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독일 '난민 너무 받았나?'..범죄전선 북상 우려 팽배

2016. 7. 25. 19: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베를린 등 여기저기서 일 터질수 있어"..난민통제 방침엔 "이미 늦어" 비판 교민 "밖에 나가기도 무서워"..'이민자 적응 프로그램 강화 필요' 지적도
獨안스바흐 폭발 현장 경계 강화 (AP=연합뉴스)

"베를린 등 여기저기서 일 터질수 있어"…난민통제 방침엔 "이미 늦어" 비판

교민 "밖에 나가기도 무서워"…'이민자 적응 프로그램 강화 필요' 지적도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샤이세…"(지랄 같은 일이라니…)

25일 오전(현지시간) 베를린에서 만난 한 독일인은 당장 혼잣말처럼 이렇게 욕설부터 내뱉었다.

옛 템펠호프공항 근처에 사는 안드레아스 마이스너 씨는 기자가 묻기도 전에 "간밤에 안스바흐에서 일어난 일을 아느냐"라고 물으며 "샤이세"를 연발했다.

그러고는 "그래, 바로 그것 때문에 당신을 붙잡고 질문하려 했다"라는 대꾸에 주저 없이 돌아온 대답은 "너무 많이 받았다"였다. 난민을 너무 많이 받아들였다는 뜻이었다.

자신의 직업을 아파트 시설유지관리업 종사자로 소개한 마이스너 씨는 재차 "알고는 있느냐. 독일은 지난해 한 해에만 난민 100만 명을 받았다"고 했다.

정확히 말한다면, 난민이 아니라 독일로 유입된 난민신청(예정)자가 110만 명가량이다.

이렇게 사실관계를 교정하면서 '그래도 독일 정부가 통제를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을 하자 그는 다시 한 번 거침없이 "너무 늦었다"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사는 주변 지역을 예로 들면서 "템펠호프공항 자리에만 지금 난민 6천 명이 있다"고 귀띔했다. 내쳐 "바이에른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베를린 등 여기저기서 일이 터질 수 있다"고 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동, 서독 간 첨예한 냉전의 기운이 솟던 이른바 베를린봉쇄 시절 템펠호프공항은 서방 진영이 동독 쪽에 '고립된 섬'이던 서베를린 주민들에게 생필품과 각종 물자를 공수하던 역사적 장소다.

독일은 그곳 가운데 격납고 등 일부에 난민 센터를 들이고 난민을 받는 상황이다. 베를린시당국은 난민 시설을 보강하려고 구상하고 있으나 반(反) 난민 정서와 예산 책정 등 여러 요인이 겹쳐 논란이 일고 있다.

독일을 대표하는 방송사 중 하나인 제2 공영 ZDF TV 저널리스트 출신이지만 지금은 연금생활을 하는 독일인의 생각은 제법 달랐다.

루츠 페터라는 성명의 이 은퇴자는 "심각한 우울증 등 정신병자들의 범행으로 드러나고 있지 않으냐"고 반문하면서 "본격적인 의미의 외국인혐오나 종교적 신념에 따른 테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취재하는 기자가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이해하고는 "최근 바이에른주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한국에서도, 스위스에서도, 벨기에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나는 일들 아니겠냐"면서 외국인이 독일의 현주소를 바라보는 데 착시가 없기를 바란다는 투로 말했다.

'그래도 난민이 너무 많아져 그들의 공격 행위나 유사 테러도 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을 받고는 "약간 그런 사건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수긍했다.

옛 템펠호프공항 내 난민 숙소 (EPA=연합뉴스)

이제 더는 안전한 곳이 없는 것 같다는 취지를 밝힌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말처럼 독일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민 배경 인구의 사회라고 할 수 있는 독일에 사는 한국인 등 외국계 거주민들의 걱정과 불안도 커지고 있다.

베를린에서만 6년째 살고 있는 교민 정유진 씨는 "너무 불안하다"고 했다.

그는 "뮌헨 총격 사건이 터진 직후, 불안해하는 부모님들에게 여기는 일단 괜찮다고 안심시켜 드렸다"면서 "그렇지만 그 일이 터지고 나서부터는 밖에 나가기가 무서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7학년 진학을 앞둔 정 씨의 딸은 뮌헨에서 총기를 난사한 범인이 범행 장소로 이용한 맥도날드 매장에도 가기 싫다고 말할 정도다.

독일 분단 시절, 동독인들의 자유투쟁 집회 장소로도 유명하며 시민들의 휴일 나들이 명소로도 기능하는 알렉산더플라츠에 가기도 무섭다고 정 씨는 말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알렉산더플라츠에선 절도와 성폭력 등 갖가지 범죄가 끊이지 않아 베를린시당국에 치안 확보의 큰 숙제를 안기고 있다.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강사인 장희경 박사는 "이민 배경을 가진 이들이 독일사회에 적응을 못 하고, 그것이 심리적·정신적 불안으로 이어져 사회에 대한 무차별 공격으로 일부 발전하게 되는 것이 우려되는 대목"이라며 적응 프로그램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정치학을 전공한 장 박사는 다만, "끝없이 지원하는 것은 또한 어려운 일이니 이래저래 힘든 상황 아닌가 본다"면서 "서로 이해가 더 필요하리라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날 발매된 대중지 빌트는 "(과잉된) 행동주의는 삼가자"라는 제목의 의미심장한 사설을 게재했다.

사설은 뮌헨의 광란 총격 살해, 니스 테러 참사 등을 열거하며 "이제 어디도 안전한 곳이 없다"고 진단하면서도 무기 소지 관련법을 강화해야 한다거나, 연방군을 국내 작전에 투입해야 한다거나 하는 대안은 "예측하기 힘든 자폭공격자들로부터 국가가 시민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헛된 생각만 심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사설은 그러면서 "인터넷을 통한 불법적 무기거래를 더욱 잘 통제하는 것이 도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uni@yna.co.kr

☞ '무서운 초등학생들'…종이ㆍ지우개 강제로 먹여
☞ 경찰 "이진욱 고소녀 무고 혐의 드러나고 있다"
☞ 잔금 요구한다고 성매수 여고생 폭행 공무원 직위해제
☞ 경찰 "KIA 유창식 2경기 승부조작…300만원 받았다"
☞ 女장교 소개하며 "돌싱이니 잘해봐"…법원 "징계 적법"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