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가 폭로한 '美민주당 메일' 뭐가 담겼나

박상주 입력 2016. 7. 2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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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24일(현지시간) DNC 위원장인 데비 와서먼 슐츠 하원의원(플로리다)을 전당대회 의장직에서 해임했다. 이는 지난 22일 위키리스크가 DNC 지도부 이메일을 해킹해 DNC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유리하도록 경선을 편파 운영했다고 폭로한 데 따른 것이다. 사진은 슐츠 의원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터뷰하는 자료사진. 2016.07.25.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세계적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지난 23일 폭로한 2만여 쪽 분량의 미국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이메일 내용이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낳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이 맞붙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공정한 관리를 해야 할 DNC가 클린턴 쪽으로 편향된 행보를 한 정황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장 DNC 의장인 데비 와서먼 슐츠가 사임의사를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미국언론들의 2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슐츠 의장은 이번 전당대회를 마치면서 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민주당의) 전진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내가 전국위원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나는 의장으로서 이번 행사의 개회 및 폐회 선언을 할 것이며 우리 대의원들에게 이번 선거가 민주당 뿐 아니라 모든 미국인들에게 중요하다는 점을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DNC의 이메일에는 지도부 인사 7명의 이메일 1만9252건과 첨부파일 8034건이 들어있다. 위키리크스는 그러나 새로운 DNC 이메일을 정리하고 있다고 밝힘으로서 추가적인 폭로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DNC 이메일에는 어떤 내용들이 들어있을까. WP가 DNC 메일 중 가장 문제가 되는 주요 항목들을 정리했다.

◇ 샌더스의 신앙을 겨냥해라?

지난 5월 5일 DNC 관계자들의 메일에 따르면 이들은 샌더스의 신앙을 이슈로 부각시키는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샌더스가 무신론자가 아닌지 압박하자는 내용이었다. 켄터키와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신앙심 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클린턴 전 장관 쪽으로 유도하려는 시도였다. 샌더스 의원은 자신이 유대인이지만 신앙심이 깊지는 않다는 점을 내비친 적이 있다.

DNC의 재무담당 최고 책임자인 브래드 마샬이 보낸 메일을 보면 “별 차이가 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KY(캔터키)와 WVA(웨스트버지니아) 사람들 중 누군가에게 그의 신앙이 뭐냐고 물어보는 질문을 하게 할 수 있다. 신의 존재를 믿는지 물어볼 수 있다. 그는 유대인 혈통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는 무신론자다. 이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라고 적고 있다.

◇ 슐츠의장, 샌더스 측근을 “망할 놈의 거짓말쟁이(damn liar)”로 지칭

지난 5월 14일 네바다 주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렸다. 7월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국 전당대회에 파견될 선거인단을 뽑는 행사였다. 당시 샌더스 의원 지지자들은 선거인 선발 규정이 불공정하다면서 이의 변경을 요구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이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샌더스 의원 지지자들은 무대 위로 난입해 의자를 던지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 지 며칠 후인 5월 17일 슐츠 의장이 보낸 한 통의 메일은 샌더스 의원의 선거대책본부장인 제프 위버가 샌더스 지지자들의 행동을 두둔하는 것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슐츠 의장은 “망할 놈의 거짓말쟁이! 아주 비열하다. 그는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행동을 거의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 “샌더스는 당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4월 말쯤 보낸 또 다른 슐츠의 메일 역시 샌더스 측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원색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는 샌더스와 민주당과 과연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샌더스 의원이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와의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이 자신에 대해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슐츠 의장은 “(샌더스 의원은) 한 번도 민주당 당원이 아니었던 사람처럼 말을 한다. 우리가 무엇을 하는 지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 클린턴 측근, DNC에 샌더스 대응전략 조언

샌더스 의원측이 클린턴 측과 DNC가 공동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하고 있으며, 이는 부적절한 일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었다. 당시 클린턴 진영의 마크 엘리아스 변호사는 DNC에 그 대처요령을 가르쳐 주었다.

엘리아스는 5월 3일자 메일을 통해 “DNC가 샌더스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자는 게 나의 제안”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위키리크스의 폭로 내용과 관련, 당사자인 샌더스 의원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슐츠가 DNC 위원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DNC의 편향성을 드러낸 끔찍한 이메일 때문만이 아니다. 우리는 노동자와 젊은 층에 손을 내미는 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리더십이 그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다른 것을 다 제외하더라도, 내 캠페인을 폄하하려는 사람들이 DNC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슬프고 분하다. DNC의 역할이 모든 후보를 대표해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것도 없다. DNC는 공정하고 공평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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