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이 피자처럼 배달왔어요" 증언했던.. 그녀가 운다

최종석 기자 입력 2016. 7. 26. 03:04 수정 2016. 7. 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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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 D-11] 러시아 도핑 폭로한 스테파노바, 리우 출전 금지 당해 - 리우 못가는 '러시아의 양심' 그녀의 증언에 약물 조사 시작, 보복 두려워 8번이나 이사다녀 2년전의 약물복용 문제삼아 IOC는 출전 금지 결정내려

세계를 놀라게 한 러시아 선수단의 '국가 주도 도핑 스캔들'은 무명의 한 여자 육상 선수의 증언에서 시작됐다. 러시아 중장거리 선수인 율리야 스테파노바(30)였다. 800m를 주로 뛰었던 그는 두 차례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는데 그중 한 번이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대회였다. 올림픽 메달도 없는 선수다. 스테파노바는 2013년 금지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IAAF(국제육상경기연맹)로부터 2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의 인생은 2009년 러시아 반(反)도핑 기구 직원이었던 남편 비탈리 스테파노프를 만나면서 드라마처럼 바뀌었다. 스테파노바는 미국에서 공부한 비탈리에게 "러시아에서는 메달을 따기 위해 모두가 약물을 복용한다" "약물을 피자처럼 집으로 배달해준다"는 등 광범위한 도핑 실태를 전했다. 이들은 4년간 수차례에 걸쳐 WADA(세계반도핑기구)에 이런 사실을 제보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이들은 직접 녹음기를 들고 러시아 선수들의 대화 내용을 담아 독일의 '다스 에르스테' 방송사와 접촉했다. 2014년 12월 스테파노바 부부의 폭로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독일에서 방영됐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러시아 코치 중 80%가 선수들에게 약물을 썼다"고 증언했다.

이는 전 세계 스포츠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들의 제보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WADA는 즉각 조사에 착수했고 폭로 내용은 하나씩 사실로 확인됐다. 작년 11월 IAAF는 러시아 육상의 국제대회 출전을 전면 금지하는 철퇴를 내렸다.

이 일로 스테파노바는 해외에서 '양심적인 내부 고발자'가 됐고, 조국에선 '배신자'가 됐다. 옛 동료 선수들은 스테파노바를 고소하겠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신변의 위험도 따랐다. 스테파노바 부부는 다큐멘터리 방영 직전 어린 아들을 데리고 러시아를 탈출했다. 독일의 안가에 도착하기까지 거처를 여덟 번이나 옮겼고, 부모에게도 위치를 알리지 않았다.

IAAF는 러시아 육상의 리우 출전을 금지하면서도 양심적 고발자(Whistle blower)인 스테파노바에 대해선 "위험을 무릅쓰고 도핑과 싸운 공이 크다"며 개인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IOC의 생각은 달랐다. 러시아가 "스테파노바를 러시아 선수 명단에서 제외시키겠다"고 밝힌 가운데 IOC는 스테파노바에 대해 별도로 '출전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스테파노바도 약물 전력이 있는 만큼 도핑 폭로를 이유로 출전시킬 수는 없다는 논리였다.

스테파노바는 이달 초 네덜란드에서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에 러시아 국기 대신 유럽육상연맹기를 달고 출전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그는 이번 리우에 나올 수 없는 신세가 됐다.

이를 두고 "러시아의 눈치를 본 IOC가 스테파노바에게 괘씸죄를 적용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WADA는 "이러면 앞으로 누가 사실을 폭로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 장대높이뛰기 스타 옐레나 이신바예바는 "러시아 육상과 관련해 나온 유일하게 현명한 결정이 바로 스테파노바의 출전을 금지한 것"이라며 "스테파노바는 평생 출전이 금지될 것"이라고 했다.

스테파노바 가족은 현재 미국으로 거처를 옮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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