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그날, 한화 팬들은 뒷통수를 맞았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2016. 7. 2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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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유창식의 한화 시절 등판 모습

2014년. 한화는 새롭게 출발했다. ‘명장’ 김응룡 감독을 영입하고도 처참한 꼴찌에 그쳤던 전년도 아픔을 잊기 위해 애를 썼다. 국가대표 톱타자들인 FA 정근우와 이용규를 한꺼번에 영입해 새로운 팀이 되고자 힘차게 출발했다. 앞서 어깨 수술을 받은 이용규는 낯선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어깨가 완전히 낫지 않았지만 FA 계약을 한 책임감에 어떻게든 개막전에 나서기 위한 노력이었다.

사직 원정에서 5년 만에 개막전을 이긴 기쁨을 안고 한화는 4월1일 대전에서 홈 개막전에 나섰다. 선발 투수는 유창식이었다. 언젠가는 ‘제2의 류현진’이 되어주리라는 기대 속에 모두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4년째 응원하는 투수였다. ‘보살’로 불리는 한화 팬들이 새 시즌에도 인내할 것을 다짐하며 첫 열정을 불태우던 그날, 유창식은 이 팬들의 뒷통수를 쳤다.

지난 24일 유창식(24·KIA)이 승부조작 가담 사실을 자진 신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일정 기간 내에 자진신고한 선수에 대해서는 징계를 감경해 영구 실격 처리는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22일 오후 유창식은 KIA 구단에 자수했다. NC 투수 이태양이 불구속 기소 된 다음날이었다. 같은 짓을 저지른 투수가 또 있었다는 사실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홈 개막전에 선발로 나가 승부조작을 할 정도로 분별력 없는 투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홈 개막전 선발은 투수 개인에게도 한 시즌의 출발점이다. 팀에서 가장 잘 던지고, 팬들로부터 사랑받는, 상징성 있는 투수만 나설 수 있다. 충분치 않은 자격에도 기대와 사랑으로 기회를 얻은 유창식에게는 ‘보답’할 마음이 전혀 없었던 모양이다. 이날 ‘첫이닝 볼넷’을 약속하고 돈을 받기로 한 유창식은 2사후 3번 타자 박석민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임무’를 완수했다. 새 시즌의 첫 이닝을 던지는 동안 한화 동료들과 팬들을 기만했다.

NC 이태양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총 4차례 시도한 이태양의 승부조작은 5월29일 KIA전에서 시작됐다. ‘1회 1실점 이상’의 대가로 2000만원을 약속받은 이태양은 첫 타자 신종길을 맞혀내보낸 뒤 희생번트, 2루타, 볼넷까지 다양한 루트로 2점을 내주는 데 ‘성공’했다. 이태양은 4이닝 만에 6실점(4자책) 강판됐고, NC는 3-13으로 대패했다. 8연승이 끝난 날이었다. NC는 그해 5월 20승1무5패를 기록했다. 그날 이겼다면 2009년 8월 KIA가 세운 월간 최다승(20승4패) 기록을 넘을 수도 있었다. 코칭스태프와 팀 동료들이 연승을 잇기 위해 애쓰고, 프로야구의 모두가 새 기록을 기대하며 주목한 이 경기에서 선발 투수는 다른 짓을 하고 있었다.

한 베테랑 선수는 4년 만에 재발한 승부조작 사태를 보며 “영구제명 된 선수들을 보고도 그런 짓을 할 정도로 생각이 없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라운드에서 같이 경쟁했다는 사실에 배신감마저 든다”고 맹비난했다.

지난해 현역에서 은퇴한 장성호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구조적인 문제이기보다는 선수 개인의 일탈이다. 구단과 선수협이 아무리 교육을 해도 개인이 듣는둥마는둥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팀을 위하고 팬들을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선수라면 그런 철없는 행동 자체를 할 수가 없다. 잠깐의 인기와 돈 몇푼의 유혹에 넘어간 철부지들”이라고 비난했다.

KBO는 25일 유창식에 대해서도 이태양과 마찬가지로 참가활동 정지 제재를 결정했다. 유창식은 자진신고를 했으니 KBO의 ‘약속’대로 영구제명은 되지 않을 것이다.

선발은 승패를 좌우하는 절대 보직이다. 힘들기도 하지만 팀이 이기면 가장 빛을 보는 특권도 가졌다. 프로 선수로서 최소한의 책임감과 자부심도 느끼지 못한다면 마운드에 설 자격도 없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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