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에 춤추는 국내총소득..소규모 개방경제의 비애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올 2분기 국내총소득(GDI)이 5년3개월 만에 감소했다. 여러 요인이 제기되지만 무엇보다 국제 유가가 소폭 오른 영향이 컸다. 외풍에 쉽게 출렁이는 소규모 개방경제의 숙명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ross Domestic Income·GDI)은 전기 대비 -0.4%로 집계됐다. 2011년 1분기(-0.3%) 이후 5년3개월 만에 내림세다. 소폭(+0.7%)이나마 성장한 국내총생산(GDP)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실질 국내총소득이란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생산물을 대상으로 지출할 수 있는 구매력을 나타내주는 지표다.
실질GDP에 실질무역손실을 더해 교역조건 변화를 반영하는 식이다. 한국은 교역조건에 민감한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교역조건은 수출입물가와 이를 결정하는 유가, 원자재 등에 좌우된다.
작년 국내총소득은 분기별로 1분기 3.5%, 2분기 1.0%, 3분기 1.0%, 4분기 0.7%에 이어 올해 1분기 3.0% 증가했다. 저유가 등으로 수입물가가 낮아지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원가가 절감된 것이다.
반면 2분기에는 유가가 1분기보다 반등해 교역조건이 다시 악화했다. 실제 두바이유 기준 국제 유가는 1분기 배럴당 30.7달러에서 2분기 43달러로 올랐다.
수입물가가 상승해 국민의 실질적인 구매력이 떨어지게 된 셈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등 수출 주력품목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기업의 매출에 타격을 줬고, 그 결과 국내총소득을 큰 폭으로 낮췄다. 6월 수출금액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6.4% 감소한 112.70을 기록했다.
한은은 국내총소득이 전기 대비로 감소했지만,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4.4% 증가한 것을 들어 견조한 흐름을 보인다고 봤다. 2분기 마이너스를 보인 데는, 전 분기 국내총소득이 크게 상승한 것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김영태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은 "전반적인 추세는 전년 동기 흐름도 봐야 한다"며 "지난해보다는 4.4% 늘어나, 견실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어 단기적 처방보다는 경제 체질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구매력 하락은 투자 감소와 고용 침체를 일으킬 수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그간 저유가가 시차를 두고 긍정적으로 작용해 GDI 등의 몸집이 커졌다"며 "하지만 앞으로 유가가 더 빠르게 떨어지지 않고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가계 구매력에 작용한 유가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수출이 부진하고 기업 수익성이나 고용·임금 부문이 악화하고 있다"며 "가계소득에 악영향을 미칠 듯 하며 결국 소비가 경제에 미치는 기여도는 떨어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j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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