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해임' 1년..그동안 롯데그룹엔 무슨 일이

곽재민.이현택 2016. 7. 27.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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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은 롯데그룹의 이른바 ‘왕자의 난’이 본격화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딱 1년 전인 지난해 7월 27일,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장남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손에 이끌려 일본 도쿄로 향했다. 이날 신 총괄회장은 도쿄에 있는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임원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손가락질하며 이른바 ‘손가락 해임’을 지시했다. 해임 지시된 임원 중에는 차남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과 신 총괄회장이 영입한 전문경영인인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ㆍ72) 롯데홀딩스 사장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신동주 천하’는 단 하루였다. 신동빈 회장은 다음날인 7월 28일 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소집, 아버지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했다. 이후 잠잠하던 신동주 전 부회장은 그 해 10월 8일 ‘본부 앞 적진’격인 소공동 서울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전격 기자회견을 열고 소송전에 들어갔다. 호텔롯데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회계장부 열람 청구 소송 등 10여건을 제기했다. 롯데그룹에서 소송에 대응해 제기된 회계장부 일부는 검찰에 넘겨져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의 기초 자료로 사용됐다.

신 회장 형제는 이후 이어진 소송과 의혹 제기, 주주총회 등을 통해 재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아버지의 육성 동영상과 친필 회장 임명장 등을 제시했고, 신동빈 회장은 “상법상 창업주인 아버지의 지명은 효력이 없다”는 논리를 들이대며 철저히 주주 표심 다지기에 들어갔다. 그 덕분에 2대 주주 종업원지주회(한국의 우리사주 개념, 롯데홀딩스의 지분 27.8% 보유) 등 주주들의 과반 이상 지지를 받은 신 회장이 세 차례에 걸친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승리는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원 롯데 원 리더’를 내세우며 새 시대를 꿈꾸던 신 회장은 지난달부터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올스톱 된 상태다. 기업의 이미지는 추락했고, 굵직한 인수ㆍ합병(M&A)건과 신규 투자가 잇따라 무산되면서 정상적인 기업 경영도 사실상 멈췄다. 주력 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미국 석유회사 액시올 인수를 철회했다. 롯데쇼핑 등 상장 계열사 9곳의 시가총액은 지난 21일 기준 23조9220억원으로 롯데그룹에 대한 압수수색 전인 지난달 초에 비해 1조5000억원 이상 줄었다. L투자회사 등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투명화하고, 일본 지분율을 낮추기 위해 진행해왔던 호텔롯데의 상장도 무기한 연기됐다.

롯데가(家) 형제의 경영권 분쟁은 베일에 가려있던 롯데그룹의 비밀을 세상에 드러내는 기폭제가 됐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물론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가 일본에 있으며, 일본 주주들로 구성된 이 회사의 주총 결과에 의해 경영권이 뒤바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기업’ 논란까지 일었다. 게다가 신 총괄회장의 치매 논란까지 나왔다. 그동안 형제는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필요성을 가리기 위해 치매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2013년 도입된 성년후견인제는 질병ㆍ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해 가정법원이 법정대리인인 후견인을 정해 주는 민법상 제도로 과거 금치산ㆍ한정치산자를 대체했다.
▶관련 기사
① [단독] 롯데, ‘비자금 의혹’ 中 러키파이 지난해 일부 매각…나머지 2곳도 매각 계획
② [단독] '롯데 이미지 디스카운트'가 생겨난 이유는

오너 일가의 수난은 이뿐만이 아니다. 신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면세점 입점을 대가로 거액의 뒷돈을 챙기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 7일 구속됐다. 롯데 오너 일가 중 첫 번째 구속이다. 신동빈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검찰은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 부회장과 황각규 운영실장(사장),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 등 신동빈 회장의 핵심 가신들을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신 회장을 비롯한 그룹 핵심들이 구속될 경우 롯데그룹의 경영 공백은 불가피하다. 한 롯데 임원은 “신동빈 회장의 부재 및 핵심 임원들의 추가 구속 여부에 대한 시나리오를 그룹 정책본부에서 스터디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위기 상황임에도 이를 반격의 기회로 삼으로는 신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롯데그룹과 오너 일가의 운명은 앞으로의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전망이다. 신동주 회장 측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중앙일보 EYE24팀의 인터뷰 요청에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전했다.

곽재민ㆍ이현택 기자 jmkwak@joongang.co.kr

‘손가락 해임’ 1년, 무슨 일이 있었나
- 2015년 7월27일= 신동주 전 부회장, 신격호 총괄회장 등 친족 5명과 일본으로 건너가 신동빈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 해임.
- 2015년 7월28일= 신동빈 회장, 일본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 소집. 신격호 대표이사 회장을 해임. 신 총괄회장, 딸 신영자 이사장과 함께 한국으로 귀국.
- 2015년 7월30일= 신 전 부회장, 국내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 재임명 내용 담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서 공개.
- 2015년 8월2일= 신 전 부회장,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차남을 회장으로 임명한 적 없다”는 영상 공개.
- 2015년 8월3일= 신동빈 회장 일본서 귀국 후 대국민 사과문 형식의 입장 발표.
- 2015년 8월 4일= 롯데그룹 37개 계열사 사장단, 신동빈 회장 지지 선언.
- 2015년 8월11일= 신동빈 회장 대국민 사과. “호텔롯데 상장하고 그룹 순환출자를 연내 80% 해소하겠다”고 밝혀.
- 2015년 8월13일= 신동빈 회장,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참석 위해 출국
- 2015년 8월17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개최. 신동빈 회장 제안 안건 통과시키며 지지 확인.
- 2015년 9월10일= 호텔롯데 비공개 임시 주주총회. 기업공개 안건 처리 및 신동주 호텔롯데 등기이사에서 해임.
- 2015년 9월17일= 신동빈 회장,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기관 국정감사 출석해 “2차 경영권 분쟁 가능성 없다”고 일축.
- 2015년 9월30일= 신격호 총괄회장, 제2롯데월드 방문
- 2015년 10월8일= 신동주 전 부회장 기자회견 열고 “한국과 일본에서 롯데홀딩스 등 상대로 소송 제기했다”고 밝혀.
- 2015년 10월14일= 광윤사 주주총회.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을 광윤사 이사직에서 해임.
- 2015년 12월 18일= 신 총괄회장 넷째 여동생 신정숙(78)씨, 서울가정법원에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
- 2016년 2월19일= 신동주 전 부회장, 일본 도쿄 기자회견서 종업원지주회 주식 재분배 등 제안.
- 2016년 3월6일= 신동빈 회장,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서 두 번째 승리.
- 2016년 3월 25일= 신격호 총괄회장, 롯데제과 및 호텔롯데 등기이사 퇴장
- 2016년 4월 4일=신동주 전 부회장, 호텔롯데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재판
- 2016년 5월19일= 신격호 총괄회장, 정신감정 거부하면서 병원서 무단 퇴원. 호텔롯데 기업공개 증권신고서 금융위원회에 제출
- 2016년 6월 10일= 검찰, 롯데 본사와 호텔ㆍ쇼핑 등 17개 계열사 압수수색.
- 2016년 6월 13일= 호텔롯데,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신고서 제출.
- 2016년 6월 14일= 검찰, 롯데케미칼 등 10개 롯데 계열사 2차 압수수색.
- 2016년 6월 25일= 신동빈 회장,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서 세번째 승리.
- 2016년 6월 28일= 신격호 총괄회장, 2010년부터 치매약 복용 논란. 검찰, 롯데장학재단 압수수색.
- 2016년 7월 1일= 신영자 이사장, 롯데 오너 일가 중 첫 검찰 소환.
- 2016년 7월 2일=신동빈 회장, 4주만에 귀국 “심려 끼쳐드려 죄송”
- 2016년 7월 7일= 신영자 이사장, 70억원대 횡령 및 뒷돈 수수 혐의로 구속.
- 2016년 7월 9일= 신격호 총괄회장ㆍ신동빈 회장 출국 금지.
- 2016년 7월 23일= 기준 전 롯데케미칼 사장 구속.
- 2016년 7월 26일= 검찰, 신영자 이사장 구속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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