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저임금' 받는 마필관리사 용역비 떼간 '조교사 갑질'
[경향신문] ·말 위탁관리비 따로 받고, 별도로 용역비 챙겨
5년 전부터 부산·경남 지역 경주마 마필관리사들에게 배정된 용역비의 13%를 이들을 고용한 조교사들이 사업운영경비로 쓰고, 마사회는 방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주마를 사육·관리하고 훈련시키는 마필관리사는 월 기본급이 최저임금(126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24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부산·경남마사회 한 조교사의 ‘2012년 1월 용역비 이체 명세서’를 보면 마필관리사 몫 용역비로 2248만원을 받아 관리사에게 1329만원만 지급했다. 관리사 용역비에서만 900만원을 떼간 것이다. 조교사는 별도로 조교사 몫 용역비 748만원을 받았다. 한달 1648만원의 용역비를 챙기고 있는 조교사들과 달리 관리사들은 새벽 5시에 출근해 10시간 가까이 일하면서도 성과급이 없으면 실수령액이 근속연수 10년을 초과해도 200만원이 넘지 않는다.
이처럼 조교사와 마필관리사간에 현격히 보수에 차이가 발생한데는 조교사들이 자신들 몫 용역비외에 관리사 몫으로 배정된 용역비중 일부를 사업운영경비로 공제할 수 있도록 한데 따른 것이다.
부산·경남마사회 급여관리를 대행해주고 있는 ㄱ사 사장 ㄴ씨는 “2005년 부산·경남마사회가 생길 때부터 조교사와 관리사 용역비 중 10%를 사업운영경비로 뗐는데 5년 전부터는 관리사 몫에서만 13%를 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운영경비는) 일종의 마진으로 보면 된다”며 “2014년에 사업운영경비의 47% 정도는 조교사가 종합소득세를 내는 데 사용됐다”고 했다. 마방 운영에 써야 할 사업운영경비를 관리사 용역비에서 떼내 사실상 조교사 개인돈처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조교사들이 마방 운영을 위해 별도로 관리사 용역비를 공제할 이유도 찾아보기 어렵다. 부산·경남마사회 마필관리 노조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3년 8월 한 마방은 말 37마리를 관리하면서 관리사 몫 위탁관리비로 3262만원을 받았다. 경주시행후 상금까지 포함하면 관리사 몫으로 배분된 용역비는 5500만원이었다. 반면 퇴직금·연차수당·당직비·식대 등 기타 경비를 합친 마방의 총 사업운영경비는 2900여만원이어서 위탁관리비만으로도 충당하고 남았다. 그럼에도 관리사 몫으로 돌아갈 용역비에서 13%(724만원)를 조교사들이 사업운영경비로 공제한 것이다. 당시 이 마방의 관리사 9명에게 지급된 월정급은 1575만원(평균 175만원)이었다.
노조는 용역비 배분 내역이 조교사들에게만 공개되고 근로계약서에 ‘성과급은 사용자가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돼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마필관리사 기본급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성과급 지급기준이 없다보니 조교사들이 용역비를 마음대로 착취하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마사회는 이에대해 “조교사별로 연간 집행률을 따져 사업운영경비를 제외하고 나머지 전액이 관리사들에게 지급되지 않으면 마방대부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착취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지금까지 연간집행률에 대한 심사결과가 단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어 마사회 설명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정찬 노조위원장은 “마사회에 수도 없이 용역비와 성과급 지급기준을 투명하게 제시하라고 요구했지만 모두 외면당했다”며 “마사회가 사실상 조교사들의 임금 착취를 방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주가 직원들 급여에서 매달 사업운영경비를 떼서 이를 개인돈처럼 사용한다는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마사회는 “마방 운영은 개인사업자인 조교사들의 경영자율권에 속하는 사안이라 마사회가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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