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국에 간 한국 감독들, 홍명보의 생존법

한준 기자 입력 2016. 7. 27.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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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여전히 강등권에서 경쟁해야 한다. 더 강해져야 한다."

2016시즌 첫 3연승 달성. 최근 리그 6경기에서 4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강등권 탈출에 성공한 항저우그린타운의 홍명보 감독은 여전히 냉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저우는 16개팀이 경합하는 중국슈퍼리그(CSL)에서 20경기를 치른 현재 승점 22점으로 12위다. CSL는 15,16위 팀이 2부리그인 갑급리그로 강등된다. 투자 보다 유소년 육성을 중심으로 운영 정책을 짜고 있는 항저우의 올 시즌 목표는 1부리그 잔류다.

4월 10일 텐진터다와 경기부터 6월 19일 상하이선화와 경기까지 항저우는 3무 8패로 11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 빠졌다. 이 시기 홍 감독의 입지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6경기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홍명보의 항저우, 유스와 2군에서 길을 찾다

홍 감독은 `풋볼리스트`와 전화 인터뷰에서 "그 전에는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비기고, 비길 수 있는 경기를 졌다. 지금은 결과를 내기 시작했다. 아직 더 개선할 부분이 많지만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목소리는 밝았다. 당시보단 분명 팀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후반기 경기력이 개선된 과정에는 팀의 결정력이 강화된 부분이 컸다. 2군에서 몸을 만들던 186센티미터의 장신 공격수 탄양(27)이 1군으로 올라오며 힘이 됐다. 홍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직접 2군팀 훈련까지 도맡아 진행하며 될성부른 떡잎을 찾아왔다. "부상이 있어서 전반기에는 뛰지 못한 선수다. 2군 훈련을 통해 경기력이 올라왔고, 원톱 자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기용했는데 잘 해줬다."

"우리 팀은 큰 돈을 들여 선수를 사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1993생 유소년 팀 출신 선수들을 키우고, 2군에 있는 선수들을 활용해야 한다." 홍 감독 체제에서 1997년생으로 만 18세인 수비수 통레이는 1부 데뷔전을 치렀다. 리그 역대 최연소 데뷔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홍 감독 부임 전까지 프로 경기 출전 경험이 없었던 골키퍼 주더하이(23)도 주전으로 도약했다.

항저우는 대한민국 20세 이하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고 성과를 낸 과정에서 홍 감독의 어린 선수 육성 및 발굴 능력에 높은 점수를 봤다. 실제로 홍 감독은 이 부분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장이펑(23), 동위(22), 천종류(23), 차오하이칭(22), 자오위하오(23) 등 주전급 선수들의 나이가 20대 초반이다.

외국인 선수 구성에도 변화를 줬다. 팀 케이힐과 다비 안강이 떠나고 안셀무 하몽과 사미르가 가세했다. "케이힐은 사실 함께 하고 싶었는데 가족 회의를 통해 떠나겠다는 결정을 했다고 하더라. 안강은 기량적 문제로 판단을 내렸다. 하몽은 8개월 동안 부상으로 쉬었던 선수다. 이제 막 돌아왔고 몸을 올리고 있다. 사미르는 원래 좋은 선수였는데 장쑤에 워낙 좋은 선수가 많아져서 데려올 수 있게 됐다." 하몽과 사미르는 최근 득점포를 가동하며 항저우의 상승세에 마침표를 찍어주고 있다.

홍 감독은 "결정을 해줄 수 있는 자원이 늘어나면서 결과를 내고 있다. 그 전에는 좋은 경기를 해도 결과를 내지 못했다. 지금도 크게 좋아졌다고 할 수는 없다. 계속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 개선할 점이 많다. 결정력 부분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제한된 상황에서 결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홍 감독은 지도 방식에 대해 확신과 자신감을 얻어가고 있다.

#중국슈퍼리그의 한국인 맞대결

항저우의 상승세 기점은 6월 25일 허베이전, 7월 3일 연변전, 10일 창춘전에서 3연승을 달리면서 찾아왔다. 연변과 창춘은 각각 박태하 감독과 이장수 감독 등 한국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나란히 잔류를 목표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홍 감독은 "다른 외국인 감독과 경기를 해서 이겼을 때보다 아무래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을 사실"이라고 했다. 한국인 감독들이 모두 좋은 결실을 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홍 감독은 지금까지 한국인 감독간 대결에서 2승 1무 1패로 우세한 전적을 기록 중이다. 장외룡 감독의 충칭에 1무 1패로 유일한 열세다.

최대 고비는 연변과 경기였다. "연변 원정은 어려운 경기다. 현지의 응원 열기도 뜨겁다. 원래 목표는 승점 1점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전반전에 골을 쉽게 얻으면서 잘 풀어갈 수 있었다." 홍 감독은 연변 원정 이후 하루를 더 머무르며 2군 경기도 지켜보는 등 박태하 감독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최용수 감독이 장쑤로 합류했다. 중국행을 결정하면서 홍 감독과 연락을 주고 받기도 했다. 홍 감독은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장쑤는 워낙 좋은 선수가 많다. 알아서 잘 할 수 있는 팀"이라며 웃었다.

중국슈퍼리그에는 콜롬비아 대표 공격수 로저 마르티네스, 한국 대표 수비수 홍정호를 이번 여름데려온 장쑤를 비롯해 유로2016에서 맹활약한 그라치아노 펠레와 뉴캐슬의 파피스 시세 등을 영입한 산둥루넝 등 막대한 투자를 하는 팀들이 많다. 홍 감독은 이런 팀을 상대로 이기는 법을 알아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최근 6경기에서 유일한 패배를 펠레와 시세가 뛰며 골을 넣은 산둥에게 당했다. "대단한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더라. 아무래도 선수들이 이런 유명한 선수들을 상대하면서 심적으로 어려워하는 것이 있더라. 그런 점들을 이겨내고 경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감을 갖고 플레이해야 한다. 앞으로 더 나아져야 하는 부분이다."

길었던 무승의 시간도 있었고, 최근 반전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홍 감독은 "팀에서 원하는 것은 꾸준하다. 좋은 선수를 키워 달라는 것"이라며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했다. 긴 무승에도 "압박감은 없다"고 했고, 최근 상승세에도 "아직 개선할 부분이 많다"며 차분하게 목표에 정진하고 있다.

승패에 초연한 홍 감독이지만 지난 주말 텐진전은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고 했다. "항저우에서 G20이 열려서 진화시에서 홈 경기를 하고 있다. 말이 홈이지 사실 멀어서 우리는 원정 경기를 가는 것 같다. 텐진은 경기 일정이 취소되어서 우리 보다 휴식 시간이 많았다.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이겼다. 날씨도 덥고 힘든 상황에서 선수들이 잘 해줬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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