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vs 日·EU 통화정책 엇갈릴까, 숨죽이는 금융시장

경계영 2016. 7. 2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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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월말이 다가오는데도 수출업체가 네고물량을 많이 내놓질 않네요.”

월말이면 미국 달러화로 받은 수출대금을 원화로 바꾸려는 물량이 쏟아져 나왔지만 25일 A 시중은행의 외환딜링룸은 예상보다 한가했다.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저치에 가까워지며 달러화 가치가 높지 않은 까닭도 있지만, 한국시간으로 28~29일 열리는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금융시장이 눈치보기에 나선 영향이 컸다.

A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역내외에서 달러를 사거나 파는 포지션을 적극적으로 취하기보다 나온 물량을 처리하는 정도였다”며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을 확인하고 가자는 관망세가 짙어졌다”고 전했다.

◇“확인부터”…미·일 통화정책에 관심

2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6원 오른 1137.0원에 거래를 마쳤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결된 바로 다음주(6월27일~7월1일) 전일 대비 변동 폭이 하루 평균 7.94원이었지만 그 다음주(7월4~8일) 7.76원, 11~15일 6.10원, 18~22일 3.10원으로 점차 축소됐다. 하루에도 10원 넘게 널뛰던 원·달러 환율의 변동 폭이 줄어든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현물환 거래량도 유럽중앙은행(ECB) 회의 직후 100억달러를 웃돌았지만 그 이후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브렉시트 직후 필요하다면 유동성을 풀겠다고 시사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회의에서 실제 행동으로 옮길지 지켜보자는 심리가 강해졌다. 브렉시트 진원지였던 영국과 유로존은 추가 완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문제는 미국과 일본이다.

일본은행(BOJ)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추가 완화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부정하긴 했지만 시장에서는 돈을 직접 뿌리는 ‘헬리콥터 머니’ 정책까지 언급된다.

이와 반대로 미국은 완화책보다 정책금리 정상화, 즉 긴축정책에 초점이 모아진다. 최근 잇따라 발표된 경제지표는 미국 경기가 나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22일(현지시간) 기업의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의 경우 미국은 9개월 만의 최고치로 오른 반면 유로존은 예상치를 밑돌며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당장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향후 인상계획에 대한 단서가 제시될지가 관심사다.

외환시장뿐 아니라 채권시장도 신중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일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1.203%까지 내렸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5일 1.225%까지 올랐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반등하며 1.4%대까지 상승했다.

자료: 마켓포인트

◇“단기 조정 불가피…완화 기조 지속에 초점”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국 간 통화정책이 엇갈릴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는 단기적으로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번주 예정된 유럽은행감독청(EBA)의 유로존 은행권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도 관건이다. 향후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실효성을 가늠할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우 NH선물 연구원은 “브렉시트 직후만 해도 모든 국가가 유동성 풀기에 나설 것처럼 보였지만 아직 행동이 구체화한 것 없어 당분간 금융시장에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보다 다른 국가의 통화정책 완화에 초점이 더 맞춰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표가 좋아지고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수 있겠지만 이미 반영돼있는 데다 정책 불확실성이 없어지면서 외려 긍정적일 수 있다”고 봤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유로존, 중국 등이 돈 풀기에 나서면 미국 혼자 긴축정책을 펴기엔 강달러가 부담될 수 있다“며 ”시장에서도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단위 : 억달러, 자료 : 한국은행

경계영 (ky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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