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남중국해가 결국 발목.. 대북제재 공조 틈 생길까 우려

조영빈 2016. 7. 27.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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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F 외교장관 회의] 북한 규탄 의장성명 채택 연기

윤병세 외교, 사드 문제로 얼굴 붉혔던

왕이와 다시 만났지만 인사 안해

EAS 회의선 남중국해 격론

미국ㆍ일본ㆍ호주 협공에 중국 강력 반발

수치 등 각국 장관 만난 리용호

북 고립 탈피 위해 빈틈 공략

아시아ㆍ태평양지역 외교 수장들이 총출동한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와 남중국해 문제 등 급박한 현안을 두고 각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부딪친, 총성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우리 정부는 대북 압박을 위한 국제 사회의 지지를 적극 호소했으나 각국의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대북 공조 체제의 균열 우려도 커졌다.

26일 비엔티안에서 잇따라 열린 아세안+3(한중일)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윤병세 외교장관은 북한의 추가 도발을 경고하면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철저한 이행을 주변국에 주문했다. 윤 장관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참가한 ARF에서 "지난 1월 핵실험 이후 15번에 걸친 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도발 위협이 과거 어느 때 보다 엄중하다"며 “이 지역 모든 국가들이 일치단결해 한 목소리로 북한에 경고를 보내달라"고 강력 호소했다.

윤 장관은 앞서 24일 비엔티안에 도착한 후 미중일을 비롯해 브루나이 싱가포르 필리핀 뉴질랜드 호주 등 15개국과 양자회담을 가지며 대북 압박 지지를 당부했다. 특히 북한 우방국인 라오스가 이번 ARF 의장국을 맡으면서 의장성명 채택의 난항이 예상된 점을 감안, 도착 당일 살름사이 꼼마싯 라오스 외교장관을 만나 “국제사회의 분명한 대북메시지가 발신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의장국이 중심을 잡아줄 것을 우회적으로 설득한 것이다.

이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핵개발 위협을 거론하며 “이러한 행동들에 대한 '실질적 결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게 하는 것이 우리의 단호한 입장”이라고 힘을 실었다. 케리 장관은 “지금까지 내가 참석한 거의 모든 회의에서 말한 주제는 북한의 도발적이고 매우 우려스런 행동에 대한 것”이라며 “북한의 행동은 동북아 지역뿐만 아니라 국제 평화에 매우 심각한 위협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 측이 주력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는 남중국해 문제와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으로 삐걱댔다. 사드 배치에 반발해온 중국은 ARF 의장성명 초안에 사드 배치 우려 조항을 포함시켜 국제 분쟁화를 시도했고, 이에 한국과 미국 등이 반발하면서 이날 성명 채택은 무산됐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의장성명에) 사드를 거론하는 상황에서 의장성명 채택에는 며칠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사드 배치 문제로 서로 얼굴을 붉혔던 윤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오전 아세안+3회의에서 다시 조우했으나, 별다른 인사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간 불편한 관계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호주 등이 참가한 EAS 외교장관회의에서도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일본 호주가 전날 회담을 갖고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 수용을 촉구하며 중국을 협공한 데 대해 중국이 강한 불만을 터뜨리면서 ‘중국 대 필리핀ㆍ미국ㆍ일본ㆍ호주’간 대립구도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평화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된다”며 중립적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국제사회의 대립 구도 속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다양한 접촉을 시도하며 대북 제재의 빈틈을 노렸다. 리 외무상은 전날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의 회동을 통해 북중 관계 개선의 전환점을 확보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리 외무상은 인도와 노르웨이 미얀마 브루나이와도 양자 회담을 가졌다. 미얀마의 실질적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선 유엔에서의 지지와 방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엔티안(라오스)=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mailto: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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