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안의 지배자'로 우뚝 선 정조국

조남기 입력 2016. 7. 2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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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안의 지배자'로 우뚝 선 정조국

(베스트 일레븐)

한 시즌(38경기)이 반환점을 조금 지나쳤을 뿐인데 벌써 ‘커리어 하이’를 찍은 선수가 나타났다. 광주 FC에서 부활의 날개를 펄럭이고 있는 ‘패트리어트’ 정조국이다. 정조국은 지난 23일 펼쳐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22라운드를 마친 뒤, 14골로 득점 랭킹 단독 선두에 등극했다. 이는 데뷔 이래 최다 골이기도 하다. K리그 14년 차를 맞이해 인생 최고 순간을 지나고 있는 정조국을 차분히 짚어봤다.


▲ 반칙 마다하지 않는 광주 공격의 절반

광주는 올 시즌 스물두 경기를 치른 현재 상대 팀 골 망을 총 스물아홉 번 흔들었다. 1위 전북 현대(41골)와 꼴찌 수원 FC(16골)를 놓고 가늠해 봤을 땐 특별할 게 없는 수치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29골 중 절반에 가까운 득점이 정조국의 발끝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 수치는 새삼 달라 보인다. 이번 시즌 14골을 터뜨린 정조국은 팀 득점의 48%가량을 담당했다. 실로 팀 공격력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그러나 동시에 위협 요소도 될 수 있다. 그가 침묵할 시 광주 전체의 득점력이 빈곤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조국을 눈여겨볼 만한 수치가 하나가 더 있다. 다른 아닌 ‘반칙 횟수’다. 이번 시즌 득점 랭킹 10위권에 포진한 선수들 가운데, 그의 파울 횟수는 독보적 1위다. 총 33개의 반칙을 범하며 스무 개 근처를 오르락내리락하는 타 공격수들에 비해 대단히 많은 반칙을 했다. 이는 상대 공격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최전방에서 지능적으로 움직였음을 방증하는 수치다. 경고도 벌써 4장이나 받았다. 2007‧2008시즌에도 각각 넉 장의 옐로카드를 수집한 바 있지만, 이 페이스라면 경고 부문에서도 커리어 하이(?)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

▲ 팀을 안 가리는 패트리어트, 양발도 자유자재

K리그 클래식 팀을 겨냥하는 패트리어트의 요격 범위는 소수 팀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조국이 이번 시즌 터뜨린 14골은 수원 FC(2골)‧포항 스틸러스(2골)‧제주 유나이티드(2골)‧상주 상무(2골)‧인천 유나이티드(2골)‧수원 삼성(1골)‧FC 서울(1골)‧울산 현대(1골)‧전북(1골)까지 총 아홉 팀에서 나왔을 만큼 고루 분포돼 있다. 즉, 상대적 약 팀을 상대로 몰아치는 골을 기록해 득점 랭킹 1위에 오른 것이 아니라, 강약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며 당당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장점은 팀을 가리지 않는 것 외 또 있다. 아마도 정조국을 상대하는 수비는 이번 시즌 그의 몸짓을 예측하기가 곤혹스러울 듯싶다. 오른발로 곧장 슈팅을 날릴지 아니면 왼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뒤 기회를 노릴지 도통 짐작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조국은 이번 시즌 PK 다섯 골과 프리킥 한 골을 제외하고, 왼발로 다섯 골, 오른발로 세 골을 뽑아냈다. 그야말로 자유자재로 휘둘러대는 양발이다. 작지 않은 신장(186㎝)에 헤딩 골이 한 번도 없다는 건 흠이지만, 이번 시즌 만큼은 좌우 구분이 없는 그의 두 다리가 있기에 큰 문제는 아닐 듯싶다.


▲ ‘박스 안의 지배자’, 슈팅 대비 득점도 최고

또 정조국은 ‘박스 안의 지배자’라는 닉네임을 유니폼 어딘가에 보너스 패치로 삽입해도 될 듯싶다. 지난 6월 11일 제주전에서 터뜨린 프리킥골과 다섯 번의 PK 득점을 제외하고, 이번 시즌 정조국의 골은 모조리 페널티 박스 안에서만 터졌다. 이는 박스 안에서 공을 소유하기만 한다면 상당히 날렵한 움직임을 가져간다는 뜻이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그와 마주할 시 상대 수비수들은 온몸의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2016시즌 정조국이 박스 안의 지배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데엔 슈팅 대비 득점력도 한 몫을 했다. 그가 21경기에 출전하며 시도한 슈팅은 61개고 14개(슈팅 대비 득점 확률 약 22%)는 상대 골문으로 흡수됐다. 슛을 시도하면 다섯 개 중 한 개 이상은 골로 연결되는 셈이다. 시즌 말미에도 이 수준일진 예측할 수 없겠지만, 지금까지 기록만 놓고 봤을 때 패트리어트의 영점 조준 능력은 매우 뛰어난 게 사실이다. 2011년, 30경기 24골(경기당 0.8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던 데얀은 113개의 슈팅(슈팅 대비 득점 확률 약 21%)을 시도했었다.

지난 23일 상주전 직후 정조국은 “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기록이라는 건 개인적으로 좋은 일일 뿐 큰 의미는 없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컨디션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이번 시즌은 득점왕을 차지할 절호의 기회다. 조짐 또한 좋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티아고는 중동으로 떠났고, 막강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아드리아노 역시 징계 때문에 그와 득점 차가 3골로 벌어졌다. 따라서 약간의 욕심을 내보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인다. 현재 폼을 시즌 막판까지 유지할 수만 있다면, 2016년은 정조국 축구 인생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게 분명하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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