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한과 친밀모드 연출 '오버액션'.. 한국 내 여론 흔들기

정민승 2016. 7. 26.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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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노골적 '反사드 외교'

남ㆍ북에 강온 양면전략 퍼면서

사드 배치 韓美에 경고 메시지

“북핵문제 여전… 南南갈등 노려

北과 전면 관계개선 관측은 성급”

ARF 의장국 라오스도 친북적

北 비판 성명 채택에 진통 예상

북한과 중국의 외교 수장이 25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2년 만에 외교장관 회담을 재개하면서 냉랭하던 북중 관계도 해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친중파 장성택 처형 이래 급랭해 올초 4차 핵실험으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던 양국 관계가 한미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 이후 사뭇 다른 분위기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날 북중 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양국 관계 발전을 언급하면서 보여준 우호적인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왕 부장은 회담장 밖까지 나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맞았고, 회의장 안으로 들어가면서 리 외무상 등에 손을 올리며 환대했다. 한국 취재진의 취재까지 허용한 상태에서 한미를 상대로 마치 보란 듯이 친밀감을 과시한 것이다. 두 사람은 전날 같은 항공편으로 라오스 비엔티안에 도착했고 메콩강 인근의 같은 호텔에도 짐도 풀었다.

이 같은 북중 친밀 모드는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과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해야 하는 북한 입장에선 서로간 관계 개선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대북 제재의 국제공조 와해의 전조로 볼 수 있다”며 “한미의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은 북한을 껴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북중 관계는 회복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전조가 단기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중 등 전면적인 북중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은 성급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북중 관계의 중대 장애물인 북한의 핵문제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 있는 대국 역할을 자임하는 중국이 핵보유를 주장하며 유엔 결의를 수시로 위반하는 북한을 덮어놓고 옹호하기엔 부담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중국의 행보가 다분히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시위성 포석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가 사드 배치를 강행할 경우 대북 제재의 키를 쥐고 있는 자신들의 협조를 얻기 어려울 것이란 경고성 메시지가 강한 것이다. 중국이 전날 윤병세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 의도적으로 한중 파열음을 노출하는 등 남북에 대해 차별화된 강온 전략을 구사한 데는 한국 내부 여론을 흔들려는 의도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실질적인 북중 관계 회복과 별개로 남과 북을 차별 대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중국이 남남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가 중국의 의도와 달리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 중장기적 국면에선 말 그대로 북중 대 한미 구도가 고착화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중국이 북한과 친밀 모드를 보임에 따라 26일 채택될 ARF 의장 성명 도출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한미는 ARF 의장 성명에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규탄하는 내용을 포함시킬 계획이지만 중국 뿐만 아니라 북한과 친교 관계를 맺고 있는 ARF 의장국인 라오스 측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중국이 사드 때문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측면도 있다”며 “하지만 현 상황이 장기적 전략 차원의 관계 개선 국면이라면 한국이 그간 기울인 대중 외교는 총체적 난국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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