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 테러' 12일 만에..미사 중인 성직자 목에 칼 들이댄 IS

이윤정 기자 입력 2016. 7. 26. 18:17 수정 2016. 7. 27.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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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프랑스 성당서 인질극 벌인 범인 2명 총격전 끝에 사살

이슬람국가(IS)와 그 추종자들의 만행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시리아에서 외국인 인질들을 참수해 세계의 지탄을 받은 IS가 이번에는 유럽 복판에서 참극을 벌였다. 26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의 성당에서 IS 지하디스트(전투원)들이 인질극을 벌인 뒤 80대 노(老)신부를 비슷한 방식으로 살해했다. 니스 트럭테러가 일어난 지 12일 만이다. 유럽의 공포와 혼란은 극에 달했다.

이날 오전 9시40분쯤 프랑스 북부 루앙 부근 센마리팀에 있는 생테티엔뒤루브레의 성당에 흉기를 든 괴한 2명이 들어왔다. 당시 성당에서는 신부와 수녀, 신자들이 미사에 참석하고 있었다. 괴한들은 5명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였다. 범인들은 자크 아멜 신부(84·사진)를 잔혹하게 살해한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맞서 1시간가량 총격전을 벌이며 대치하다가 사살됐다. 내무부는 3명이 다쳤고, 그중 1명은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빠져나와 경찰에 신고한 신자는 범인들이 성당에 들어오면서 아랍어를 외쳤다고 말했다. 당국은 이번 공격과 관련해 10대 용의자 1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생테티엔뒤루브레는 노르망디 주에 있는 인구 2만8000명의 작은 도시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곧바로 현장에 달려갔으며 “IS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테러공격이며 비겁한 암살”이라고 규탄했다. 올랑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IS와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리석은 폭력에 고통과 공포를 느낀다”며 희생자들을 애도했고, 폴란드를 방문 중이던 루앙 대주교 도미니크 르브륑은 “모든 선한 이들과 함께하는 신 앞에서 절규한다. 이 절규에 믿지 않는 이들도 동참해주길 호소한다”고 말했다.

범인 중 1명은 정보당국이 신원을 파악하고 있던 인물이라고 현지 방송 M6TV는 보도했다. 생테티엔뒤루브레에 살던 이 남성은 2015년 내전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가다가 터키 국경에서 잡혀 프랑스로 송환됐다. 프랑스 감옥에 갇혀 있던 그는 지난 3월부터 전자팔찌를 찬 채로 집에 구금된 상태였다. 범인들이 이민자 가정 출신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IS 선전매체인 ‘아마크’는 인질극이 일어나자마자 IS ‘전사들’이 작전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IS와 직접 관련이 없는 추종자들, 즉 ‘외로운 늑대’의 돌발적인 공격과는 달리 IS가 상당 부분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공격이 일어난 후 시간이 지난 뒤에 ‘이슬람 전사들’을 치하하는 식이었던 니스 테러 등과 달리 이번 참극 뒤 IS는 곧바로 자신들이 배후에 있음을 인정했다. 범인들의 잔혹한 살상 방식은 IS가 이전에 수차례 보여준 범행 수법과 비슷하다.

희생된 아멜 신부는 1958년 사제가 됐으며 작은 마을에서 주민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었다. 한 주민은 일간 렉스프레스에 “우리 가족은 35년 동안 그와 함께해왔다”며 애통해했다. 인구의 65%가량이 가톨릭인 프랑스에서, 가톨릭 신부를 끔찍하게 살해한 이번 공격은 잇단 테러 사건들과는 또 다른 충격을 안기고 있다. 에르베 모랭 노르망디 주지사는 “이 사건은 단순히 한 사람이 숨진 것이 아니라, 프랑스 전체를 뒤흔드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시리아에서는 IS의 전신인 이슬람 극단주의 반군들이 다마스쿠스 교외에서 그리스정교회 수녀들을 납치, 살해한 적이 있다. 예멘에서도 지난해 가톨릭 신부가 극단주의 조직에 납치됐다가 가까스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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