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전자파, 국방부가 '절대 말하지 않는 것'들

2016. 7. 2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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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괌 사드 측정에도 의구심만 증폭, 왜?

측정 당시 ‘출력’은?
전자파 세기 결정짓는 출력 미공개
출력 줄여 측정땐 전자파 낮게 나와
어느정도 각도로 쐈는지도 알 수 없어

안테나 방사 패턴은?
정부 “직진성이라 안전” 절반만 설명
안테나에서 방사하는 전파는
직진 전 주변으로 퍼지는 성질 있어

상반된 주장, 기초적 사실조차 틀린 정보, 한 부분만 강조하고 어떤 부분은 빠뜨린 설명이 사드 전자파의 진실을 가린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10여일 전 갑작스레 이뤄진 정부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지역 발표로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논란이 증폭됐다. 정부는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에 대해 안심해도 좋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전을 펼치고 있지만, 레이더 기지를 머리 위에 이고 살아야 할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듯하다.

전자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주기적으로 변화하면서 빛의 속도로 진행하는 파동이다. 전자파라고 하면 전기장판과 텔레비전 같은 전기·전자제품이나 송전선로에서 발생하는 유해 전자파(극저주파)를 떠올릴 사람이 많겠지만, 방송·통신에 사용되는 다양한 주파수 대역의 전파뿐 아니라 햇빛까지도 모두 전자파다.

사드의 눈인 AN/TPY-2(TM) 레이더는 관측할 구역으로 전자파 빔을 쏴 반사되는 신호를 포착해 목표물을 알아낸다. 이 전자파는 주파수 8~12㎓(기가헤르츠), 파장 2.5~3.75㎝의 엑스(X)밴드 마이크로파다.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분류한 주파수 밴드에서 시(C)밴드(4~8㎓)와 케이유(Ku)밴드(12~18㎓) 사이에 위치한 엑스밴드는 세계적으로 군사용 레이더뿐 아니라 민간 선박용 레이더, 기상관측용 레이더, 과속 단속을 위한 경찰의 스피드건, 아마추어 무선통신 등에도 사용된다.

전문가들 안전성 답변 꺼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발진기에서 만들어진 마이크로파는 증폭기를 거치며 증폭된 뒤 안테나를 통해 목표 구역으로 방출된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세기를 결정할 안테나 출력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긴 탐지거리를 고려하면 매우 강할 수밖에 없다. 미 육군의 < AN/TPY-2(FBM) 레이더 운영 교범>은 적의 미사일을 탄도의 중간 단계 이전에 관측하기 위한 AN/TPY-2(FBM)의 탐지 범위를 1000㎞ 이상으로 제시하면서, 이 레이더와 사드용 AN/TPY-2(TM) 레이더가 하드웨어는 같고 소프트웨어만 다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마이크로파를 포함한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미군은 < AN/TPY-2(FBM) 레이더 운영 교범>에 “레이더 안테나의 전자파 방사가 심각한 화상이나 내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히고, 괌에 배치한 사드 레이더 전방 100m까지를 인원 출입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레이더에서 쏘는 마이크로파가 인체에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일반론은 논쟁거리가 아닌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은 성주의 한 산 정상이라는 구체적인 위치에서 특정한 출력으로 방출될 전자파가 인근 지역에 끼칠 영향이다.

한국전자파학회가 펴낸 <레이더 공학과 전자전 응용>의 공동저자인 전문가 7명 가운데 24일까지 연락이 닿은 5명은 이 질문에 한결같이 판단할 자료 부족을 먼저 언급했다. 영향이 있을 것이란 대답은 없었고 영향이 없을 것이라 예상한 전문가는 일부 있었으나, 단정적인 표현은 꺼렸다. 명로훈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엑스밴드라는 것만 알지 안테나 패턴이나 출력이 얼마나 일어나는지 전혀 모르니, 어떤 학자도 자신있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펴낸 ‘만화로 보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 바로 알기’.
KTV를 통해 정부가 설명하고 있는 사드 레이더 전자파 범위. <KTV> 갈무리.

박동철 충남대 전기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실제 운영되고 있는 곳의 측정값과 시뮬레이션값이 맞으면, 그것(자료)을 우리나라 지형에 갖고 와서 시뮬레이션한 값을 믿어야 한다. 그렇게 나온 값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수준 아래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봐야 된다”고 말했다. 이런 분석 결과는 공개된 적이 없다.

레이더 인근 지역에 대한 전자파 영향은 안테나 출력과 방사 패턴, 지향하는 각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게 이들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런 설명을 고려하면 인체보호기준치 10w/㎡의 0.007%로 나왔다는 국방부의 괌 사드 레이더 전자파 실측에도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레이더가 전자파 빔을 어떤 출력과 각도로 방출하는 상태에서 측정한 것인지 공개되고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자파의 인체 영향은 더욱 답을 얻기 어려운 문제다. 인체 영향을 제대로 따져보려면 다양한 노출 수준과 다양한 피노출자의 특성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일반인에게는 무시해도 좋을 세기의 전자파일지라도 생식기관이나 자궁 속에서 막 세포분열을 하고 있는 배아나 태아에게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과학자들은 겨우 휴대전화 전자파가 인간의 신체기관 중 뇌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가는 단계다.

국방부가 성주에 설치될 사드 레이더가 주민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제시하는 주요 근거 두 가지는 틀리거나 사실의 절반을 무시한 것이다. 국방부는 레이더가 설치될 지점과 성주 읍내와의 고도 차이가 400m라고 설명해왔다. 그만큼 높은 곳에서 하늘로 전파를 쏘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다. 하지만 레이더를 설치하려는 산은 실제 해발고도가 383.4m다. 국방부 설명대로면 성주 시내는 바닷물 속에 잠겨 있어야 한다. 성주 읍내의 해발고도가 44.5m임을 고려하면 두 지점 사이의 실제 고도 차이는 국방부 설명보다 61m가량 작다.

전자파, 주변으로도 퍼진다

국방부가 전자파 영향이 없을 것이라 설명하면서 제시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근거는 레이더 전자파의 강한 직진성이다. 레이더에서 방출되는 전자파가 주민들 머리 위로 지나가더라도 흩어지지 않고 앞으로만 나갈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안테나에서 방사되는 전파는 직진하기 이전에 주변으로 방사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목표한 방향으로만 전파를 보내도록 설계된 레이더의 지향성 안테나도 지향하는 방향(주엽)이 아닌 사이드 로브(측엽)나 백 로브(후엽)와 같은 주변 방향(부엽)으로 전자파를 일부 방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그 레벨(수준)이 작기 때문에 의미있는 레벨이냐는 판단을 해야겠지만, 사이드 로브나 백 로브는 항상 있고, 100%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허용치에 근접한다면 엔지니어들이 그것을 줄이려는 노력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전자파의 방사 성향을 무시한 채 직진성만 강조하는 정부의 반쪽 설명에 주민들이 의구심을 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국방부는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레이더 배치 이전은 물론 배치 뒤 ‘사후 환경영향평가’까지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후 환경영향평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는 적용되지 않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정식 환경영향평가 절차의 일부다. 일반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주민 의견 수렴도 의무 사항이다. 국방부가 스스로 내건 환경영향평가 약속을 어떻게 지켜낼지 주목된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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