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구정동'의 반란..송파 위협하는 옥수동 집값

이승주 기자 입력 2016. 7. 26. 06:10 수정 2016. 7. 2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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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인들 중에는 옥수동을 아직 달동네로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20~30대 친구들은 옥수동에 산다고 하면 좋은 데 산다고 해요. 그만큼 인식이 많이 바뀐 거죠.”

옥수동 래미안 옥수 리버젠 아파트 입구. /정지용 인턴 기자

과거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 가운데 하나였던 성동구 옥수동. 연이은 주택 재개발로 대규모 아파트촌이 형성된 옥수동은 한강 맞은편의 강남구 압구정동에 견줘 ‘뒷구정동(압구정동의 뒷동네)’이라 불릴 정도로 이제 강북을 대표하는 신흥 주거지로 바뀌었다.

뛰어난 강남·북 접근성 덕분에 주거 입지가 재평가된 옥수동은 이제 ‘강남 3구’ 중 하나인 송파구 집값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KB국민은행 시세 자료에 따르면 옥수동 아파트의 2014년 3분기 3.3㎡(1평)당 평균 매매가는 1810만원 수준이었지만, 올 2분기에는 2070만원으로 집계돼 2년 새 260만원 가량 올랐다. 반면, 송파구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의 경우 같은 기간 2230만원에서 2280만원 정도로 오르는데 그치면서 두 지역 간 3.3㎡당 시세차가 42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줄었다.

옥수동 일대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옥수동의 장점으로 뛰어난 입지를 꼽았다. 옥수동에서 동호대교만 건너면 압구정동이고 한남동을 지나 한남대교를 건너면 신사동이나 강남역까지도 차로 5~10분 안에 갈 수 있어 강남 접근성이 뛰어나다. 또 이태원, 명동, 종로 등 서울 내 주요 지역도 대부분 3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옥수동에 사는 장현희(36) 씨는 “신랑 직장은 강남이고 내 직장은 강북이라 중간 지점을 찾다 보니 옥수동에 신혼 집을 마련하게 됐다”며 “둘 다 사무실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어 출퇴근에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결혼 전 줄곧 강남에 거주하다 결혼 후 옥수동에 신접살림을 꾸린 윤모(31) 씨는 “맞벌이를 하는 터라 주중 근무시간에 아이를 강남에 사시는 시댁이나 친정 어른들께 맡겨두는데, 출퇴근하면서 부모님 댁 오가기에 부담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집을 구할 때 좁더라도 강남에 살지, 좀 더 넓은 옥수동 집을 택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지금은 만족하고 산다”고 말했다.

옥수동 아파트 시세는 이른바 ‘대장주’ 아파트로 불리는 래미안 옥수 리버젠 아파트가 주도하고 있다.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84㎡의 경우 최근 9억~9억2000만원에 거래됐고, 일부 로열동 로열층은 9억6000만원을 호가한다. 호가를 기준으로 하면 전용면적 84㎡가 보통 9억~10억원대에 거래되는 송파구 잠실동 3대장 아파트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와 별 차이가 없다.

일대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옥수동 아파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전반적으로 크게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온지훈 골드공인 공인중개사는 “옥수동 아파트 매매·전세 문의 전화가 하루에도 30~40통씩 오고, 주말에는 더 많아진다”며 “대부분 분양가에 비해 1억 이상씩 올랐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옥수동 Y공인 관계자는 “옥수동의 경우 강남 사람들이 소형 아파트는 투자 개념으로 사들이고 중·대형 아파트는 자녀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많이 알아보고 있다”며 “리버젠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84㎡짜리가 평균 8억5000만~9억원에 거래되고 호가도 9억원을 넘었다”고 말했다.

연말 입주가 예정된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 공사 현장. /정지용 인턴 기자

옥수동이 이른바 ‘뜨는 동네’가 되면서 일대에 형성된 상권을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일대 공인중개소 관계자들과 상인들은 가까이 있는 한남동이나 금호동 주민들 외에도 강남에서 넘어오는 손님들도 꽤 있어 장사가 잘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리버젠아파트 단지 내 상가 임대 시세는 1층 전용면적 39.66㎡ 기준으로 권리금 5000만~1억원에 월 임대료 300만~350만원 정도다.

리버젠 상가에서 반찬 가게 셰프찬을 운영하는 김석헌 대표는 “옥수동 주민은 물론 강남이나 한남동, 금호동 일대에서 오는 손님들도 많다”고 말했다.

옥수동 일대 개발도 잇따르고 있다. 대림산업(000210)이 짓는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는 연말 입주가 예정돼있고, 옥수동 한남하이츠아파트와 극동아파트는 각각 재건축과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이들 단지까지 새로 탈바꿈하고 나면 옥수동 일대는 신규 아파트촌(村)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 인근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옥수 파크힐스 아파트의 분양권은 분양 당시보다 적게는 2억원에서 많게는 2억60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었다. 김복규 가나공인 대표는 “전용면적 84㎡의 경우 당시 분양가가 5억~5억4000만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7억6000만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호가는 8억2000만원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H공인 관계자는 “옥수동은 준강남권이라 할 만큼 입지도 뛰어나고 일대 개발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어, 앞으로 주거 여건이 개선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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