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조사 'KBO 감찰관', 야구장서 셀카 찍기 바빴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4년 전 승부 조작 사건으로 젊은 선수 두 명이 영구제명된 이후 '암행(暗行) 감찰관 제도'를 마련했다. 전직 경찰관들을 구장별로 배치해 승부 조작과 불법 스포츠 도박뿐 아니라 반사회적 불법행위, 금품 수수 및 향응 제공, 품위 손상 행위를 감찰하는 것이다.
신분을 숨기고 관리의 비리를 감찰하던 조선시대 암행어사처럼 선수들의 비행(非行)을 몰래 감시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KBO의 '암행어사'들은 취지와 달리 구단 직원들에 신분을 밝히고 접근했다. 마패를 목에 걸고 다닌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수도권의 한 구단 관계자는 "암행 감찰관이 대놓고 신분을 밝혔다"며 "이것이 무슨 암행 감찰관이냐"고 했다. KBO 관계자 역시 "몇 차례 첩보 사실을 접수했지만, 모두 신빙성이 없었다"며 "사실상 활동 성과가 전무(全無)했던 것이나 다름없다"고 털어놨다.
KBO가 승부 조작을 예방하겠다며 마련했던 조치가 유명무실한 건 이뿐이 아니다. 전 구장 경기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마련했던 공정센터 역시 '개점휴업'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KBO는 경기운영위원들에게 모니터링 작업을 맡겼으나 이상 징후가 있다고 의심되는 것으로 보고받은 경기도 그동안 단 한 건도 없었다. KBO는 올해 두 번째 승부 조작 사건이 터진 이후에야 뒤늦게 공정센터의 기능을 강화한 '클린베이스볼 센터'를 신설했다. 정금조 KBO 운영육성부장은 "지난해 전 경기 중 투수의 1회 볼넷, 타자의 1회 삼진 등 베팅 패턴에 해당하는 경기를 살펴본 결과 총 720경기 중 5분의 1 정도를 추려냈다"며 "2012년 이후 모든 경기를 전수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유창식의 승부 조작을 내사 중이던 경기북부경찰청이 7월 초 KBO 관계자를 불렀다는 점을 들어 당시 KBO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했다고 지적한다. KBO 관계자는 "그간 예방교육 시스템은 보완할 점이 많다고 인정한다"며 "앞으론 교육 내용도 보강하고 불참할 경우 출전을 금지하는 등 강하게 다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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