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틋>은 왜 제2의 <태후>가 될 수 없나

우동균 2016. 7. 2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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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뷰] 수명다한 이경희 작가의 시한부 로맨스, 설득력이 없다

[오마이뉴스 글:우동균, 편집:유지영]

 시청률 1위 자리가 위태로운 <함틋>
ⓒ KBS
같은 내용과 스타일을 가진 드라마가 아님에도 <함부로 애틋하게>(아래 <함틋>)가 <태양의 후예>(아래 <태후>)에 비견되는 것은 그만큼의 화제성과 스타성을 보유한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함틋> 첫 회 시청률은 12.4%다. 14.3%였던 <태후>에 비교해보아도 크게 밀리는 수준이 아니다. 그러나 이후 시청률 추이는 실망스럽다. 5회에 12.9%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6회에 11.1%로 이제 막 방송을 시작한 <W>에 불과 1.6%차이 밖에 나지 않을 정도다. 화제성 역시 <W>에 밀린다.

시청률이 드라마의 전부는 아니지만 <함틋>은 시청률이 잘 나와야 하는 드라마다. <태후>처럼 사전제작에 김우빈과 수지라는 스타의 출연, 그리고 엄청난 홍보에도 불구하고 이런 성적을 기록한 것은 제작사와 방송사 모두에게 실망스러운 일이다. 제2의 <태후> 신드롬을 기대했지만 신드롬은 커녕, 1위를 사수하는 것조차 힘겨워 보인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것은 반전을 보여줄 만한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또 시작된 처절한 사랑이야기, 그러나 2% 부족

이경희 작가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착한 남자>에 이어 또 절절한 멜로물을 들고 나왔다. 경쟁작들이 10%를 채 넘지 못하는 와중에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은 <함틋>은 강력한 기대작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함틋>의 스토리와 전개는 제2의 <태후>를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지지부진했다. 일단 주목을 끌어야 할 첫 회의 흐름이 가장 큰 문제였다.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설명조인 첫 회에 지루함을 느낀 시청자들은 혹평을 쏟아냈다. 이후 주인공의 멜로가 극대화되며 분위기는 나아졌지만 <함틋>이 가진 문제점을 상쇄할 만큼의 반전은 아니다. <함틋>의 가장 큰 장점은 비주얼에 있다. 주연배우들의 화려한 외모와 사전제작으로 만들어 낸 영상미, 그러나 스토리가 빚어내는 캐릭터는 그런 장점에 한참 못 미친다.

<태후>가 완성도가 높은 드라마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설레는' 포인트를 잡아 캐릭터를 확고히 보여준 것이 흥행에 주효했다. 송중기가 맡은 유시진 캐릭터는 외모와 남성성을 모두 갖추고 있으면서도 특유의 능글능글함이나 유머가 적절히 섞여 '워너비' 남성상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통통 튀는 대사의 향연 속에서 유시진은 본인 고유의 캐릭터를 어필하며 여심을 사로잡은 것이다.

지루한 캐릭터 발목을 잡다

 캐릭터와 스토리 모두 특별함이라곤 존재하지 않는다.
ⓒ KBS
그러나 <함틋>의 신준영(김우빈 분)은 지루하다. 그의 캐릭터가 '기본'은 하지만, 딱 기본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시한부라는 설정은 이 드라마의 특색을 살리기 보다는 오히려 결말에 대한 희망을 거세하는 역할을 한다. 첫 회부터 시한부라는 설정을 부각시키며 이야기를 전개시킨 것은 애틋함을 강요하고 말았다. 그 인물에 대한 연민이 생기기도 전에 시청자들은 그가 시한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들의 사랑이 애틋하기 위해 설정된 '시한부'는 지나치게 작위적이었다. 노을(수지 분)의 캐릭터는 또 어떠한가. 험난한 상황에서도 씩씩하게 해쳐나가는 캔디 캐릭터다. '속물적'이라는 설정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그 속물성은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나온다. 해사한 수지의 얼굴은 이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있어 오히려 독이다. 전혀 절박해 보이지가 않는다. 연기력은 확실히 늘었지만 그 외모와 이미지를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경희 작가는 그간 처절한 사랑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는 작가다. 특히 남자 주인공은 구구절절 사연이 어찌나 많은지, 굉장히 절박하고 위태롭다. 그러나 그 절절함에 얽매인 나머지 이야기와 캐릭터를 놓쳤다. 작가의 전작이자 대표작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차무혁(소지섭 분)은 달랐다. 똑같이 시한부 캐릭터였고 시청자들은 그가 죽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에게는 그만큼의 절박함으로 만들어진 매력이 있었다. 총알을 머리에 갖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그에게는 절절한 사연이 있었고, 그 사연에 동화될만한 시간이 주어졌다. 여주인공과 차츰 쌓아가는 감정 역시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미안하다 사랑하다>가 완벽한 작품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다소의 오류를 커버할만한 캐릭터와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 것은 인정할만하다.

그러나 <함부로 애틋하게>는 배우들의 비주얼이나 연기력이 없었다면, 과연 이만큼의 성적이 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평이하다. 시청자들의 감정은 고조되지 않는데, 주인공은 소리를 지르고 눈물을 흘린다. 그들의 처절한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이해를 위해 설치된 장치는 허술하다. 악연으로 얽혀있는 주인공들의 과거는 알겠지만, 그 과거 역시 촘촘하지 못하고 '상황을 위해 존재하는 상황'일 뿐이다.

수지와 김우빈은 이 상황에서도 상당히 잘 어울린다. 그러나 캐릭터와 스토리는 실망스럽다. 이 드라마에 흥미를 느끼고 재미를 느끼는 시청자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우빈 수지를 주연으로 캐스팅하고 사전제작을 통해 심혈을 기울인데다가 홍보에 열을 올린 결과로 이 정도의 파급력밖에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것은 결코 만족스러운 성과라고 할 수는 없다. 딱 중간,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는 김우빈과 수지라는 카드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로밖에 평가할 수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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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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