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와이프]의 전도연이 입는 일하는 여성의 옷

아이즈 ize 글 김선주(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2016. 7. 25.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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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김선주(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의 오피스룩이 부각되는 것은 늘 있는 일이었다. 2013년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이보영과 2014년 tvN [미생]의 강소라, 지난 6월 tvN [또 오해영]의 서현진까지, 패션계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20·30대 여성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옷차림을 ‘000 스타일’ 식으로 재가공해 유통했다. 그러나 tvN [굿와이프]처럼 캐주얼에 기대지 않은 오피스룩, 그것도 중년 여성의 이른바 ‘정통 오피스룩’이 귀환한 것은 낯선 풍경이다. 고준희·공효진·전지현처럼 늘씬한 체형의 배우들에게 빚지지 않은, 레트로·스트리트·스포티란 키워드를 품지 않은 기본형 정장 말이다. 

로펌에서 일하는 김혜경(전도연)과 서명희(김서형)의 스타일은 전문직 여성의 외형에 대한 기존 드라마의 안이한 접근 방식을 보기 좋게 배반했다. 필요 이상 몸에 꼭 붙는 의상을 입거나 연말 파티용 메이크업을 방불케 하는 풀메이크업을 고수했던 몇몇 드라마 속 여성 법조인들의 전철을 밟지 않았다. 대신 혜경은 MJ 로펌에 처음 출근했을 때 전체적인 디자인과 소재 면에서 상당히 보수적인 트위드 소재 다크네이비 투피스를 입었다. 경제력을 드러낼 수 있는 서류 가방 및 시계는 둘 다 명품이었지만 장식을 극도로 배제한 기본 디자인이었다. 귀걸이도 귓불에 딱 붙는 버튼형을 골랐다. 튀지 않되 정갈하고, 고급스러우면서도 실용성을 갖춘 의상과 액세서리. 당장 부부 동반 모임에 가거나 법정에 투입되더라도 두루 책잡히지 않을 중간지대의 스타일. 마흔 살에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여성으로서 전업주부 시절의 안온한 분위기가 남아 있지만, 남편 문제로 쉴 새 없이 모욕당함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살아남아야 하는 사회 초년생의 다급한 처지를 고스란히 반영한 선택이었다. 

전도연이 드라마에서 ‘패션쇼’를 지양한 점도 혜경의 스타일에 현실성을 더한다. 혜경은 극 중 날짜가 바뀌거나 퇴근하지 않는 이상 옷을 갈아입지 않는다. 구속돼 있는 남편(유지태)을 접견하러 갈 때 입었던 그 복장 그대로 출근해 의뢰인을 만나고, 그 복장 그대로 법정에서 변론했다 로펌에서 잔무를 처리한 뒤 퇴근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드라마 속 전문직 종사자들이 퇴근 전까지 밥 먹듯 화려한 옷들을 계속 바꿔 입곤 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PPL에 대한 강박관념이 느껴지지 않는, 현실적인 설정이다. 또한 혜경은 1~4회에서 매일 옷을 갈아입지만 종종 같은 귀걸이·시계·서류가방을 착용했다. 현실의 전문직 여성들이 매일 달라지는 의상에 맞춰 액세서리까지 다양하게 코디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점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명희도 마찬가지다. 그는 상의를 다크네이비 라운드넥 실크 블라우스로 차분하게, 하의는 블루그린 H라인 스커트로 강렬하게 처리했다. 혜경처럼 당장 의뢰인을 만나거나 법정에 투입되더라도 무방한 옷차림이지만, 로펌 경영자라는 사회적 지위를 감안해 보다 강인한 요소를 가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액세서리와 메이크업 역시 드롭형 귀걸이나 태양을 연상케 하는 힘찬 디자인의 귀걸이, 피부에 도장 찍듯 바른 쨍한 립스틱 등으로 상대방의 시선을 자신의 목 위, 즉 입술 언저리에 잡아둔다. 로펌 구성원들을 통솔하고 의뢰인을 설득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지점이다. [굿와이프]의 여성들은 자신의 현실, 특히 일에 어울리는 의상을 정확하게 입는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희귀한 일이다.

혜경과 명희의 스타일은 완고한 옷차림을 요구받는 법조인의 직업적 특성과 불가분적 관계다. 법조계에서는 5년 전 “변호사도 판·검사처럼 법복을 입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찜통처럼 더운 법정에서 정통 수트에 넥타이를 맨 채 비 오듯 땀을 흘리는 변호사들의 고충이 기사화된 적도 있다. 여성 변호사들의 선택지도 제한적이긴 마찬가지다. 점잖은 팬츠 슈트 아니면 원피스, 그도 아니면 투피스 중에서 무채색 또는 파스텔 계열의 무난한 스타일을 골라야 한다. 과거에 비해 많이 개방되긴 했지만 메이크업·헤어스타일·액세서리도 너무 화려한 것은 피하는 게 암묵적인 룰이다. [조선일보]가 일부 수형자의 변호사 접견 제도 악용 사례를 지적한 기사에서 옷차림을 빌미로 여성 변호사를 ‘접견녀’로 싸잡아 표현하고 ‘룸싸롱 아가씨’에 빗댄 게 불과 8개월 전이다. 조금만 틈을 보여도 언론의 성희롱과 동료들의 탐탁잖은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 숨 막힐 정도로 답답한 법조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두 사람의 스타일이 단순히 패션 코드로만 읽히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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