭났다.

드라마 시작 전 소속사에선 “모두가 기대하고 있어 도리어 부담스럽다”고 했으나 압권은 전도연이다. 뻔히 들여다보이는 여성 변호사의 통쾌한 승소 장면들은 전도연의 섬세한 감정연기 덕에 복잡한 결을 가지게 됐다. 경멸과 연민이, 환멸과 천진함이 오간다. 남편의 보석심리에서 김혜경은 증인석에 앉아 “사랑하고 증오한다”는 대사처럼 전도연은 속눈썹의 떨림만으로도 극단을 오가는 감정을 연기한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리아이 영어글쓰기, 어떻게 교육하나요]
남녀 해군 부사관, 근무중 통영함서 성관계 '감봉 조치'
GS건설이 분양하는 “마포자이3차”... 입주 때는 “분양가가 전세가
‘신이 빚은 육체’ 한혜진, 꼬꼬마 시절 이미 7.9등신…
이진욱 무혐의 밝혀졌다…상대 여성 ‘허위 고소’ 시인
수백억 자산가 박세리, 13억 빚 못 갚아 단독주택 경매
강정호 성폭행 신고자는 23살 백인 여성
“테러범, 86세 신부 무릎 꿇히고 잔혹히 살해”
‘월 300만원’ 女강사, 포켓몬 고에 직업 바꿔
‘무고 정황’ 이진욱, 중단됐던 광고 다시 살아날까?
GS건설이 분양하는 “마포자이3차”... 입주 때는 “분양가가 전세가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