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장애인시설 흉기난동 19명 사망 '전후 최악 참사'

[경향신문] ㆍ“장애인 없어져야”…‘경고 신호’ 무시가 참극 불렀다

일본 최악의 대량살인 사건을 일으킨 장애인시설 흉기난동범은 범행 이전 이미 장애인 혐오와 살의를 수차례 드러내 강제입원 행정명령을 받은 적이 있고 마약 검사에서도 양성반응이 나오는 등 참극을 막을 ‘경고 신호’가 여러 번 있었는데도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오전 2시30분쯤 도쿄(東京) 서쪽에 있는 가나가와(神奈川)현 사가미하라(相模原)의 장애인시설 ‘쓰쿠이야마유리엔(津久井やまゆり園)’에 우에마쓰 사토시(植松聖·26·사진)라는 남성이 침입해 흉기로 19명을 살해했다. 건물 1층 유리창을 깨고 들어온 그는 2개 동을 옮겨다니며 이렇다 할 저항도 못하는 19~70세의 지적장애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수용 중인 지적장애인 149명 가운데 남자 9명, 여자 10명이 숨지고 26명이 중상을 입었다. 우에마쓰는 도주했다가 30분쯤 뒤 경찰에 자수했다. 아사히TV 등 일본 언론은 우에마쓰가 조사 과정에서 ‘장애인 같은 건 없어지면 좋겠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혐오 범죄’로 보고 수사 중이다.

우에마쓰가 장애인 혐오와 살의를 드러낸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2012년부터 이 시설에서 일하던 우에마쓰는 지난 2월14일 “장애인 안락사가 가능하게 해달라”는 편지를 가지고 도쿄 중의원 의장 관저를 찾아갔다. 그는 “장애인 470명을 죽일 수 있다”며 야근시간에 장애인시설 2곳을 표적으로 하겠다는 등 ‘작전’까지 상세히 적었다. 편지를 확인한 경찰은 ‘타인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사가미하라시에 통보했다. 우에마쓰는 2월18일 동료에게도 ‘장애인 안락사’ 발언을 했다가 다음날 시설 원장 및 경찰과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도 그는 “올해부터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고 말했고 위험한 생각이라고 지적하자 “그만두겠다”며 사직서를 냈다. 우에마쓰는 그날 시 행정명령에 따라 강제입원됐다. 그가 ‘작전’에 명기한 내용은 5개월 만에 실행에 옮겨졌다.

입원 중 소변 검사에서 대마 양성반응도 나왔지만 병원 측은 입원 12일 만에 그를 퇴원시켰다. 독일 뮌헨에서 총기난사가 일어난 지난 23일 우에마쓰는 트위터 계정에 “독일에서 총기난사. 장난감이라면 즐거울 텐데”라고 적고 모형 총을 쏘는 자신을 찍은 사진을 올렸다.

우에마쓰는 2011년 모교인 초등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하는 등 한때 교사를 꿈꿨다. 한 고교 동창은 NHK에 “고교 시절에는 누구와도 사이 좋게 지내던 친구였지만 대학에 들어간 후 문신을 하는 등 변하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 심야에 편의점에 혼자 서 있는 등 이상한 모습을 보여 거리를 뒀다”고 말했다.

우에마쓰는 몇 년 전 부모가 도쿄 교외로 이사간 후 시설에서 약 500m 떨어진 단독주택에서 쭉 혼자 살고 있었다. 주민들은 “테러가 난 줄 알았다”며 공포에 떨었다.

이번 사건은 전후 일본에서 일어난 최악의 대량살인이다. 1995년 ‘옴진리교’ 사건 때 12명이 숨졌으나 이번처럼 특정 집단에 혐오감을 드러내며 대량살상을 저지른 경우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