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규의 친뮤직] 강민호의 수난 이면엔 '사인훔치기' 신경전

최민규 입력 2016. 7. 26. 15:33 수정 2016. 7. 2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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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최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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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포수 강민호에게 지난 주말은 힘들었다.

23일 사직 한화전에서 4회와 8회, 두 번에 걸쳐 몸에 공을 맞았다. 24일에도 5회 두 번째 타석에서 파비오 카스티요의 시속 152km 강속구에 골반 근처를 강타당했다. 이틀 동안 몸으로 날아온 공은 다섯 개였다. 우연으로 보기 힘들다.

롯데 투수 이정민은 8회에 이용규에게 몸쪽으로 연속 공을 두 개 던졌다. 두 번째 공은 이용규가 미리 피하지 않았다면 정통으로 몸통에 맞았다. 타자나, 투수나 모두 빈볼임을 알고 있었다. 보복이었다.

그런데, 왜 강민호는 다섯 번 위협을 당하고, 세 번 하드볼에 타박상을 입어야 했을까.

23일 경기 7회에 속사정을 짐작케하는 장면이 있다. 롯데가 6-4로 앞선 1사 2루 손아섭 타석에서 김성근 한화 감독이 권영철 주심에게 걸어나왔다. 롯데 1루 코치가 코치박스를 벗어나 있다는 항의였다.

야구규칙 4.05는 주루코치는 항상 박스 안에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한쪽 발을 바깥쪽으로 내놓거나, 라인에 걸치는 경우는 상대 감독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이상 박스 이탈로 보지 않는다. 이의를 제기한다면 심판은 두 팀 코치에게 박스를 벗어나지 말라고 지시해야 한다. 권 주심은 김 감독에게 “경기에 특별히 지장을 주는 행위가 아니다”고 설명한 뒤 규칙에 따라 두 팀에 주의를 요청했다. 3연전 기간 중 한화 코치들도 코치박스 바깥으로 발을 빼는 장면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문제는 이 장면이 ‘사인 훔치기’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은 다음날 기자들과 만나 “롯데 1루 코치의 행동이 뭔가 이상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롯데에선 오히려 “한화 쪽에서 의심이 가는 행동을 많이 했다”고 반박했다. 강민호의 수난극 아래에서는 두 팀 사이에 ‘사인훔치기’를 둘러싼 신경전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데자뷔. 역시 사직구장에서 열렸던 2010년 9월 14일 롯데-SK전이었다. 김성근 당시 SK 감독은 주심에게 “롯데 1·3루 코치들이 포수 사인을 캐치해 타자에게 알려준다”고 어필했다. 그리고 확신에 찬 어조로 “지난해에도 롯데가 (비슷한 수법으로) 사인을 훔쳤다. 내가 모르는 줄 아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내가 낸 사인도 놓친다"고 반박했다. 2010년은 몰라도 2009년 ‘사인훔치기’ 의혹에 대해선 전해까지 롯데 3루 코치를 지냈던 이철성 SK 코치가 확실한 증언을 했다. 이 코치는 김 감독의 어필 다음날 “롯데 주루코치로 타자에게 사인을 알려준 적이 없다”고 했다.

의심은 의심을 낳고, 분노는 포도처럼 번진다. 주심이 “이상 없다”고 한 상대 주루코치의 행동에 대해 김 감독은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늘 의심을 한다. 김 감독을 잘 아는 야구인은 “그 자신이 '치팅'에 능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10년도 전의 일이다. 한 구단이 수 천만원 예산을 들여 영상장비를 홈 구장에 설치했다. 외야 전광판에 카메라가 설치됐고, 본부석 쪽 실내에서 전용 비디오테이프로 촬영 화면이 녹화됐다. 상대 배터리 사인을 분석하기 위한 용도였다. 하지만 이 구단의 시도는 미수에 그쳤다. 정규시즌 전 치른 경기에서 상대 구단에서 주심에게 어필을 해 장비 설치 사실을 적발했기 때문이다. 원정 구단은 김성근 감독이 전해까지 맡았던 팀이었고, 홈 구단에는 전해까지 김 감독과 일했던 전력분석 파트 직원들이 이직해 있었다. 해 봐서 안 것이다.

사인훔치기 등 치팅이 과연 팀 승리에 어느정도 역할을 하는지는 논쟁거리다. 2000년 월스트리트저널은 1951년 내셔널리그 우승팀 뉴욕 자이언츠가 망원경과 버저를 이용해 상대 투수 구종을 타자에게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그런데, 한 연구에 따르면 치팅이 시작된 이후 자이언츠 타자들의 타격 성적은 이전에 비해 더 떨어졌다.

지금은 ‘KBO 리그규정’에서 베이스코치의 사인 전달, 영상장비를 이용한 치팅 등을 금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런 규정이 없었다. 그래서 ‘사인훔치기’는 ‘지능적인 플레이’와 ‘비신사적인 플레이’의 중간 쯤에 있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상대의 응징과 보복을 부를 일임에는 틀림없다.

사인훔치기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는 김성근 감독은 더욱 민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 팀의 주전 포수에게 위협구를 다섯 개 던지고, 세 번 몸을 맞추는 건 의심의 결과로는 너무 지나쳤다.

이날 사직구장에서 벤치클리어링이 나오지 않은 건 그나마 다행이다. 프로야구 전체가 승부조작 사건으로 몸을 낮추고 있는 때다. 두 팀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쏟아져 나왔더라면 신문과 방송에서 어떤 헤드라인이 뽑아져 나왔을지는 명약관화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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