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늑장 대응]여야 "유해성 외면" 질타..환경부 '발빼기' 급급

세종 | 조미덥·이혜리 기자 2016. 7. 2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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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국조특위 현장조사 첫날

국회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습기살균제특위)의 현장조사 첫날인 25일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특위 위원들은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강하게 질타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유감을 전하면서도 책임 추궁에는 면피성 해명에 급급했다. 여야는 현장조사 공개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현장조사가 열린 정부세종청사 국회 회의실에는 이른 아침부터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두 부처 고위 간부들은 회의 시작 20분 전부터 잔뜩 긴장한 얼굴로 피감기관석에 앉았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들도 현장조사를 직접 지켜보기 위해 일찌감치 현장을 찾았다.

여야 특위 위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을 비판했다. 주무부처 격인 환경부는 뭇매를 맞았다. 야당 추천 외부 전문가인 장하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책연구기관들이 15년 전부터 ‘살생물제법’을 도입하라고 했는데,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알려진 2011년에도 법제화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정섭 환경부 차관은 “당시 사회적 논의가 법제화까지 이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가습기 살균제 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의 유해등급 판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차관은 “내년 2월까지 확정키로 한 유해등급 분류를 올해 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우원식 특위 위원장은 “국정조사 과정에서 잠정 결론이라도 내야 한다”며 빠른 결정을 요구했다.

고영선 노동부 차관은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근로자들의 피해조사 결과를 달라”는 안종주 경기대 초빙교수의 요청에 “지금까지는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면서도 “관련 사업장에 산재가 추가로 발생했는지 조사하겠다”고 대답했다.

위원들은 도시락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한 뒤 충북 청주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이동했다. 이번엔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심판대에 올랐다.

오후 조사에선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새누리당 추천 문은숙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환경성 질환을 한곳에서 관리하는데 우리는 환경부, 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등으로 나눠졌다”며 “2004년과 2008년 원인미상의 폐질환이 나왔는데도 신고가 없었다”고 했다.

새누리당 특위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기록 폐기를 잠정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긴급 요청서를 정진엽 복지부 장관 앞으로 보냈다. 아직 피해 신청이 진행 중인 만큼 의무보존 기한 5년을 넘겨도 관련 질병 기록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조사는 공개 여부에 대한 여야의 의견 충돌로 30분 이상 지연됐다. 새누리당은 “내실 있게 할 수 있도록 비공개로 하자”고 한 반면, 야당은 “국민적 관심 사안을 비공개하면 안된다”고 맞섰다. 결국 3당 간사가 여야 추천위원 각각 2명씩에게만 공개키로 절충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 강찬호 대표는 “국민들이 알아야 할 사안인데 왜 비공개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세종 | 조미덥·이혜리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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