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냄새 이어 개미 떼.. 지진 괴담에 떠는 부산

부산/박주영 기자 2016. 7. 2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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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내내 SNS 통해 괴담 퍼져.. 전문가들 "지진 전조 아니다" 市, 가스냄새 정부차원 조사 요청

해수욕장의 개미 떼, 길이 1.7m짜리 심해 갈치, 도로 위로 솟아오른 온천수….

평소 같으면 무심코 지나쳤을 이런 현상들이 최근 부산에선 괴담(怪談)의 소재로 재가공되고 있다.

지난 21일 부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가스 냄새가 퍼지는 사건이 벌어진 이후 SNS(소셜네트워킹 서비스) 등엔 '지진 전조 현상'이라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부산시는 관계 기관을 총동원해 미스터리 해결에 나섰지만,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시는 범정부 차원의 조사를 건의하기에 이르렀다.

◇전문가들 "개미 떼는 흔한 광경"

지난 23일 SNS엔 광안리 해수욕장에 개미 떼가 줄지어 있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후 주말 내내 온라인상에선 "지진이 일어나기 전 동물들이 피하는 것처럼 개미들이 떼 지어 이동하는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이에 대해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개미는 장마 직후 번식기를 맞아 먹이를 찾기 위해 이동한다"면서 "백사장을 이동하는 개미 떼는 예전에도 종종 목격됐으며, 지진 전조라고 보기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 수영구 관계자도 "매년 이맘때쯤 광안대교 불빛 주변을 떠다니던 날개미 떼들이 죽으면 백사장으로 떠밀려 오곤 한다"면서 "그런데 올해는 아직 그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울산 화학공단 주변 동네에선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20여건 접수됐다. 같은 날 거제의 한 해수욕장에선 1.7m 길이의 심해 갈치가 잡혔다. 전날인 22일 오전 6시쯤 부산 동래구 온천동의 한 도로에선 20여분간 온천수가 솟아올랐다. 그러자 이 역시 지진과 연관이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온천수는 오래된 배관에 구멍이 나면서 분출됐고, 심해 대형 갈치도 종종 잡히는 것이어서 지진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적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손문 교수는 "큰 지진이 오기 전 작은 지진이 일어나면 라돈 가스가 유출될 수 있는데 무색무취라 사람의 후각으론 인지할 수 없다"며 "가스 냄새가 지진의 전조라고 떠도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부산시 '실체 없는 괴담'에 전전긍긍

괴담의 시발점인 '가스 냄새'의 원인을 찾고 있는 부산시는 사건 발생 닷새째인 25일 오전에 5번째 대책회의를 열었다. 시는 "광안대로 통과 차량 추적, 해양 선박 및 유해 화학물질 유출 점검, 부취제 취급 업체 차량 이동 점검 등을 했으나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며 "시 차원의 원인 규명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범정부적 차원의 조사를 건의한다"고 말했다.

안전처는 2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환경부와 산업부, 가스안전공사 등 관계부처와 기관들이 참여하는 긴급 안전점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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