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 '우병우 변론 사건' 허술 대응.. 국가가 400억 토해낼 판

2016. 7. 2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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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유죄, 2심 무죄' 한일이화 사건 파장
[동아일보]
매년 300억∼500억 원대 순이익이 나던 비상장 알짜 계열사를 헐값으로 평가해 오너의 개인 회사로 떼어낸 혐의로 기소된 자동차부품업체 한일이화 유모 회장(57) 사건이 검찰의 허술한 공판 대응으로 무죄로 판결이 나 국가가 400억 원대 세금을 토해낼 위기에 처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이 사건은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49)이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고, 이후 서울동부지검 간부들의 인사 보직 경로와 맞물려 뒷말이 무성했던 사건이다.

○ 항소심 재판장, 초기부터 ‘경고 신호’

국세청은 2013년 3월 한일이화를 상대로 조세범칙조사를 벌여 553억 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유 회장이 2000억 원대 가치를 지닌 한일이화의 계열사인 ‘강소한일’을 430억 원대로 고의로 저평가한 뒤 유 회장 부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 회사 ‘두양산업’이 헐값에 인수토록 해 법인세 등을 탈루한 혐의다. 강소한일에 기술을 지원한 것처럼 장부를 꾸며 90억 원대 ‘통행세’를 두양산업에 안겨준 혐의도 있다. 조세범칙조사는 일반 세무조사와 달리 명백한 세금 탈루 혐의가 드러났을 때 이뤄진다.

한일이화는 “위법하게 부과된 가산세 127억 원과 법인세 등을 돌려 달라”며 2013년 8월 조세심판원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결이 난 유 회장 사건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국세청이 과세 처분한 근거가 대부분 사라져 세금 553억 원 중 이 사건 공소사실에 따라 부과된 법인세와 가산세 총 400억여 원이 환급 가능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유 회장은 “강소한일 순이익이 한일이화의 회계장부에 고스란히 반영되면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원가인하(CR) 압력을 넣을 것을 우려했다”며 지분 매입 경위를 주장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사였던 우 수석은 유 회장의 1700억 원대 배임을 ‘액수 불상’으로 변경해 달라고 평소 스타일대로 ‘세게’ 압박했다. 서울동부지검 간부들과 몇 달간 기 싸움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1심에서 유 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이 선고되자 “(민정비서관으로 공직에 복귀한 우 수석에게) 밉보이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말도 나돌았다.

항소심 재판장인 서울고법 김시철 부장판사는 “검찰의 역할이 별것 없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첫 기일부터 “수사 검사가 나오는 게 좋지 않겠느냐” “1심에서 인정한 기업가치 평가 방법 외에 다른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로 수차례 ‘경고 신호’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고법은 2월 유 회장에게 분식회계 부분만 유죄를, 나머지는 “합리적 경영 판단”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 檢 “빵집 잘되면 빵집 내다 파느냐”

검찰 관계자는 “빵집이 잘되니 납품 가격을 낮춰 달라는 요구가 들어올까 봐 그 빵집을 주인의 개인 회사로 내다 파나. 황당한 주장이다”라며 “매년 300억∼500억 원의 이익이 나는 회사를 430억 원에 오너가 꿀꺽한 거래인데 위법하지 않다는 것은 궤변에 불과하다”고 반문했다. 대기업의 CR 압력은 실재하지도 않았는데, 분식회계된 장부를 토대로 다른 방식의 기업 가치 평가를 벌인다고 신뢰성이 보장되느냐는 취지였다.

항소심에서 유 회장 측이 비용을 내서 회계법인이 강소한일의 가치를 재평가하던 도중 유 회장은 보석으로 풀려났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업 가치 평가가 핵심 쟁점인 사건에서 피고인 측 비용으로 회사 가치를 감정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꼬집었다. 결국 검찰은 허술한 공판 관리로 유 회장에게 빈틈을 허용했고, 법원이 “경영 판단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편법적 부(富)의 이전에 면죄부를 준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일이화의 알짜 계열사가 유 회장 개인 회사로 헐값에 인수된 부분에 대해선 2014년 4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오영준)도 위법성을 인정했다. 한일이화 일부 주주가 유 회장을 상대로 낸 주주대표 소송에서 재판부는 “유 회장이 이익을 얻게 할 목적으로 한일이화에 손해를 끼친 거래”라며 “회계법인이 평가한 강소한일의 기업 가치 자료가 유 회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했다”고 밝혔다.

권오혁 hyuk@donga.com·장관석·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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