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뷰] '인천상륙작전', 진짜 영웅은 어디로 갔나

황서연 기자 입력 2016. 7. 25. 11:25 수정 2016. 7. 2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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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잊혀진 영웅들의 이야기를 재조명 하겠다던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본래의 제작 의도를 한참 빗겨나간 모습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은 5000대 1의 성공 확률을 뚫고 성공해 한국전쟁의 역사를 바꾼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첩보전을 벌였던 켈로부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이정재가 해군 첩보부대 대장 장학수 역을, 이범수가 북한군 방어사령관 림계진 역을 맡았다.

앞서 ‘인천상륙작전’은 이정재 이범수의 출연 소식 외에도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이 맥아더 장군 역에 캐스팅돼 큰 화제를 모았다. 통상 영화의 촬영을 모두 마친 후 제작보고회를 가지는 영화계의 관례와는 달리, ‘인천상륙작전’ 제작사는 촬영을 시작하기 전 이례적으로 지난해 12월 제작발표회를 진행하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재한 감독과 정태원 프로듀서는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케 한 진짜 영웅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루고, 그들의 이야기를 재조명해 실화의 감동을 전하겠다”는 제작 의도를 밝히며 새로운 한국형 전쟁 블록버스터의 탄생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인천상륙작전’은 주역이 사라진 빈 무대나 다름없었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어야 했던 특수부대원들의 이야기는 간데없고, 그들에게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인천상륙작전’은 통상의 전쟁영화보다는 첩보물에 가까운 작품이다. 이에 영화는 거대한 규모의 전투신 대신 특수부대원들이 해도를 빼내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눈치싸움과 대결을 빠른 속도로 전개한다. 해도를 찾기 위해 북한군이 점령한 인천으로 몰래 잠입한 이들은 생사의 고난을 함께 뛰어넘으며 비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첩보물로서는 엉성하기 짝이 없는 전개가 이어져 재미를 반감시켰다. 초반 열차에서의 짧은 전투신, 장학수가 림계진을 상대로 벌이는 작전은 긴장감을 자아내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다.

극 중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하는 스파이 장학수는 초반부터 림계진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며 작전을 일그러뜨린다. 특수부대원들은 상부에서 내려오는 주먹구구식 지령에 따라 무리한 작전을 이어간다. 그리고 무리한 전개는 결국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뻔한 결말을 내놓는다.

또한 극 중 장학수를 포함한 8명의 특수부대원들의 캐릭터 역시 단순하기 그지없다. 자신의 목숨을 내버리면서까지 사지로 온 첩보부대원들은 분명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이어야 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이 어떠한 동기를 가지고 움직이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캐릭터 개개인의 매력을 드러내는 장면도 부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첩보부대원들은 장학수를 제외하고는 서로를 구분하기 조차 어려운 희미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이처럼 인물들의 심리나 상황에 대한 배경 설명이 없다 보니 전반적인 이야기의 이음새 또한 헐겁다. 아무리 역사 속 실화를 차용해 이야기를 꾸몄다 해도, 인물의 기본적인 설정을 전혀 알려주지 않으니 이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공감을 느끼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신파를 위해 설정된 장면들 역시 개연성을 잃었다. 관객이 작품에 공감을 느끼고 캐릭터를 이해해야 흐르는 것이 눈물 이건만, 영화는 아직 부대원들의 얼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관객들에게 이들의 가족, 친구 이야기를 쏟아내며 눈물을 강요한다. 여기에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뻔한 대사까지 더해지니, 신파를 탐탁지 않아하는 관객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영화는 숨겨진 영웅들의 이야기 대신 맥아더 장군을 화려하게 부각하며 본래의 제작의도와 더욱 멀어졌다. 특별출연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많은 25분가량 작품에 등장한 리암 니슨은 흠잡을 곳 없는 연기를 펼쳤지만, 캐릭터는 시종일관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명언 퍼레이드를 펼치며 이질감을 더했다. 영화의 전체 줄거리와 크게 상관이 없는 명대사를 읊고 있는 리암 니슨의 모습 대신 잊혀 있던 첩보부대원들의 이야기를 한 컷이라도 더 담았다면 아쉬움이 조금은 덜했을지 모를 일이다.

‘인천상륙작전’은 지난 2010년 개봉한 ‘포화 속으로’에 이어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전쟁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로 내놓은 전쟁영화다. 벌써 내년 개봉을 목표로 ‘서울수복’이라는 세 번째 작품까지 기획단계에 놓인 상태다. 이번 작품만 놓고 봐서는 ‘서울수복’이 ‘인천상륙작전’의 문제점을 답습하지 않고 제대로 된 전쟁영화가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오는 27일 개봉.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인천상륙작전’ 스틸]

인천상륙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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