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진경준 검사장 비리
중앙일보 <2016년 7월 16일자 26면>
진경준의 범죄 수익금 전액 환수해야
넥슨에서 받은 돈으로 산 주식으로 120억원 이상의 차익을 거둔 데 이어 넥슨이 제공한 차량의 명의 변경 비용까지 부담 지운 것을 보면 파렴치하고 구차한 생각까지 들게 한다. 그는 지난 3월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 이후 언론의 계속된 의혹 제기에도 여러 차례 말 바꾸기를 시도하며 사태를 모면하는 데 급급했다. 급기야 자수서 제출 형식을 빌려 사법처리를 피하려는 얄팍한 꼼수까지 동원했다. 기업의 비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장을 거쳐 법무 행정의 핵심 요직인 기획조정실장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지낸 검찰 간부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검찰은 진 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이번 사건을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진 검사장이 넥슨 외에 또 다른 벤처 회사에 투자를 한 뒤 검사장 승진 전에 차명으로 팔아 치운 과정과 처남 명의의 회사가 한진그룹의 청소용역업체로 선정된 이유를 궁금해하고 있다. 검찰이 넥슨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만 수사할 경우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분노는 그만큼 커질 것이다.
특히 그가 범죄행위로 축적한 재산 모두를 추징해 다시는 진경준 검사장 같은 검사가 나오는 것을 차단해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검사들의 재산등록과 인사검증 시스템 전반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보완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 또 사건 초기 수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법무부 간부들은 사태 해결을 위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한겨례 <2016년 7월 16일자 23면>
진경준 비리, 청와대·법무부 책임 크다
처남 명의 청소용역업체가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쪽에서 일감을 수주한 것과 정보기술업체의 주식을 차명으로 갖고 있다 처분한 것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두 사안 역시 직무 관련성이 의심된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봐도 검사 자리를 철저히 개인 축재 수단으로 악용한 가장 파렴치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특임검사팀은 뇌물죄의 대가성에 대한 수사에 주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진 검사장이 넥슨으로부터 거액의 차익이 예상되는 공짜 주식과 차량까지 받은 이상 최소한의 보답이라도 하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 넥슨은 2011년 개인정보 유출로 수사받은 것을 비롯해 게임개발자 등과도 여러 차례 법률적 쟁송에 휘말린 바 있다. 진 검사장이 이른바 ‘내부 변론’이나 청탁을 통해 사건에 관여한 것은 없는지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현직’ 검사가 다치는 걸 피하려 축소 수사하거나 악화하는 여론을 잠재우려 일단 구속부터 해놓을 심산으로 졸속 처리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수사와 별개로, 이번 사건을 다뤄온 청와대와 법무부의 태도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법무부는 사건 초기부터 “개인 간 거래일 뿐”이라며 감찰조차 않다가 뒤늦게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 내 나중엔 근무지 이탈 논란까지 불렀다. 그가 장관 청문회 준비단장을 맡은 개인적 인연 때문에 옹호해준 것이었다면 김현웅 법무장관은 법률가로서의 양식은 물론 공인의 자격조차 의심받아 마땅하다.
청와대 민정수석의 책임 역시 가볍지 않다. 초기부터 민정수석실은 “자기 자금으로 주식 투자한 게 무슨 문제냐”며 진 검사장을 감싸왔다. 결국 현란한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하고 검찰 명예에 먹칠을 하도록 방치한 셈이다. 허술한 검증으로 그런 파렴치한을 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이란 요직에까지 중용한 책임도 크다. 수백억원대 자산가인 우병우 수석이 일반인의 상식과 동떨어진 기준으로 사람과 사건을 판단해온 탓이라면 과연 청와대에 있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논리 vs 논리
인사검증 시스템 보완 촉구…청와대·법무부 책임론 제기
이금로 특임검사팀이 진경준 검사장을 소환 첫날 긴급체포하면서 현직 검사장의 120억원대 뇌물 사건은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대형 비리 사건으로 드러났다. 진 검사장은 2005년 넥슨에서 받은 돈으로 산 주식으로 120억원 이상의 차익을 거둔 데 이어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으로부터 제네시스를 무상으로 넘겨받고 대한항공에 대한 내사 종결 대가로 처남 명의 회사를 통해 거액을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사의 지위를 이용해 온갖 부정축재를 일삼은 전형적인 검찰 비리 사건이다.
이에 대한 중앙과 한겨레의 비판적 입장에는 이견이 없다. 중앙은 사건이 너무 지저분해서 한 줄의 평도 하기 싫다는 한 전직 장관의 말처럼 진 검사장의 범죄 행각은 ‘조직폭력배 수준’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한겨레도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봐도 검사 자리를 철저히 개인 축재 수단으로 이용한 가장 ‘파렴치한 사례’라는 지적이다.
<단계2> 문제접근의 시각차
두 신문은 진경준 검사장의 파렴치한 비리와 범죄 행각에 대해 공통적으로 강력한 비판 입장이지만 그 원인과 책임에 대해서는 다소 주장이 갈린다. 이는 사설 제목에서부터 잘 드러나는데 중앙과 한겨레의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차를 읽을 수 있다.
중앙은 ‘진경준 범죄 수익금 전액 환수해야’로 진경준 비리 사건 처리에 대한 시스템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 반해 한겨레는 ‘진경준 비리, 청와대·법무부 책임 크다’로 검찰 조직을 둘러싼 정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중앙은 ‘검찰이 진 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이번 사건을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면서 넥슨 외에 또 다른 벤처회사에 투자를 한 뒤 검사장 승진 전에 차명으로 팔아 치운 과정과 처남 명의의 회사가 한진그룹의 청소용역업체로 선정된 이유를 궁금해하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검찰이 넥슨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만 수사할 경우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분노가 그만큼 커질 것이라는 주장으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전면적이면서도 본격적인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즉 사건을 대하는 검찰의 태도와 의지에 초점을 맞추는 입장이다.
반면 한겨레는 그동안 ‘현직 검사를 수사하면서 축소하거나 여론 악화를 잠재우려 일단 구속부터 해놓을 심산으로 졸속 처리’하려는 데 대해 경계하면서도 수사와 별개로 이번 사건을 다뤄온 청와대와 법무부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보다 분명히 하고 있다.
법무부는 사건 초기부터 ‘개인 간 거래일 뿐’이라며 감찰조차 하지 않다가 뒤늦게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 내 나중엔 근무지 이탈 논란까지 불렀다는 점을 환기시키고 있다. 그가 장관 청문회 준비단장을 맡은 개인적 인연 때문에 옹호해 준 것이었다면 김현웅 법무장관은 법률가로서의 양심은 물론 공인의 자격조차 의심받아 마땅하다는 지적까지 하고 있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은 이번 진 검사장 비리 사건을 검찰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진 검사장이 축적한 재산 모두를 추징해 다시는 이 같은 비리 검사가 나오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검사들의 재산등록과 인사검증 시스템 전반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보완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사건 초기 수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법무부 간부들은 사태 해결을 위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한겨레는 청와대 특히 민정수석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초기부터 민정수석실은 ‘자기 자금으로 주식 투자한 게 무슨 문제냐’며 진 검사장을 감싸 왔다는 것이다. 결국 현란한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하고 검찰 명예에 먹칠을 하도록 방치하고 허술한 검증으로 그런 파렴치한을 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이란 요직에까지 중용한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수백억원대의 자산가인 우병우 수석이 일반인의 상식과 동떨어진 기준으로 사람과 사건을 판단해온 탓이라면 과연 청와대에 있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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