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진의 애프터게임] 이성득 해설위원 "호세의 홈런 잊을 수 없어요"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2016. 7. 26. 06: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성득 KNN 해설위원. 사진=본인 제공

프로야구 인기가 높아지면서 특정 팀에 치우친 중계를 하는 ‘편파 해설 방송’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이성득 KNN 해설위원은 ‘편파 해설’의 원조로 불린다. KNN의 전신인 PSB시절에 해설위원으로 발탁된 이 위원은 지금까지도 롯데를 향한 애정어린 시선으로 중계를 하고 있다. 지난 14일 포항 삼성전에서는 해설로 2500경기 연속 중계 기록을 세웠다.

사직구장에서 만난 이 해설위원은 해설을 처음 시작하던 당시를 떠올렸다.

경남고와 고려대를 거쳐 한일은행에서 야구 선수로 뛰던 이 위원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롯데에 입단했다. 하지만 아마시절 입었던 부상 때문에 한 시즌만 뛰고 은퇴했다. 이후 구단 직원, 코치 등을 거치면서 야구계에 몸담고 있었다.

야구 인생의 전환점은 1998년 IMF 금융 위기 때 찾아왔다. 구조조정 칼바람은 야구 구단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이 위원에게 해설 위원 제의가 들어왔다.

이 위원은 “항상 방송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쉰 목소리를 가진 데다 사투리를 쓰고 있어서 안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이 결정을 내리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단 2초였다. 그는 ‘한번만 부딪혀보자’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1998년 7월 11일 사직 해태전을 시작으로 마이크를 들게 됐다.

당시만 해도 해설위원의 매뉴얼이 없었다. 이 위원은 중계를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롯데의 편을 들었다. 이 위원은 “방송하면서 편을 들면 안되지 않나. 그런데 ‘우리’ 롯데라는 말이 계속 나왔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팬들의 반응이 좋았다. 방송국 측에서도 지적하는 사람도 없었다. 이후 이 위원만의 ‘편파 해설’은 계속됐다. 그런데 롯데 쪽으로 치우친 해설을 하다보니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위원은 “다른 팀의 단장이 차를 가지고 부산으로 넘어오다가 라디오 중계를 틀었다. 그 방송을 듣고 ‘뭐 이런 방송이 있나’ 싶어서 씩씩 거리면서 기자실로 들어왔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기자들이 ‘요즘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편파 방송이 일상화 돼 있다’라고 말렸다더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첫 방송을 한 이후 단 한 번도 지각을 하거나 펑크를 낸 적 없다. 그는 “운이 90% 이상 따랐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생활 패턴을 보면 단순히 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위원은 오전에는 메이저리그 중계를 3~4경기 정도 본 다음 경기 시작 전 3시간 전까지는 야구장으로 나선다. 경기를 마치고 나면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하이라이트 방송을 챙겨본다.

비시즌에는 목에 좋은 배즙 등을 먹으면서 체력적으로 관리를 한다. 이 위원은 “집 사람이 챙겨준다.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 꼭 필요하다”라고 했다.

그렇게 많은 경기를 중계했지만 잊을 수 없는 경기가 있다. 이 위원은 펠릭스 호세가 뛰던 1999년을 떠올렸다. 그 해 5월 29일 전주구장에서 열린 쌍방울전에서 호세는 좌우 타석에서 모두 홈런을 쳤다. KBO 역사상 처음으로 나온 기록이었다.

이 위원은 “좌우타석 홈런은 앞으로 전무후무할 기록”이라며 “100년, 200년 쯤 되면 나올까말까 한 기록이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중계는 당연히 롯데가 우승하는 경기다. 이 위원의 향후 목표는 3000경기를 채우는 것이다. 그는 “내가 언제까지 해설을 할 지 모르겠지만 3000경기를 채우고 싶다. 3000경기를 채우기 전에 롯데가 꼭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표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