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하는 '친박' 분화하는 '친노'

2016. 7. 2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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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새누리, 전대 앞두고 서청원 불출마로 친박 대표주자 없어져… 더민주는 친노끼리 경쟁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계파는 서로 다른 듯하지만 비슷한 점이 많다. 친박이나 친노가 각각 정당에서 다수파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 그 숫자도 현역 의원이 80여명에 이를 정도로 많다는 점, 재선·3선 그룹 강경파 의원들이 계파의 중심세력이라는 점 등이다. 여기에다 이들과 당내에서 맞서는 비박이나 비노가 소수라는 점, 그리고 이들 세력이 하나로 뭉쳐져 있지 않고 여러 갈래라는 점도 비슷하다.

지난 4월 총선 때 새누리당 내부에서 친박과 비박이 엉켜 싸울 때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설마 새누리당이 우리의 예전 모습을 그대로 연출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계파 간 갈등이 심해 새누리당과의 본선보다는 당내 예선에서 친노·비노 간 싸움에 더 열중하던 현상이 새누리당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총선이 끝난 후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던 양당의 계파 갈등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의 친박은 전당대회에서 미는 주자가 없을 정도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반대로 더민주는 친노 세력이 넘치다 못해 유력 주자 세 사람이 ‘친노’로 채워지는 현상에 이르렀다. 말하자면 ‘친노 융성기’에 이르러 ‘친노 분화기’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친박은 8월 9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지만 최경환 의원에 이어 서청원 의원까지 7월 19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사면초가의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친박 진영에서는 이정현·한선교·이주영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친박 주류 진영에서 친박 후보로 인정하는 후보는 한 명도 없다. 한선교 의원은 탈박 의원으로 분류되고, 이정현 의원 역시 친박 주류와 다른 궤도에서 움직인 지 오래됐다. 신친박으로 분류되는 이주영 의원은 7월 3일 출마를 선언하면서 ‘총선 심판’을 언급했다가 친박 주류로부터 불신의 눈길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왼쪽)와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이주영 의원 캠프로 사람들 몰려

친박 주류에서는 ‘서청원 카드’에 잔뜩 기대를 걸었다가 서 의원의 불출마로 헛물만 켜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는 비박인 김성회 전 의원의 총선 외압 전화 녹취록 공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서청원 의원을 위해 김 전 의원의 경기 화성갑 출마에 외압을 행사한 의원들은 최경환·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전 정무수석 등 친박의 핵심 실세다. 이들 정치인이 치명적인 내상을 당함으로써 친박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표 주자는 물론 든든한 지원세력까지 잃어버렸다. 마지막 친박의 카드로는 홍문종 의원의 출마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대표주자감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당내 여론이다.

게다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경북 성주 배치 때문에 친박의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은 어수선하다. TK 친박 의원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친박의 한 관계자는 “서청원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던 상황에서도 친박 쪽에서는 이렇게 해서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다”며 “지금은 대표주자도 없고, 욕은 욕대로 얻어 먹는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친박의 뚜렷한 대표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주영 의원의 캠프에는 매일같이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다. 서 의원 쪽 캠프를 갈까 망설이던 인사들이 대거 이 의원 쪽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최경환·서청원 의원이 친박의 대표주자로 거론될 때 이 의원 캠프는 일시적으로 한산해지기도 했다. 이 의원이 친박의 선택을 받지 못하게 되면 결국 비박 쪽으로 가서 단일화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제기됐지만, 이 의원은 줄곧 친박 쪽도 비박 쪽도 아닌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당의 한 관계자는 “친박이 비난을 많이 받는 상황에서 이 의원이 굳이 친박의 편에 서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밑바닥으로 친박의 지원을 받는 그런 구도를 취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친박이 몰락의 길을 가고 있다면 더민주의 친노는 융성의 길을 가고 있다. 8월 2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력한 세 주자인 추미애·송영길 의원과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이 모두 친노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다수인 친노의 표를 놓고 세 주자가 맞서고 있는 상태다. 김상곤 전 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친노 계파는 분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리지널 친노(노사모 그룹)에서 친문(친문재인)으로 이어지면서 친문은 총선을 앞두고 구친문과 신친문으로 자연스럽게 분류됐다. 구친문은 19대 국회에서 문 전 대표의 주변에 있었던 전해철 의원 등이다. 반면 신친문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기까지 문 전 대표 곁에 섰던 최재성·진성준 전 의원 등이다. 당시 문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 등으로 흔들릴 때 추미애 의원은 최고위원으로 문 대표 측과 같은 입장을 취했다. 문 대표 측이었던 신친문 세력이 대부분 추미애 의원 쪽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지역의 자발적인 주류 당원들이 심정적으로 추 의원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미애·송영길 이어 김상곤도 친노

혁신위원회를 이끌며 문 대표의 옆에 섰던 김상곤 전 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친문 그룹은 또 하나의 분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조국 교수는 페이스북에 김 전 위원장의 출마 선언문을 올려놓았다. 이 선언문 밑에는 ‘고민이 깊어집니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친문 그룹의 고민이 잘 드러난 댓글이다. 김 전 위원장은 혁신위원으로 활동했던 당내 혁신그룹과 경기도 지역 친노·운동권 그룹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범친노로 분류되는 86그룹은 지금까지 송 의원의 주축세력이었다. 여기에 인천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인들이 송 의원을 지원하고 있다. 비노인 통합행동의 멤버들도 송 의원의 지원세력으로 분류된다. 한 친노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 선거에서는 당내 주류세력이 각자 알아서 세 후보별로 나눠진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20대 국회에서는 전당대회 국면과는 별도로, 주류세력에 또 하나의 분화가 이뤄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안희정 충남지사의 인사들이 배지를 달았기 때문이다. 초선인 김종민·정재호·조승래 의원 등이 안 지사와 가까운 인물이다. 내년 대선에 안 지사가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류 그룹 사이에서도 친안(친안희정) 그룹이 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노 쪽 한 인사는 “안 지사 쪽 인물이 거론되고 있다 하더라도 안 지사와 가까운 몇몇 인물에 불과하고, 내부에서는 내년 대선에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안 지사는 ‘포스트 문재인’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8·15 특사와 관련해 이광재 전 의원의 이름이 흘러나오고 있다. 안 지사와 함께 ‘좌희정 우광재’로 불렸던 이 전 의원이 사면을 통해 정계복귀를 한다면 친노에서의 역학관계가 크게 바뀔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내년 대선주자 그룹을 보면 주류의 분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표 외에 안희정 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이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들 정치인은 박원순 서울시장·김부겸 의원·손학규 고문 등과 함께 더민주 대선후보를 놓고 일전을 겨루게 된다. 한 친노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주류 그룹이 알아서 당 대표를 선택하겠지만 내년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친노 의원은 “무조건 문 전 대표라기보다는 당의 정책과 노선을 놓고 역동적인 후보 경선을 펼침으로써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는 후보를 뽑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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