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 버려진 고가 외제차..중동 경기침체 그늘

권소현 2016. 7. 2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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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하면 형사처벌..부도 직전 사업가 줄줄이 해외로일자리 감소에 높은 물가로 해외 이주 수요도 증가
△두바이 공항 인근 주차장에 방치된 고가 차량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두바이 공항 인근 주차장에는 GMG4X4, 레인지 로버스, 카마로 GT 등 고가의 외제차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돼 있다. 한눈에 봐도 오랜 기간 주인이 찾지 않은 버려진 차들이다. 이곳에만 이런 차들이 30대에 달한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두바이 경기가 얼어붙자 빚 갚기 어려워진 두바이 사업가들이 처벌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급하게 해외로 떠나면서 버리고 간 차량이다. 두바이 경기침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유가 하락으로 두바이 정부가 공공지출을 줄이고 프로젝트를 연기하면서 민간 기업들 역시 감원하고 일부 문을 닫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실 두바이는 같은 아랍에미리트(UAE) 토후국 중 하나인 아부다비나 카타르 등 여타 중동 국가처럼 원유를 생산하는 국가에 비해서는 타격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다른 중동 국가에 서비스를 수출하고 있는 만큼 연쇄 타격은 불가피하다.

특히 부채부담이 상당하다. UAE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40% 수준이다. 2018년까지 갚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가 220억달러에 달한다.

민간부문은 더 곪아있다. 회사채 보증기업인 코페이스에 따르면 작년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237명의 중소기업 오너가 채무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UAE를 떠났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공항에 버려진 차들이다.

두바이를 비롯한 UAE 국가에서는 이슬람 성법인 샤리아에 따라 다른 사람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 범죄로 본다. 어음을 부도내거나 파산하는 것 뿐 아니라 신용카드 대금 연체, 주택담보대출 파산 선언 등을 할 경우 감옥행이다. UAE에서는 파산보호 제도도 없다.

따라서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진 경영자들이 체포되기 전에 급하게 해외로 떠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동차뿐 아니라 갖고 있던 자산을 모두 버린다.

마시모 팰치오니 코페이스 중동담당 최고경영자(CEO)는 “이처럼 국외로 도망가는 경우가 과거보다 세배로 늘었다”고 전했다.

코페이스에 따르면 가장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는 광업과 건설업의 경우 4개월가량 연체된 상태다. 파산건수는 그나마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취약한 기업은 이미 파산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든데다 집세나 학비 등 높은 생활비용도 UAE를 떠나는 이유로 꼽힌다.

UAE 최대 홈서비스 업체인 무브수크닷컴은 해외 이주 수요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권소현 (juddi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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