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늑장 대응]동물실험 후 '가습기메이트' 독성 배제..피해 키웠다

이효상 기자 2016. 7. 25.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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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전문가 “민감한 사람엔 영향 줬을 것” 2011년 실험 한계 지적

2011년 8월 질병관리본부는 피해자가 속출한 폐질환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하고, 쥐를 대상으로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독성을 확인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다른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쥐들과 달리 가습기메이트를 흡입한 쥐들에게서는 폐손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 정부는 실험 후 가습기메이트에 사용된 CMIT·MIT가 폐손상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이 제품을 쓴 사망자·피해자는 나왔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가습기메이트가 배제된 분기점이다. 그 후 초기 대응이 늦어지며 피해는 이어졌고, 검찰 수사에서도 빠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당시 실험이 가습기메이트에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연세대 교수는 “당시 실험의 의미는 가습기메이트가 무해하다는 게 아니다. 실제 사망자가 생겼다는 얘기는 폐에 변화를 줬다는 것이기 때문에 (재실험을 위한) 동물실험 모델을 만들 때 양과 노출시간을 피해자들의 사례와 비슷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동물실험을 진행한 안전성평가연구소 이규홍 흡입독성연구센터장도 실험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가습기메이트는 동물에게는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화학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에게는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동물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피해 규모와 책임 소재를 확정했다. 이 때문에 가습기메이트로 인한 피해는 옥시레킷벤키저·세퓨 등 PHMG·PHG 성분을 쓴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리콜 조치된 2011년 8월 이후에도 이어졌다.

2011년 10월부터 가습기메이트를 쓴 나원·다원 쌍둥이 자매의 피해는 리콜 조치만 빨랐더라도 막을 수 있었다. 나원이 자매는 가습기메이트 피해자로는 드물게 지난해 1등급 피해자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의 1·2차 조사에서 신고한 다수의 CMIT·MIT 제품 피해자 중 1·2등급 피해자 판정을 받은 사람은 3명에 불과하다.

검찰 역시 가습기메이트는 수사하지 않았다. 책임을 묻지 않으니 반성도 없다. 완제품을 만든 SK케미칼은 애경 뒤에 숨었고, 애경은 제품을 파는 역할만 했다며 사죄 뜻을 표하지 않고 있다.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에서 가습기메이트를 개발한 담당자는 “비난받을 만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관련 규정을 준수했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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