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꿀팁] 복날에 먹는 삼계탕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한국일보 2016. 7. 2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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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복날 보양식을 먹는 풍습으로 여름철 삼계탕의 수요가 급증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7일은 중복이다. 가장 더운 시기인 삼복기간의 중간이다. 이 시기에 우리 식탁에 제일 많이 오르는 동물은 닭일 것이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에 의하면 1년에 도살되는 전세계에 닭의 수는 약 450억 마리이며 2012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 나라의 경우 1년에 인구 한 명 당 소비하는 닭고기는 16.9㎏ 에 달한다. 이렇듯 우리의 생활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닭에 대해서 사람들은 얼마나 알고 먹고 있을까.

닭은 유럽에서 인정하는 품종만 해도 180여종이나 되지만 국내외 대부분의 농장에서 육계로 생산되는 하이브리드종은 몇 종에 불과하다. 현재 농가에서 주로 사육되는 육계는 부화한 날의 체중은 40g 이지만 3일만에 80g이 되고 30일이 지난 후에는 1.5㎏의 체중을 쉽게 넘어선다.

50년 전만 해도 한 마리의 병아리가 지금의 병아리보다 사료를 3배 많이 먹어도 60일이 되어야 1.5㎏의 몸무게로 성장할 수 있었다. 생산성을 높이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가 과학의 도움으로 단시간에 성장하는 ‘수퍼닭’을 발명하게 된 것이다. 80일에 걸쳐 천천히 성장해야 하는 닭들이 30일만에 빠른 속도로 근육이 생기면서 제대로 걷거나 서지 못하는 닭들도 생겨나곤 한다.

농장에서 닭들이 밀집 사육되고 있다. CIWF

닭은 품종에 따라 평균 수명이 다르지만 평균 5~9년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 식탁 위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닭들은 부화하고 한 달이 지나면 도살된 것들이다. 닭의 기본적인 행동 습성 중 하나인 모래목욕이 가능 하려면 어느 정도의 공간이 필요하지만 1㎡ 당 20마리에서 25마리가 사육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빼곡하게 사육되는 곳에서 닭의 모래목욕은 불가능하다. 참고로 1㎡는 한 평의 3분의 1 정도도 되지 않는 공간이다. 뿐만 아니라 닭은 기본적으로 높은 곳에 올라가 잠을 자는 성향이 있으나 현재 농가의 사육장에는 닭이 올라갈 수 있는 횃대도 없다.

이러한 사실은 닭고기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에게 불편한 진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즐겨먹는 음식이 어떤 과정에서 우리 식탁 위에 올라오게 되는지 알게 된 이상 우리는 닭의 사육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다행히 2014년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육계농장 동물복지 인증기준을 발표하고 인증제를 시행하였다. 이 기준에 의한 사육방식은 다른 육계 농장보다 닭의 밀도가 낮으며 횃대를 설치하며 모래목욕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육계농장은 현재 5개소 밖에 되지 않고 소비자가 쉽게 구할 수 있을 만큼의 생산량은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수요가 충분히 요구되지 않는 상황에서 공급만 할 수는 없으니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닭이 살아있는 동안이라도 편하게 살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그 방법이 제시되기 시작했다. 소비자가 관심을 갖고 동물복지형 농장을 찾는다면 앞으로 닭들의 복지는 개선될 것이다.

이혜원 수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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