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 뒤진 9회, 굳이 오승환을 써야했을까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6. 7. 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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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6-9로 3점 뒤진 9회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놀랍게도’, 하지만 ‘어김없이’ 오승환(34)을 올렸다. 그리고 오승환은 ‘늘 그랬듯’ 1이닝 무실점이라는 알파고 같은 성적을 찍고 내려갔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하나. 굳이 오승환을 써야했던 걸까.

ⓒAFPBBNews = News1

세인트루이스는 2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의 홈경기에서 6-9로 패하며 2연패를 기록했다.

주목하고 싶은 이닝은 9회. 오승환이 등판했던 상황이다. 오승환은 현재 공식적으로는 팀의 마무리투수이다. 마무리투수가 9회에 올라오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지만 팀이 6-9로 뒤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의아하다.

물론 마무리투수들은 지고 있더라도 9회에 등판하긴 한다. 8회에 미리 몸을 풀고 있었는데 갑자기 팀이 8회 동점 혹은 역전을 당했을 경우 이미 몸을 푼 마무리를 배려하는 차원이다. 또한 팀이 동점상황에 9회를 맞이하며 역시 마무리 투수의 ‘9회 등판’ 리듬을 지켜주기 위해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세인트루이스는 2회부터 9점을 허용했고 7회가 되어서야 6-9정도의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런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물론 1회부터 선발 투수가 완전히 무너진 바람에 이날 경기에 오승환전에 4명의 투수가 등판했다는 점도 감안해야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펜에는 케빈 시그리스트나 조나단 브록스턴이 남아있었다. 시그리스트, 브록스턴, 오승환 모두 지난 23일 등판한 후 하루 휴식을 취한 상황이었다.

왜 굳이 그 세 명 중에 오승환이었느냐는 말이다. 물론 시그리스트나 브록스턴이 이날 몸상태에 문제가 있어 등판이 힘들었다면 당연히 오승환이 나오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없고 만약 그렇지 않다는 가정하에 오승환 출전 여부의 타당성이 옳았느냐를 얘기할 필요가 있다.

마이크 매시니 감독. ⓒAFPBBNews = News1

오승환은 올 시즌 추격조부터 필승조, 마무리까지 오는 동안 무려 50.1이닝을 던졌다. 불펜 투수 중 스윙팬인 타일러 라이온스까지 합쳐도 오승환보다 많은 이닝을 던진 선수는 없고 50경기 등판은 2위 브록스턴의 43경기 등판보다 무려 7경기나 많은 수준이다.

이미 오승환 혹사 논란에 대해서는 수없이 얘기가 되고 있다. 마무리투수로 가면서 기대됐던 것은 ‘혹사가 자동으로 방지되겠구나’하는 부분이었다. 마무리투수가 되면 세이브 상황이 아니면 나갈 이유가 없기 때문에 자동으로 혹사가 방지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이날 경기처럼 전혀 세이브상황도 아니고 다른 투수가 남아있음에도 오승환이 나온 부분에서는 이해가 힘들다. 올 시즌 가장 많은 이닝, 경기 숫자를 기록한 투수를, 그 투수가 마무리투수라는 보직을 맡고 있음에도 굳이 등판 시키는 상황은 아무리 좋게 봐도 이해하기 힘들다.

게다가 9회 오승환이 상대하기로 된 3명의 타자는 야스마니 그랜달(스위치)-앤드류 톨레스(좌타자)-작 피더슨(좌타자)으로 무려 3명의 좌타자였다. 이럴거면 차라리 좌완투수 시그리스트가 올라오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을지 모른다.

물론 그만큼 매시니 감독이 오승환을 신뢰한다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또한 다저스전에서 이기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이닝을 던지다보니 오승환은 최근 5경기에서 5이닝 2실점에 3피안타 2사사구를 허용했다. 본인도 지난 22일 더블헤더 등판에서 2세이브를 올린 후 “기계가 과열됐나 보다”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하기도 했다. 물론 이말은 96마일짜리 공을 던진 후 나온 얘기이긴 하지만 이미 과열된 기계는 최근 조금씩 이상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오승환은 너무나도 혹사를 당했다. 메이저리그 전체를 따져도 50이닝 이상을 던진 불펜은 10명뿐일 정도다. 마무리투수라는 보직을 맡겼다면 그 보직에 맞게 활용해야 선수도 적응할 수 있다. 일단 좋다고 막 갖다 쓰다보면 금방 닳기 마련이다.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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