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늑장 대응]정부, 2014년 'CMIT·MIT 다량 검출' 알고도 1년 7개월 방치

김기범·이혜인·이혜리 기자 입력 2016. 7. 25. 23:02 수정 2016. 7. 2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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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이용득 의원, ‘환경부 노출평가 실태 보고서’ 공개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방향제·탈취제 제품에도 기준치 이상으로 다량 함유된 것을 알고도 1년7개월째 방치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5일 공개한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의 2014년 12월 ‘생활화학용품 함유 유해화학물질 노출평가를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표본으로 삼은 방향제 19개 중 1개, 탈취제 20개 중 2개에서 CMIT·MIT가 검출됐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보고서는 이들 3개 제품에 함유된 독성물질 양이 연구진이 안전기준안으로 제시한 함량보다 최대 15배가량 많다고 적시했다. 제품 회사·이름은 공개하지 하고, 일련번호로만 표기된 조사 제품 중에서 ‘방향제-15’에서는 32㎎/㎏의 MIT가, ‘탈취제-20’에서는 163㎎/㎏의 MIT가 검출됐다. ‘탈취제-24’에서는 297㎎/㎏의 MIT와 23㎎/㎏의 CMIT가 확인됐다. 연구진이 방향제와 탈취제의 CMIT·MIT 안전기준안으로 제시한 함량은 20~50㎎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다른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인 PHMG·PGH에 대해서는 연구진이 제시한 안전기준안대로 반년 후인 2015년 6월 사용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도 CMIT·MIT에 대해서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해 안전기준 마련을 보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달 이용득 의원의 국회 질의에 “해당 물질에 대한 반복흡입독성자료가 없어 CMIT·MIT 혼합물의 독성정보를 사용했고, 이를 통해 각 물질의 안전기준안을 추정한 것이기 때문에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문제가 된 제품을 공개하라는 요구에는 기업 간 형평성 문제를 들어 공개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검토와 실험에 1년7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연구진이 CMIT·MIT 혼합물의 독성정보를 사용해 안전기준안을 채택하지 않았다는 설명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조경현 영남대 단백질연구소 교수는 “CMIT는 물에 잘 녹지 않는 MIT에 염소를 넣어 물에 잘 녹도록 한 물질이어서 섞어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같은 방식으로 관리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늑장 대응과 달리 선진국에서는 흡입 시 위험뿐 아니라 피부독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두 물질을 시민들의 일상에서 퇴출시키는 수순을 밟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4년 이 물질을 화장품에 포함시킬 경우 ‘물로 세정해 피부에 잔류되지 않는 제품’으로만 한정하는 조치를 취했다. 주로 방부제 목적으로 함유되는 MIT가 피부에 남을 경우의 독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EU는 이후로도 화장품에 사용할 수 있는 함량 기준치를 꾸준히 강화한 끝에 내년부터는 아예 모든 화장품에 MIT 사용을 금지할 예정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1998년 ‘MIT 재등록 가능성 검토’ 보고서에서 흡입 경로로 MIT에 노출될 때의 위해성을 언급하면서 중장기간 흡입 시 비염에 걸릴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학계에는 주로 페인트에 포함된 CMIT·MIT로 인한 피부염과 호흡기 이상 증상이 보고돼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 같은 학계 보고와 선진국 사례가 존재하고, 자체적인 독성실험까지 완료한 후에도 안전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5월 “MIT에 대한 방향제·탈취제의 안전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반복흡입독성실험을 지난달 완료했다”고 밝혔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학계에서는 CMIT·MIT 사용 금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사·판정과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방향제·탈취제에서 CMIT·MIT의 안전기준을 마련해 흡입독성을 인정하는 것은 곧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CMIT·MIT의 유해성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5월 구성된 ‘가습기 살균제 폐 이외 영향 검토위원회’ 회의에서 CMIT·MIT 독성물질과 폐섬유화, 천식의 인과관계 가능성을 인정한 것은 생활화학제품에 쓰이는 CMIT·MIT 안전기준 마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기범·이혜인·이혜리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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